A증권사 파생상품팀에서 근무하는 김병만(가명)씨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추석연휴를 손꼽아 기다렸다.
지난달 2일부터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코스피 지수가 1600선까지 밀리는 급락장이 연출되는 바람에 여름휴가를 놓친 탓이다.
어떤 날은 지수가 6%까지 빠졌으니 주가연계증권(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상품 가입고객들의 전화문의가 연일 빗발친 건 당연지사.
김씨는 롤러코스터 보다 더 멀미나는 증시 상황에 세일즈 의욕도 상실한 채 무더운 여름을 한숨과 걱정속에서 견뎌야 했다.
"휴가 안 가느냐"는 지인의 물음에는 "다녀오면 책상이 사라질 지도 모르는 판국에 어딜 가느냐"고 농담을 건내면서도 가슴속은 씁쓸했던 그다.
여전히 증시가 불안하지만 이번 추석만큼은 가족들 얼굴이라도 봐야겠다 싶어 김씨는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시골에서 태어나 여의도 빌딩숲에서 일하는 '고향의 자랑'인 김씨의 기대와 달리 이번 추석연휴는 결코 달콤하지 않았다.
지난 설날 김씨에게 물어 어렵게 모은 목돈을 주식, 파생상품에 투자한 친척들의 은근한 성토 때문이었다.
"에이, 증권사에서 잘 나간다더니 어떻게 된 거야", "펀드 한 때 좋았는데 장이 안 좋아지기 전에 전화라도 미리 좀 해주지", "자네 덕에 새 차 한 대 뽑아보나 했는데 물 건너갔구만."
까맣게 타들어가는 김씨의 속을 모르는 친척들은 김씨가 지금이라도 오바마 못지않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하는 모양새였다.
김씨는 친척들이 자신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거액의 목돈을 덜컥 투자했다는 것에 놀랐고, 증시가 왜 폭락하는지 이유에 대해서는 짐작도 못한다는 데 또 한 번 놀랐다. 김씨가 알고도 미리 신경써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데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었다.
김씨만 겪는 일이 아니다. 은행 창구직원의 조언만 듣고 해외에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다 큰 손실을 봤다거나, "좋다"는 소문에 덜컥 투자했다 휴지조각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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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힘들게 모든 돈을 최소한의 분석과 원칙 없이 누군가가 '좋다'고 하는 곳에 투자했다 잃고 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잘못은 김씨가 아니라 제대로 된 투자를 배우고 실천하는 데 인색한 자신에게 있지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