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회장, 민영화 무리수 괜찮나?

강만수 회장, 민영화 무리수 괜찮나?

성승제 기자
2012.01.04 09:42

[머니위크]카드사업까지 '눈독'…"산은 본연의 기능 상실 우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민영화를 위해 수신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다.

무점포 은행 ‘KDB다이렉트 뱅킹(Direct Banking)’과 ‘발렛 파킹 서비스(Valet Parking)’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가 하면 카드사업 진출도 진행 중이다. 또 최근에는 HSBC서울지점 인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든 개인금융에 진출한 것도 문제지만, 자칫 기업금융지원이 축소된다면 은행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3분기 총여신 규모를 보면 개인금융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2011년 9월 말 현재 총 가계여신은 2476억원으로 전년(2010년)도 같은 기간(568억원)보다 무려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간 수치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2010년 말 현재 가계여신은 847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556억원)보다 약 3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강 회장은 최근 HSBC 서울지점 인수 추진도 진행 중이다. HSBC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

강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HSBC 서울지점 인수가) 무산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쉽게 무산되지 않는다. 잘 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이와 함께 조만간 산은캐피탈 내부의 법인카드 라이센스를 이용해 개인에게도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당국과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강 회장이 개인대출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수신기반을 확보해 민영화에 차질을 빚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해 10월 국회정위원회는 산은금융지주 매각과 관련 점포수가 적고 성장기반 확충이 미흡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국회 재정위는 “산은 금융지주 계열의 산업은행은 점포수가 73개에 불과해 성장기반 확충이 미흡하고 수익성, 자산건전성 등 재무지표가 부실, 시장매력도가 낮아 기업 가치에 따른 적정가격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면서 “금융위원회도 민영화를 위한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매각계획의 실현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지분 매각 계획도 2013년에서 2014년으로 전격 연기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강만수 회장이 개인 수신기반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민영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기업대출보다는 개인 수신에 더 초점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금융 시장 이미 포화상태 자본 낭비 우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정부자금으로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개인금융에 도입하는 것은 시간과 자본낭비라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수신 상품 ‘KDB다이렉트 뱅킹’ 역시 실망스럽다는 게 금융권 내부의 견해다.

이 상품은 작년 9월 첫 출시돼 2011년 12월26일 현재 2000억원 판매하는데 그쳤다. 강만수 회장의 첫 작품이자, 산업은행의 첫 개인금융 상품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런 수치다.

현재 추진 중인 신용카드 진출과 HSBC서울지점 인수 역시 정부자본만 낭비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신용카드 진출의 경우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지난 해 금융지주사의 카드분사가 잇따르면서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동안 기업금융에만 치중한 산은금융지주까지 나선다면 자본과 논란만 부축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최근 카드분사를 시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반대로 승인이 보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카드 증가세를 막기 위해 마케팅 비용 및 카드 발급까지 규제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신용카드 진출은 사실상 자금만 축 낼뿐 실효성은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게다가 만약 금감원이 산은금융지주 개인 신용카드 승인을 승인한다면 특혜 논란만 가중될 수 있다.

HSBC 서울지점 인수 역시 시너지 효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다. 최근 산업은행은 HSBC 국내 개인금융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상 지점 수는 11개다. 국내 1000개가 넘는 지점과 비교한다면 사실상 인수를 한다고 해도 경쟁자체가 안 된다.

무엇보다 개인금융 비중 증가로 자칫 수출기업이나 중소기업 지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민영화 추진을 위한 개인금융 진출은 이해하지만 자칫 무리수를 정책 드라이브를 강행해 산업은행 고유 업무만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승희 기자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책은행이 일반 외국계 금융회사를 넘보는 것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개인금융은)국내 은행에서도 이미 포화상태다. 그런데 국책은행마저 진출한다면 (투자한 규모만큼의) 이익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사무총장은 또 “산업은행은 고유 업무에 맞게 해외진출에 열을 올려야 한다. 국내에서 경쟁해봐야 시너지나 서비스가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엇보다 외국 매물(HSBC 서울지점)을 국내 세금으로 앞장서서 사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금융권 전문가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의 민영화 작업은 공감하지만,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로 은행 고유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문제가 있다”면서 “산업은행이 만약 개인금융에 치중해 기업대출이 줄어든다면 결국 수출기업과 중소기업들에게만 피해가 되돌아 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강만수 회장이 카드진출 등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미 시장에서 포화상태이거나 실패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시장에 신뢰를 주고 안정적인 민영화를 추진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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