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포괄수가제는 선택 아닌 필수

[기고]포괄수가제는 선택 아닌 필수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2012.04.18 07:15

건강보험의 미래는 불안하다. 우리 국민과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료비가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의료비는 경제성장률보다 2.5배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이처럼 의료비가 급증하는 이유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도는 검사, 약, 입원기간 등 환자가 받은 모든 치료에 대해 각각 진료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가 7월부터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백내장 수술과 같은 7가지 단순한 질환에 대해 적용해 본 후 다른 질병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포괄수가제란 환자가 받은 검사, 약, 입원기간 등에 관계없이 질병별로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병의원에 지불하는 제도다. 이렇게 하면 행위별 수가제도로 인한 과잉진료를 막을 수 있다. 대부분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들이 일찌감치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검사나 약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도입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가 포괄수가 진료비, 환자분류체계 등을 정할 때 의료계와 협의 없이 밀어붙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포괄수가 진료비가 낮게 책정돼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할 수 없게 되고 의료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포괄수가제 도입 이후 의료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난 10여 년간 원하는 병의원들을 중심으로 포괄수가제를 적용해왔지만 의료의 질이 떨어졌다는 증거는 없었다. 외국에서도 포괄수가제 도입 이후 의료의 질에 큰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지난 2월 정부와 의료계가 포괄수가제 도입에 합의할 당시 보건복지부는 충분히 협의해가면서 포괄수가제를 도입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의료계가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진료비 통제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건강보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포괄수가제 도입에 대해 찬반을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포괄수가제를 어떻게 도입할지 함께 고민할 때이다.

정부는 의료계가 신뢰할 수 있는 대담한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의료계도 국민과 의료계가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하면 포괄수가제 도입을 계기로 적정 수가, 진료 자율권, 전문과목간 균형수가와 같은 의료계 오랜 숙원을 이루어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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