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해외서 재도약 승부

'제빵왕' 해외서 재도약 승부

이정흔 기자
2012.04.24 10:47

[머니위크]CEO In & Out/허영인 SPC 회장

1988년 서울 광화문에 들어선 파리바게뜨 1호점. 30여년이 지난 지금, 파리바게뜨는 전국 30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제과브랜드가 됐다. 당시만 해도 후발주자였던 파리바게뜨를 '독보적인 1위 브랜드'로 키울 수 있었던 것은 허영인 SPC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로 파리바게뜨의 프랜차이즈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가맹사업이 주력인 SPC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가맹점주와의 상생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서 허영인 SPC 회장의 '묘수'는 무엇일까. 국내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를 이끌어 온 그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발등의 불' 모범거래기준안…반전 기회?

도대체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길래 이토록 논란이 되는 것일까.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에 우선 적용되는 이번 안에 따르면 인접거리 내 중복 출점 금지, 매장 리뉴얼 시 본사 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존 가맹점이 폐점 후 재출점하는 등 몇몇 예외상황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500m 내 신규 출점이 금지된다. 5년 내 리뉴얼 강요 역시 금지되며 만약 본사가 100% 비용을 투자한다면 리뉴얼이 가능하다. 그 외에 리뉴얼 비용은 가맹본부가 20~40%까지 지원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1년 폐점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23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1%에 해당하는 업체가 중복 출점과 리뉴얼 강요를 언급했다"며 "프랜차이즈 업계 역시 이와 관련한 문제의 공감대가 있었던 만큼 가맹본부와 가맹점간 동반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 허영인 SPC 회장
▲ 허영인 SPC 회장

SPC 측은 이미 2011년 8월 '동반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공정위의 이 같은 취지에 공감을 표한 바 있다. 허 회장은 당시 "가맹점주가 커야 본사도 성장할 수 있는 만큼 기존 가맹점주를 최대한 배려하겠다"며 "신규점포 출점 시 인근 점주와 협의하고, 신상권 중심으로 점포를 개발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2010년 무렵부터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본사 간의 불공정거래 사례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허 회장이 직접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 발표와 관련해서도 파리바게뜨 측은 100%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한 재정적 타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3000여개 파리바게뜨 가맹점 중 500m 내에 위치하고 있는 점포의 비율은 44.5%. 이번 규제안의 경우 기존 점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신규 출점 부분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수가 늘어 시장이 포화상태인 만큼 매출 성장세가 이미 정체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인테리어 비용 부담까지 떠안는다면 수익은 막히고 지출은 늘어나는 구조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매장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인테리어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치를 내면 1개 매장당 리뉴얼 비용은 약 5000만원. 현재 3000여개 매장 중 카페형으로 전환된 1000여개 매장을 제외하고, 앞으로 10년간 2000여개 매장을 리뉴얼한다고 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1년에 100억원 정도다.

SPC 관계자는 "단순계산인 만큼 추정치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영업이익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동반성장을 위한 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삼겠다는 허 회장이 한편으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위기에 강한 '제빵왕'…이번엔 해외사업

이번 공정위의 모범거래기준안으로 인해 '신성장 동력'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에서 허 회장이 눈 돌리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해외사업 부문이다.

SPC는 지난해 동반성장전략 발표 당시 국내 위주의 성장 중심축을 해외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중심으로 현재 80여개에 이르는 중국 매장을 대폭 늘리고, 미국에서는 교포상권 위주에서 벗어나 주류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허 회장 역시 지난 3월30일 베트남 호찌민시 까오탕시의 파리바게뜨 글로벌 100호점 개점에 참석해 현장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열성적으로 해외사업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허 회장의 경영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이번 방문은 글로벌 비전 발표 직후 첫 행보인 만큼 앞으로 글로벌 경영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허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맛으로 세계를 경영해 나가겠다"며 "2020년까지 60개국 3000개 매장, 2조원 해외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허 회장의 전략이 글로벌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도 그럴 것이 허 회장은 이미 국내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일컬어질 만큼 프랜차이즈 사업과 관련한 노하우가 풍부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어린 나이에 아버지 허창성 명예회장이 운영하던 삼립식품에 입사, 밑바닥에서부터 제과·제빵 분야의 사업경험을 쌓아왔다. 81년 삼립식품의 계열사인 샤내 대표를 맡으면서 독립한 이후 외환위기 때 법정관리에 들어간 모기업 삼립식품을 역으로 인수해 살려낸 것 역시 그였다. 삼립식품 대표를 맡은 직후 제대로 된 제빵과정을 배우기 위해 미국 유명 제빵학교 AIB에서 연수를 받았을 정도다.

따라서 오랜 시간 다져온 그의 사업 노하우와 경험, 그리고 전문지식과 열정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시장에서도 한국의 맛을 충분히 각인시킬 것이라는 회사 안팎의 기대가 높다.

반면 우려도 적지 않다. 빠른 시간 안에 매장수를 확대하는 등 규모의 경제로 성장해온 국내의 사업전략을 해외에서는 단시간 내 구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진출 10년이 지났는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해외사업 성공이 어렵다는 방증 아니겠냐"며 "그러나 지금부터 본격적인 도전인 만큼 제빵왕 허영인 회장의 글로벌 승부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프로필>

▲1949년 출생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94년 샤니 회장 ▲1994년 비알코리아 회장 ▲1994년 파리크라상 회장 ▲2002년 삼립식품 회장 ▲2004년 SPC그룹 회장 ▲2008년 제1회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 ▲2010년 프랑스 정부 공로훈장 오피시에 ▲2011년 제11회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 글로벌경영부문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