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마저 유럽을 버리고 있다

유럽마저 유럽을 버리고 있다

권다희 기자, 김국헌
2012.05.25 13:57

(상보)유로자산 매도 가속화…본드런 우려 고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럽 초대형펀드들이 유로표시 자산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2위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와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트레드니들은 최근 며칠 간 유로 익스포저를 줄였다.

3년 전 크레디아그리꼴과 소시에떼제너럴의 자산운용사업부가 합병해 탄생한, 운용규모 6590억유로의 아문디는 일부 유로 표시 채권을 매도하고 달러 자산을 사들였다.

운용규모 730억파운드의 영국 최대 자산운용사 트레드니들도 유로 추가 하락을 예상하며 유로 익스포저를 줄여왔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가능성이 최근 들어 고조된 영향이다.

에릭 브라드 아문디 글로벌 채권 대표는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유로존이 붕괴되지 않으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최근 몇 주 간 시장 참가자들은 유로존 붕괴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통화 전문투자펀드인 머크이네스트먼츠도 대표펀드에 보유 중이었던 모든 유로를 이번 달 처분했다.

머크 인베스트먼츠의 악셀 머크 최고경영자(CEO)는 "마지막 유로를 지난 15일 매도했다"며 "과정이 얼마나 문제를 겪을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차드 매티 스탠다드라이프인베스트먼츠 투자 책임자도 유럽 주식과 채권 투자비중을 지난 2년 간 벤치마크보다 낮게 뒀다.

그는 "이 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유로가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변국 주식 익스포저를 제로에 가깝게 줄여 온 네일 윌리암스 에르메스 펀드매니저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입안가들이 시장을 확신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아문디는 정책입안가들이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충분한 방화벽 구축에 실패해 위기가 스페인·이탈리아 등 더 큰 경제권으로 확산될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럽 '본드런' 우려는 상당히 구체적인 자료들이 뒷받침된 상태로 확산되고 있다.

JP모간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9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시장의 10%를 넘는 규모로 각국 국채를 팔아치웠다고 추정했다. 이탈리아 국채 매도 규모는 2000억유로, 스페인 국채 매도 규모는 800억유로로 짐작된다.

매트 킹 씨티그룹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독일의 TARGET2(유럽간 자동화 실시간 결제이동시스템)를 분석해 이탈리아에서 지난해 중반부터 현재까지 국내총생산(GDP)의 15%에 육박하는 2300억유로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갔고, 같은 기간 스페인에선 GDP의 약 10%인 1000억유로가 이탈했다고 추산했다.

킹 애널리스트는 "추가 정책이 없다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각각 2000억유로씩 더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아직 팔아야 할 채권이 많단 점이 더 심각한 문제다. JP모간은 외국인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국채 8000억유로, 회사채 5000억유로, 주식 3000억유로를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이 최근 며칠간 유로 매도를 강화하며 유로는 3주간 5% 급락했다. 24일에는 22개월 저점인 유로당 1.2514달러까지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무질서한 유로존 탈퇴가 발생할 경우 유로가 달러대비 1대1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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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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