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거듭제곱'의 공포

속수무책 '거듭제곱'의 공포

이건희 재테크칼럼리스트
2012.10.07 09:37

대출 이자, 쉽게 생각했다간 재앙… '복리의 힘' 잘 다스려야

경제생활 중 저축과 투자는 물론 소비와 대출에서도 복리의 개념은 중요하다. 복리의 힘에 의해 장기적인 운명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복리로 돈을 늘리면 축복이고 복리로 돈을 빌리면 재앙이 된다.

연 7% 수익률로 돈을 굴릴 경우 40년 후에는 14배, 연 10% 수익률일 때는 45배, 연 15% 수익률일 경우엔 268배로 늘어난다. 대출 시 갚아야 할 돈 역시 이자율에 따라서 이만큼씩 늘어난다.

적은 돈이라도 최대한 아끼면서 모으고 돈 빌리는 것을 무섭게 여기는 사람과, 소비하고 싶은 만큼 소비하고 당장 돈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대출을 받는 사람은 세월이 흘러갈수록 복리의 힘에 의해 경제력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불과 2% 더 높은 이자율의 상품을 찾아서 돈을 넣더라도 40년 뒤에 원리금은 2배 이상 더 많아진다. 특히 요즘 노후문제가 미래의 가장 큰 화두인데, 경제적인 삶의 태도가 어떠한지에 따라 노후의 경제적인 안락감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적인 노후대책의 기초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복리효과는 기간이 길수록 더 커지므로 가급적 나이가 적을 때부터 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대출받는 것을 무조건 금기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받았을 때 지불하는 이자로 인해 자산이 줄어드는 마이너스 효과에 비해, 그 대출금을 다른 데 사용해 대출이자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이 들어오게끔 플러스 효과를 얻어낸다면 대출을 잘 활용한 것이다.

이러한 레버리지 기술도 투자에서는 익혀야 할 기술이다. 신용이 높을 때 저금리 대출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정책적인 혜택에 의해서 개인이나 기업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다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대출을 받고 동시에 대출금리보다 수익률이 높은 채권이나 기타 투자대상에 돈을 넣는 식이 가능하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대출과 투자의 복합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흔치 않아 노련한 투자가가 아닌 이상 대출과 투자를 동시에 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투자수익이 예상대로 들어오지 않더라도 대출이자는 애초 약정한대로 정확하게 계속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의 불확실성을 감안하지 않고 높은 레버리지의 무리수를 뒀다가 큰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신용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예상치 않게 시장이 폭락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져 주가가 하락해 반대매매를 당하는 식이다. 파생상품인 주식선물·외환선물 등에서는 증거금의 몇배 만큼 투자하는 것이 보편적이며, 대박 수익률까지 가능한 옵션 투자에서 실패하면 깡통을 차게 된다.

역시 수익률의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며 담보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거나 전세를 끼고 구입했다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레버리지 효과에 의해 손실률도 확대된다. 근래 하우스푸어의 상당수는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출금 갚으려고 추가 대출받는 것은 금물

제도권에서 단리로 돈을 빌리더라도 기존에 대출받은 돈의 원리금을 갚기 힘들어 다른 곳에서 돈을 추가로 빌려 기존 대출금의 원리금을 갚는다면 복리로 대출금이 늘어나는 결과가 된다.

원리금의 만기상환이 도래한 기관에서 다시 돈을 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출받은 금액이 늘어나면 최초 원금의 이자에 복리로 다시 이자가 붙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빌린 돈은 생활의 다른 부분을 희생하더라도 추가대출이나 신규대출 없이 애초 계획대로 상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또는 형편 닿는대로 원리금을 단계적으로 갚아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불해야 할 금액이 복리로 늘어나는 경우는 도처에 있다. 아파트 관리비처럼 크지 않은 금액도 연체하면 이자가 복리로 늘어난다. 1년 동안 밀리면 최대 114%의 연체료가 붙을 수 있다.

국토해양부가 정한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의하면 아파트 관리비 미납 시 부과하는 표준 연체료율은 1~2개월에 2%, 3~4개월에 5%, 5~8개월에 10%, 9~12개월에 15%, 1년 이상은 20%다. 아파트 관리비를 1년 동안 내지 않는다면 연체료율이 복리로 매겨지면서 이자가 불어나 연체료가 무려 114%까지 올라간다.

마이너스 통장의 잔고를 평소 마이너스로 해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경제관념상 금기해야 할 사항이다.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도,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로 늘어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율이 연 10%라면 1년 뒤에는 실질 이자율이 연 11%, 24개월 뒤에는 연 12.1%, 36개월 뒤에는 연 13.4%로 계속 올라가면서 원리금 합계가 늘어난다.

매달 이자가 마이너스 통장에서 자동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편리해 아무 생각 없이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면 편리함 이상의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은 평소에는 잔고를 마이너스로 해놓지 않고, 예상치 않게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며칠 동안 한시적으로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체이자도 복리로 계산

최근 20대 청년들의 대출금이 크게 늘어나 8조8479억원에 달하고 이 중 미상환 금액이 6조9706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금융감독원 자료). 이들이 대출받은 금융기관은 대부분이 은행(전체 대출액의 76%)이다. 저축은행은 12%다.

하지만 20대 가운데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는 2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는데 특히 이들의 78%가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 10% 미만의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20%대의 저축은행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갚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갚지 못한 빚이 계속 남자 점점 고금리 대출 쪽으로 가게 됐고 빚의 총액도 복리로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가장 무서운 복리 대출은 비제도권의 고금리 복리 사채다. 그다지 크지 않았던 대출금이라도 이자에 이자가 붙으면서 원리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간다. 월복리로 이자를 부과하면 100만원이었던 대출금이 순식간에 1000만원으로 늘어나고, 1000만원 대출금은 순식간에 1억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

시중은행도 연체이자는 복리로 계산한다. 일반 시중은행의 연체이자는 14~29%선이다.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연체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채무자가 대출금을 일정기간 안에 갚을 수 있는 '기한이익'이 1개월이 지나면 상실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상금리와 연체금리의 법정 상한선은 39%다. 대부업체의 경우 12만7000여명이 1조2000억원을 담보대출로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한이익 상실 시점부터 원금에도 연체이자가 붙는다. 따라서 한달 뒤 이 원리금에 또 연체이자가 붙는 복리효과에 의해 갚아야 할 돈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신용카드 쪽도 문제가 심각하다. 6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평균 1.85%이고, 2011년 3분기 기준 30%에 가까운 이자를 내는 리볼빙 잔액이 6조원에 달한다. 서민들이 고금리 대출을 쓰는 상황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도 되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금융개혁이 다음 정부에서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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