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수 대표 등 BCG 출신 요직 발탁 "'젊은 경영', 브레이크 잃었다"

외환위기 이후 '샐러리맨 성공 신화'로 경영 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웅진그룹이 지주회사의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몰락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그 중 재계의 공감을 사는 분석의 하나는 윤석금 회장의 '남달랐던' 컨설턴트 중용이다. 윤 회장이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그룹 외형을 키우는 과정에서 외부 인사들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게 화를 불렀다는 것이다.
4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신광수 대표(43)를 포함해 보스턴컨설팅 그룹(BCG) 출신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BCG는 맥킨지, 베인앤컴퍼니와 함께 기업 M&A나 신사업 전략을 조언해 주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다.
업계 안팎에선 사업다각화를 통해 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던 윤 회장의 의지와 젊은 컨설턴트 출신 임원들의 공격적인 성향이 맞아 떨어져 M&A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M&A에 앞서 외부 자문을 받더라도 최종 결정은 경영자가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이 그룹 외형을 불리는 과정에서 30, 40대의 젊은 해외 MBA 출신들을 중용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컨설턴트 출신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들을 지나치게 과신한 것이 패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BCG 컨설턴트 출신이 웅진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04년 부터다. 윤 회장은 당시 34세였던 윤석환 전 웅진코웨이 영업전략부문장을 그룹 계열사 전체를 조율하는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했다. 그는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BCG에서 웅진그룹의 중장기전략 수립 작업을 자문하다 2004년 2월 이사로 스카우트됐다. 기조실장은 사실상 사장급이지만 나이를 감안해 공식 직급을 이사로 했다.
윤 전 실장은 당시 극동건설 M&A를 비롯해 그룹 성장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웅진은 2007년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그 해 8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로부터 극동건설을 사들였다.
극동건설 인수는 웅진을 위기로 몰고 간,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웅진홀딩스는 당시 시장 예상치의 2배가 넘는 6600억원을 주고 극동건설을 인수했다. 윤 전 실장은 그해 말 극동건설 전략기획실장으로 옮긴 뒤 2009년 웅진그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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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웅진홀딩스를 이끄는 신광수 대표와 김윤주 상무보(CFO·35)도 BCG 출신이다. 신 대표는 윤 회장과 모든 현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게 독대할 수 있는 실세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계열사 5곳의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신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 출신으로 2006년까지 BCG에서 경영전략 실무를 쌓았다. 2005년 BCG가 연 전략올림픽대회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은메달을 받아 사내 최고 전략가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이후 2006년 윤 회장의 '젊은 피' 대열에 합류, 웅진씽크빅 경영기획본부장, 북센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0년 3월 홀딩스 대표를 맡았다.
김 상무보는 신 대표와 BCG에서 함께 근무한 경력 덕분에 2010년 4월 CFO로 영입됐다. 그는 현재 일신상의 사유로 한 달째 휴직 중이다. 이들 외부 출신 인사는 비슷한 직급의 임원들에 비해 많게는 15세 이상 젊다.
웅진은 윤 전 실장과 신 대표가 기조실장을 지내는 동안 극동건설을 포함해 웅진케미칼(2008년), 서울상호저축은행(2010년)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잇단 인수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 웅진의 재무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나 웅진 관계자는 "파격적인 인사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컨설턴트 출신들이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