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 국민이 공감하는 건강보험료 개혁 방법은?

[기고]전 국민이 공감하는 건강보험료 개혁 방법은?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2013.08.19 06:30
이규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이규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소득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듯이, 건보료도 당연히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해야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이에 많은 국민들이 정부가 건보료를 소득 기준으로 부과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건보료에 불만이 많은 영세 지역가입자들은 이 부과기준 개선에 유독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건보료의 소득중심 개편을 시기상조로 본다. 무엇보다 지역 가입자의 실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필자는 이제 소득 파악 문제로 시기상조론을 펴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다른 나라들의 동향만 살펴봐도 시기상조론은 설 자리가 없다.

건보료를 소득기준으로 부과하는 다른 나라들은 보험재정은 하나의 기금으로 단일화하면서 보험료 부과도 국민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단일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까지 건보료 부과만큼은 '직장'과 '지역'으로 나누어 하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재산이나 자동차, 심지어 전세보증금에도 보험금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왜 건강보험을 통합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험재정을 하나로 통합한 독일이나 네덜란드 역시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근로자 소득처럼 유리지갑으로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정을 같이 사용하면 돈 내는 방식도 같아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근로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연금소득자는 연금소득을 기준으로, 실업자는 실업수당을 기준으로, 사업자는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각각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방식으로 하자고 하면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문제를 들고 나와 직장가입자가 되레 불리해진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건강보험 통합 당시인 2000년에는 자영업자 소득이 근로자보다 높아 보험료 부과를 단일체계로 하면 못 사는 근로자들이 잘 사는 자영자를 돕는 꼴이 됐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직장가입자로 전환됐다. 국세 행정도 발달해 신용카드 사용률도 높아졌고, 현금영수증 도입으로 소득의 노출도가 2000년에 비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제는 근로자의 소득이 자영업자보다 높아 보험료를 단일체계로 부과해도 '보험료가 역전되는'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료 부과체계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료 부과체계를 단일화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단일부과체계를 만들 수 없다. 보험료 부과를 위한 소득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세 행정을 통해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농민이나 어민은 사업자 번호가 없고, 영세사업자는 부가가치세 간이사업자가 돼 기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있다. 하지만 이 문제도 다른 국가에서는 이미 해결했다.

소득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는 자영업자의 경우 대만에서는 평균 보험료를 책정한 뒤, 보험료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을 영세상인은 60%, 농어민은 70%, 저소득층은 90%, 소득이 전혀 없는 계층은 100% 경감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국고지원 범위 안에서 부과체계를 충분히 단일화할 수 있다.

설령 소득기준으로 단일화한 후 근로자가 다소 불리해지더라도 제도를 개혁해 퇴직 후 연금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면 재산이나 자동차, 전세금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현 방식보다 보험료가 훨씬 줄어든다. 근로자 전 일생을 놓고 보면 자영업자보다 더 불리할 게 없다. 이제 남은 문제는 단일화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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