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석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높은 청년실업률은 대한민국 모든 청년들에게 넘기 어려운 장벽으로 실존하고 있으며 그들을 좌절과 분노와 자포자기로 내몰고 있다. 청년실업은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25세 청년이 1년간 실업상태로 있는 경우, 단기소득은 약 3700만원 정도 감소하나 평생소득은 이것의 7배가 넘는 2억8000만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식 청년실업자 중 약 50%에 해당하는 18만명이 소득손실을 입을 경우 단기 국가적 비용은 6조6600억원, 장기 국가적 비용은 50조4000억원에 이르는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금전적인 손실도 상당하지만 실업을 감수해야 하는 청년들의 정신적·심리적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하늘을 찌르는 자신감과 장대한 포부,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푸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에게 사회는 그의 입장을 거부하며 청년실업이라는 높은 만리장성을 쌓은 것이다.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자화상이고 희망이며 꿈이 이루어지게 하는 주체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과 꿈은 높은 청년실업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절망과 분노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고를 기록한 74.8대 1의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과 1983년 5월 31.5%를 기록한 이후 올 5월에 최저치인 15.1%로 추락한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취업자 비중’이 청년들이 겪고 있는 취업난의 현주소를 절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성장으로 촉발된 높은 청년실업이 이제는 저성장을 고착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저성장과 청년실업이 서로 꼬리를 무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저성장 트랩(trap)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시급한 것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창업이 활성화되고 창업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높은 청년실업률을 낮춰야 한다.
8%에 육박하는 청년실업률의 질곡으로부터 청년들을 해방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청년창업만 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청년창업은 윈-윈-윈, 즉 일거다득(一擧多得)이기 때문이다. 친구나 가까운 선후배와 함께하는 청년창업은 자신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다른 청년의 일자리까지 만들어 주니 윈-윈이다. 창업기업이 실패해도 창업해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체험해 축적하게 되는 무형자산이 많아 또 다른 윈이 된다. 창업에 참여한 친구, 선후배들은 불같은 열정을 이끌어내고 한 곳으로 모아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리더십을 함양하고 인사관리, 재무관리, 마케팅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많은 분야를 현장에서 배우고 익히게 된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직접 체험하며 냉혹한 적자생존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도 경험한다. 창업해서 얻는 이런 현장경험과 지식들은 미래를 개척하는 청년들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남게 된다. 그러므로 청년창업을 활성화시키고 창업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하며 그 노력의 일환으로 여기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청년창업기업에게 정부가 직접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방안이다. 청년창업기업들이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조달에 있다. 가족, 친척, 친구 모든 사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긁어모은 자금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창업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재정절벽 너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을 정부투자로 막아야 한다.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융자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기업이 실패하면 상환부담도 없어지고 성공하면 정부도 투자지분에 대한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가가 창업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당위성은 ‘시장의 실패’에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 시장에 5년 미만 된 창업기업이 설 자리는 없다. 아무리 전도가 유망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5년 미만의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는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유발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국가도 성공창업이 가져다 줄 미래 일자리 창출 기회를 모두 포기하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정부가 투자시장에 직접 뛰어들어야 한다. 청년이 실업자가 되어 발생하는 만만찮은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대신 창업에 성공해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재정 집행이라고 생각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청의 ‘창업기업자금지원사업’의 예산 1조2500억원은 모두 융자를 위한 것이다. 그래서 융자받은 기업이 실패할 경우 신용불량자 낙인은 피할 수가 없게 돼 있다. 국가 예산으로 기업에 투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골치 아픈 여러 문제점들을 회피하기 위해 자금의 수요자가 아닌 공여자 중심으로 사업을 설계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실패를 기업가보다 공무원이 더 무서워해야 하는 시스템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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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방안은 실패한 기업가의 부활을 적극적으로 돕는 ‘패자부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창업했다 실패하면 패가망신과 함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패자부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 시스템을 철거하고 ‘실패해야 성공한다’는 명제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한다. 즉 실패했을 경우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 심리적 멍에의 무게를 국가가 덜어줘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느끼는 창업실패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재기를 꿈꾸는 기업가가 융자 형태나 투자 형태의 자금지원을 신청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해 실패는 진정한 성공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창업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기업경영에 최선을 다했으나 불리한 경제 여건이나 제3의 요인 때문에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가는 실패 경험이 없는 기업가보다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반영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엔젤투자자들처럼 실패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라도 새로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으면 과거 사업에서 검증된 CEO의 자질과 역량을 반영해 투자 시 우대하는 패자부활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도 구축되어야 한다.
셋째 청년창업 활성화에 기업들도 적극 동참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창업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에 팔 걷고 나서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를 이유로 해외에서 대부분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높은 청년실업의 필연적 결과로 발생하는 국가적 복지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들의 청년실업 완화 노력은 윈-윈의 달콤한 보상을 가져올 것이다.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창업 성공률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는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 BI)를 건립 또는 확장하고 운영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전체 창업기업의 성공률은 5% 내외지만 BI 입주기업들의 성공률은 20%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만약 대기업이 BI를 설립하고 풍부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 입주기업을 보육한다면 창업 성공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대기업이 대학교에 강의실이나 강당을 지어주는 대신 BI를 건설해주고 은퇴한 전문가 풀(pool)을 입주기업 보육활동에 활용한다면 창업 성공률이 제고될 것이고 이는 다시 청년창업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또 노령 인력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 보육사업에 참여해 입주기업들을 보육하다 보면 각 기업들의 미래성장 가능성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덤으로 얻게 된다. 모든 투자자들이 얻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 이런 정보를 활용해 투자하고 M&A를 한다면 일석이조의 성과도 올릴 수 있다. 220만㎡(67만평)에 달하는 스웨덴의 시스타사이언스시티(Kista Science City)는 대기업 에릭슨(Ericsson)과 IBM, 왕립공과대학, 스톡홀름시가 공동으로 세운 과학도시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대학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윈-윈하는 사업을 창업보육센터 건설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