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19일 만에 '돌아온' 전력 300만kW

[르포]219일 만에 '돌아온' 전력 300만kW

고리(부산)=김평화 기자
2014.01.12 11:00

신고리 1·2호기 재가동…고리원자력본부 시찰

10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에 자리잡은 신고리 1호기와 신고리 2호기.
10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에 자리잡은 신고리 1호기와 신고리 2호기.

10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 삼엄한 검문을 받고 본부 내로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약 3분정도 언덕을 오르자 돔 모양의 신고리 1·2호기와 건설 중인 신고리 3·4호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25층 높이로 5중 방호벽을 갖춰 설계된 원전은 비행기 충돌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졌다.

고리본부엔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1978년 준공)를 포함해 원전 6기가 운영되고 있었다. 2015년 6월엔 신고리 3·4호기가 준공될 예정이다. 이 경우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전력소비량의 66%를 고리본부에서 담당할 수 있다. 이번에 재가동된 신고리 1·2호기는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바탕으로 안전성을 향상한 개선형경수로로 각각 100만㎾급이다. 국내 총 발전량의 3.3%(158억 kWh)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한다.

고리본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올랐다. 시야에 걸리는 섬 하나 없이 수평선까지 펼쳐진 바다의 바로 옆 암반 위에 발전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발전소가 암반 위에 지어지는 이유는 혹시 모를 지진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가까운 바다에는 높이 10m, 길이 2.1km의 콘크리트 방벽이 세워져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워진 벽이다.

지난해 5월 원전부품비리로 인해 가동을 멈췄던 신고리 1·2호기가 재가동 준비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계통병입을 앞둔 신고리 2호기 발전소안은 분주했다. 경비도 더욱 삼엄해졌다. 공항 출입국 심사장처럼 일일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쇠로 된 회전문을 지나쳐 주제어실에 도착했다. 이곳은 발전정보를 총괄해 통제하는 곳이다. 모니터와 버튼들이 세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추가 작업이 필요한 곳에는 모니터에 흰색 불이 들어오게 된다. 대부분의 모니터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10여명의 운전원들은 마무리 작업을 수행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선 5명이 1조를 이뤄 1일 3교대로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근무한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신고리 2호기는 7개월여 만에 재가동을 시작했다. 한수원은 1만여 한수원 직원들의 뼈를 깎는 반성과 사죄를 통해 재가동되는 원전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지난 7개월간 밤낮없이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집과 발전소만 맴돌았다고 한다. 수능을 앞둔 자녀의 어깨를 두드려 주지도 못하고, 갓 태어난 아기와 눈을 마주하지도 못했던 직원도 있었다.

부품 테스트와 안전성 평가 등의 업무를 맡은 이종호 차장(55)은 지난 몇 개월간 가슴통증에 시달렸지만, 병원을 찾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결국 지난해말에야 검진차 병원을 찾았고, 그 자리에서 수술을 받았다. 심각한 심근경색이었던 것. 이 차장은 "모든 직원들이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하는데 어떻게 저만 병원에 갈 수 있겠냐"며 "그동안 진짜로 아플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난해 5월 이후 고리본부 직원들은 길이 6km에 달하는 케이블, 무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제어케이블을 모두 걷어내고 교체해야 했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입증된 케이블을 공수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신규 케이블은 과거 검증된 케이블과 비교해 성능이 더욱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LOCA 환경시험(냉각재상실사고 환경에서의 시험)을 거쳤다. 안전성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다. 원전 운영허가 기간인 40년이 지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40년이 노후된 케이블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를 거쳤다. 케이블 교체와 품질서류와 관련된 내용을 설명하는 주민설명회도 열었다.

이달 2일,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원전 3기의 재가동 승인을 얻었다. 가동을 멈춘 지 219일만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까지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가 100% 출력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잃어버린’ 전력 300만kW가 다시 돌아오게 됐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뼈를 깎는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는 원전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이번 원전 가동 중단 사건을 계기로 삼아 전 과정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는 한편, 설계사, 공급사, 정비업체, 시험기관 등 원전산업 전반을 점검하고 혁신하는 계기로 활용할 방침이다.

3100톤에 달하는 고압터빈, 저압터빈, 발전기 등이 위치한 터빈실의 모습. 터빈들은 분당 1800바퀴를 회전해 전력을 생산한다.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를 열에너지로 바꾼 뒤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3100톤에 달하는 고압터빈, 저압터빈, 발전기 등이 위치한 터빈실의 모습. 터빈들은 분당 1800바퀴를 회전해 전력을 생산한다.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를 열에너지로 바꾼 뒤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평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