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는 점수 '숨기고' 초중고는 '알려라'…사교육비 줄어들까

영유아는 점수 '숨기고' 초중고는 '알려라'…사교육비 줄어들까

정인지 기자
2026.04.01 12:10

(상보)미취학은 학원 점수도 학부모에 비공개하도록 법안 추진
초중고는 기초학력 진단 학부모에게 의무 통지로 개정

학원법 개정 추진안/그래픽=윤선정
학원법 개정 추진안/그래픽=윤선정

교육부가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영유아의 경우 학원 점수도 학부모에게 비공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동시에 하루 3시간 이상 '인지교습'을 금지한다. 반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그동안 비공개였던 기초학력 진단 결과를 학부모에게 의무 통지하도록 했다. 학생의 출발점 정보와 학습 수준을 파악하라는 취지다. 사교육업계에서는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불법인지 모호하다"며 "민원이 폭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취학아동, 학원서 3시간 이상 공부 안 되지만 숙제는 가능
인지교습의 예시/사진제공=교육부
인지교습의 예시/사진제공=교육부

교육부는 1일 올해 법령 개정을 준비해 3세 이상~미취학 영유아에게 1일 3시간, 1주 15시간을 초과하는 인지 교습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세 미만에게는 인지교습이 아예 금지된다.

교육부는 인지교습은 '교과목 위주의 지식습득을 목적으로 주입식으로 행해지는 교습'이라며 △숫자 카드를 보여주며 1부터 100까지 순서대로 외우게 하고, 틀리면 다시 반복시키는 경우 △A는 Apple(애플·사과)이라고 칠판에 적고 아이들에게 10번씩 따라 읽게 하거나, 알파벳 쓰기 워크북 등을 매일 일정량 채우게 하는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아이들에게 영어로 책을 읽도록 하는 경우도 인지교습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인지교습'은 추후 논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다만 1일 3시간은 '한 학원 기준'일뿐, 타 학원이나 숙제는 규제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노래로 영어를 배운 다음 관련 영어 단어를 쓰는 워크북을 숙제로 내준다면 문제가 없다. 오전에 A학원에 갔다가 오후에 B학원에 가는 경우도 해당사항이 없다. 결국 현재도 성행하고 있는 '숙제 과외', '프렙학원(시험 대비를 위한 보조학원)'은 막지 못하는 셈이다.

학원 수업 중 평가를 하더라도 학부모에게 점수를 알려줄 수 없고, 수준별 배정 목적으로는 시험을 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안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별도 시험을 응시하는 데에는 제한이 없어 유료 독해진단이 오히려 활성화될 수 있다. 집에서 공부하는 스마트패드의 경우에도 단원별로 진단평가를 보지만 해당사항이 없다. 시험을 위해 사교육을 추가해야 하는 풍선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한 사교육 관계자는 "현재도 아이를 위해 레벨 하향을 권하면 납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있다"며 "점수도 공개가 안된다면 아이가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도 그냥 침묵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표했다.

초·중·고교, 기초학력 진단 강화·대입 정보 제공 확대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한 입시생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5.12.18.   /사진=홍효식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한 입시생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5.12.18. /사진=홍효식

사교육비 경감 정책에서는 반대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기초학력을 의무적으로 학부모에게 공개토록 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된다. 한해 27조원이 넘는 사교육비가 무색하게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이다.

또 내년부터 읽기, 쓰기, 셈하기 수준을 수직 척도로 개발해 초등학교 1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의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에 적용할 예정이다. 수업 중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돕기 위해 1교실 2강사제도 올해 6000개교로 확대한다.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초중고 6만명을 대상으로 방학 중 온·오프라인 1대 1 교과 보충지도를 실시한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과 연계한 연구과제·토론수업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연차적으로 모든 중학교에서 독서 동아리 활동과 연계한 글쓰기·논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교육 수요가 높은 대입 상담과 관련해서는 올해 대화형 대입 정보검색(챗봇) 기능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정량평가 중심 대입 전형을 위해 개인 성적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대학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직 교사 450명으로 구성된 '진로·학업설계 중앙지원단'은 올 하반기까지 1000명 규모로 확대한다. EBS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서는 맞춤형 추천 기능과 6월·9월 모의평가 등 주요 평가에 대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지완 교육부 학교지원관은 "입시 경쟁 완화 등은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해 이번 발표 방안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가 원하니까...지자체는 영유아 영어교육 '강화'

올해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은 영유아에 정조준이 돼 있지만 막상 지자체에서는 영유아 영어 교육 수요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영어 키즈카페부터 영어 뮤지컬, 영어 교육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된다.

이달에 문을 연 서울형 키즈카페 여의동점은 처음으로 시도되는 영어키즈카페다. 4~6세가 대상으로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원어민들이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준다. 별도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비눗방울 불기, 동물 울음소리 등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현재 영등포구민만 우선 예약이 가능하다.

강원도 화천군은 저출산 대책 중 하나로 매년 3~12월 동안 5~7세를 대상으로 하는 키즈 영어 아카데미를 직접 운영한다. 지역의 교육서비스를 높여 정주 인구를 늘리겠다는 목표다. 참여 대상자 선정은 대부분 추첨이지만, 플러스반은 영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천, 경기도 구리시 등에서는 6~7세를 대상으로 영어뮤지컬 교육을 진행하고 경기도 하남시는 어린이 영어특화 도서관을 올해 6월 개관을 목표로 건립 중이다. 어린이·유아자료실과 영어특화자료실, 체험특화공간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부산은 영유아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참여 가능한 영어학습 프로그램 '영어랑 놀자'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형 어린이 영어 교재 '잉글리시 웨이브즈' 개발, 영유아 영어강사 양성과정을 개설해 프로그램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부산영어방송은 지난해 어린이 전용 영어교육 유튜브 채널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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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인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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