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사태로 인한 원유 수급 차질이 3월 수출입 실적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4월부터는 유가 상승과 수입량 감소 등의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역대급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수출에도 일부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6년 3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대비 48.3% 늘어난 861억3000만달러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월 수출액이 800억달러를 넘긴 것도 처음이다.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 연속 역대 동월 최대실적 기록도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서버 중심의 반도체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51.4% 늘어난 32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또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에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된 덕분에 역대급 실적행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후반 이후부터는 석유와 석유 관련 제품 중심으로 중동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수입량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달 원유 수입액은 전년 대비 5% 감소한 60억달러를 기록했는데, 3월 이후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월 후반부터 수입량 감소 영향이 크게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석유 관련 제품 수출도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 급등으로 인한 수출 단가 상승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54.9% 늘어난 51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휘발유·경유·등유에 대한 수출통제가 시작된 지난달 13일 이후부터 수출량은 전년 대비 각각 5%, 11%, 12% 줄어들었다.
석유화학제품 역시 유가 상승에 의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수출액이 전년 대비 5.8% 늘었으나 3월 넷째주부터 수출량은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부터 수출제한에 들어간 나프타의 3월 수출량은 전년 대비 22% 줄었다.
대중동 수출 역시 전년 대비 49.1% 급감한 9억달러로 나타났다. 중동 지역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만 최근 화장품과 식품 등 소비재 중심으로 한국 제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일부 산업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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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는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 상승 영향이 수출입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유가는 급등했지만 수입량은 급감하면서 전체 원유 수입액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관련 제품의 경우 휘발유, 나프타 등의 수출제한 조치 영향이 이달에는 온전히 반영된다.
지난해 기준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4%, 6%로 주요 15대 품목 중 4위와 5위를 차지한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석유 관련 제품 수출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전체 수출 실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고유가와 해상운임 상승은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반도체 호실적이 전체 수출을 이끌고 있지만 경기 둔화와 글로벌 교역 감소 등으로 반도체 수출마저 꺾인다면 전체 수출 역시 감소할 공산이 크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동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수출 전망도 달라질 것"이라며 "단기에 끝난다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겠지만 장기화한다면 세계 경제 부담과 AI 투자 감소 등으로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이 정전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출 우려는 단기에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에 따른 단기 부담은 있겠지만 글로벌 제조업 회복과 반도체 교역조건 개선을 고려하면 수출 호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