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숨진 사람과 사실혼 관계였다는 소송이 발생한 경우 상속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 유족이 소송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불복할 기회를 놓친 사정이 있는데도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의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재판소원이 헌법재판소 정식 판단을 받게 됐다.
헌재는 7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를 열고 재판소원 사건 2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헌재에 따르면 재판소원 사건 접수 누적 2402건 중 25건만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2235건은 각하됐다.
이날 회부된 사건 중 한 건은 이모씨가 이미 숨진 A씨와 사실상 혼인 관계였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씨는 2024년 8월 승소했고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사실혼 관계였다는 점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통상 이 같은 소송에서 숨진 사람의 가족은 피고 보조참가인 신분으로 재판에 참여가 가능하다. 사실혼 여부가 인정되면 상속 등의 법률 관계에 영향을 직접 받기 때문이다.
A씨 가족인 정모씨가 소송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 정씨는 판결 확정 후 1개월 뒤에서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유족급여 부당이득 징수 결정 사전 통지서'를 받고 소송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이씨가 사실혼 관계였다고 판결받으면서 정씨가 1순위 상속인에서 후순위로 밀려서다.
뒤늦게 전말을 파악한 정씨는 지난해 4월 보조참가신청서와 함께 추완항소장(추후보완항소장)을 제출했다. 정씨는 자신이 A씨의 유일한 1순위 상속인임에도 이씨가 고의로 소송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5월 "정씨의 항소기간이 이미 도과했다"며 항소를 각하했다. 정씨가 항소기간을 지킬 수 없던 타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였다. 민사소송법 제173조에 따르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불변기간을 지킬수 없던 경우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소송행위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한다. 정씨에 대한 항소각하 판결은 지난 8월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 판결에 불복한 정씨는 헌재에 재판을 취소해달라며 사건을 접수했다. 정씨는 법원이 민사소송법 제76조 제1항 단서를 형식적으로 적용해 판결의 효력을 직접 받는 공동소송적 보조참가인의 불복기회까지 일률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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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항은 보조참가인도 소송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종결된 소송 절차는 되돌릴 수 없도록 정한다. 정씨는 법원이 헌법합치적 법률 해석 의무 등을 위반함으로써 자신의 재판청구권, 재산권 등이 침해됐다고 했다.
헌재는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이 위헌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전원재판부로 회부했다. 이 사건 쟁점은 △판결의 효력을 직접 받는 공동소송적 보조참가인인 정씨가 자신의 책임과 무관하게 재판절차에 관여하지 못한 채 확정판결 효력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 결과 자신의 법률상 권리나 지위에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경우에도 통상의 보조참가인과 동일하게 일률적으로 불복의 기회를 인정하지 않는 게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이다.
이날 함께 회부된 또 다른 사건은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이 문제가 된 사건이다. 재판소원을 청구한 임모씨는 정산금 지급 소송의 피고였다. 임씨는 지난 2월3일 1심에서 일부 패소했다. 임씨의 소송대리인은 지난 3월9일 항소기록 접수통지와 소송안내서를 송달받았다.
2심 법원은 지난 4월17일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을 1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같은 달 20일 임씨의 대리인은 결정정본을 받았다. 이에 임씨의 대리인은 5월20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같은 달 28일 임씨 측이 제출 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항소를 각하했다. 임씨 측이 즉시 항고했으나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이에 임씨는 "재판청구권을 침해받았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문제가 된 사건을 13건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