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인공지능)발 메모리 공급난 속에 중국이 PC 생산과 첨단 메모리 공급망에서 입지 확대를 노린다. 글로벌 PC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생산을 중국으로 되돌리고, 중국 메모리 업체는 낮은 수율에도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을 추진한다. 삼성전자(229,750원 ▼12,250 -5.06%)와 SK하이닉스(1,495,000원 ▲8,000 +0.54%)에 호황을 안긴 공급 부족이 중국 업체에도 시장 진입 기회를 열어주는 양상이다.
29일 외신에 따르면 HP·에이수스·에이서는 태국과 베트남의 PC 생산 물량 일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닛케이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델도 유사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에 대응해 생산 거점을 분산했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비용 압박에 일부 역전되는 것이다.
메모리·저장장치 가격 상승으로 핵심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자 생산·물류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900달러급 노트북의 CPU(중앙처리장치)·D램·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합산 부품원가 비중은 올해 3분기 약 68%에 달했다. 중국 밖 노트북 생산 비중은 지난해 약 24%에서 올해 21%, 내년에는 20% 미만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중국 위탁생산 업체들도 수주 확대를 노린다. 닛케이에 따르면 대만 주요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들이 AI 서버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초기 개발비·금형비 면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산 메모리 조달망에 대한 접근성도 경쟁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생산 확대가 곧 한국산 메모리 감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지 ODM을 통한 중국산 부품 채택이 늘면 중국 메모리 업체에는 고객 기반을 넓힐 기회가 된다. 한국 업체로서는 조립 장소보다 실제 부품 공급선의 변화가 중요하다.
첨단 메모리에서는 공급난과 미국의 수출 통제가 중국의 국산화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자국 AI 반도체 설계업체들에 HBM3E 샘플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향후 두 달 안에 제한적인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XMT의 HBM3E 수율은 약 20~30%로 전해졌다. 생산품 중 규격을 충족하는 비율이 낮고 가격도 해외 경쟁사의 동급 제품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산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2024년 12월 일부 첨단 HBM의 대중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중국 AI 반도체 업체들은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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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격차는 남아 있다. 로이터 소식통은 CXMT 제품의 시험 성능이 SK하이닉스의 HBM3E보다 이전 세대인 HBM3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제한 생산 추진만으로 한국 업체의 경쟁력을 따라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 업체가 주목할 것은 중국산 메모리의 첫 채택 이후다. 공급난을 계기로 중국산을 시험한 고객사가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확인하면 구매 물량을 늘릴 수 있다. 당장의 기술 격차가 크더라도 공급 부족이 중국 업체에 고객 검증을 통과하고 거래를 확대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