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채, 체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채, 체

나윤정 기자
2006.08.25 12:23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일을 잘 아는 체하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두려워해 의심스러운 것을 어물쩍 그냥 덮어 둔 채 있다가 아전(衙前)들의 술수에 빠지는 수가 많다."

'채'와 '체'는 둘 다 의존명사이지만, 그 쓰임은 다릅니다. 우선 '채'는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이는 ‘옷을 입은 채로' '노루를 산 채로'와 같이 주로 '-은/는 채로'라는 구성으로 쓰입니다.

반면 어미 ‘은/는’ 뒤에 쓰여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체’라고 하는데, 이는 ‘척’으로 바꿔 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그의 말을 못 들은 채 그냥 지나갔다’고 하면 내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상태로 그냥 지나간 것을 말하고, ‘나는 그의 말을 못 들은 체 그냥 지나갔다’고 하면 내가 그의 말을 듣긴 했지만 못 들은 척 그냥 지나간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다음의 예를 통해 그 쓰임을 살펴보겠습니다.

'채'의 경우는 아래와 같습니다.

* 보고서가 발표된 당일에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한 뒤 0.94% 상승한 채 마감했다.

* 며칠 뒤 눈이 그쳐 서둘러 절에 돌아와 보니 동자는 노승을 기다리며 툇마루에 앉은 채 얼어 죽어 있었다.

* 물론 노동을 포기한 채 한탕 헛된 꿈만 좇아 오락실에 들락거린 사람들의 경우 먼저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

'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민들은 공익소송을 통해 권력의 횡포에 대항할 수 있고, 그동안 모르거나 모른 체해 온 권리를 찾을 수 있다.

* ‘언론 권력’을 들먹이면서 언론은 강자이고 정권은 약자인 체해 왔다.

* 사강은 현재 MBC TV 주말드라마 ‘발칙한 여자들’에서 겉으로는 도도한 체하지만 열등감으로 가득 찬 이중적인 성격의 주부 고상미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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