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은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것만으로 소변기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 양을 80%나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을 가진 넛지(Nudge)이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주어진 환경의 사소한 변화를 통해 더 효과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물가안정'과 '동반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넛지 이론으로 무장했다. 기업을 직접 때리기 보단 옆구리를 찌르는 쪽을 택했다.
공정위는 최근 3개 백화점, 5개 TV홈쇼핑, 3개 대형마트 등 11개 대형유통업체들의 판매수수료 수준을 최초로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과 TV홈쇼핑의 의류 판매수수료율은 평균 30%를 넘어 최대 4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10만 원짜리 상품을 팔 경우 3만~4만원 가량을 유통업체가 가져간다는 의미다.
판매수수료율은 주로 납품업자의 거래상 지위가 낮은 의류, 구두, 화장품, 잡화 등이 높게 나타났고, 대기업이 납품하는 대형 가전제품은 낮았다. 막강한 힘을 가진 대형유통업체들이 대기업보다는 중소 납품업체에서 더 쉽게, 더 많은 이익을 떼 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들에게 판매수수료율을 낮추라고 명령하는 대신 수수료 내역을 공개했다. 유통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유통업체들의 자율개선을 유도하고, 납품업체들에게는 스스로 협상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제까지는 납품업체가 다른 납품업체나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율 수준을 알 수 없어 판매수수료 협상시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공정위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직접 넛지를 언급했다. 넛지 이론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법, 제도와 같은 타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문화와 의식을 개선하려는 자율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자율 법준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모든 기업이 윈윈(Win-Win)하는 역동적인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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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옆구리를 찔린 대형유통업체들이 화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