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식품 기한 표시에 대해 식품제조업체, 유통업체, 그리고 소비자 단체 등 여러 이해당사자 간 논란이 있어 몇 가지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식품 기한 표시는 유통기한(Sell by date), 소비기한(Use by date), 최상품질기한(Best before) 등 세 가지다.
이러한 세 가지 식품 기한 표시 방법들은 기본적으로 식품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을 설정, 소비자들에게 권장한다. 식품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간은 유통업자나 소비자들이 제품에 표기돼 있는 보존 방법에 따라 적절한 온도에서 보관되는 기한을 의미한다. 즉, 냉장제품을 실온에 방치할 경우에는 표시된 기한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일반적으로 보존 기간이 긴 식품의 경우에는 품질기한을 사용하고 식품이 상하기 쉬운 경우에는 소비기한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식품의 기한 표시는 식품 보관 특성에 따라 선택돼 사용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해당사자간 선호하는 표시 방법이 상이하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 세 가지 표기 방법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 식품의 저장 특성에 따라 유통기한과 품질유지기한의 두 가지 표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논란은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오해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들은 식품 기한 표시가 누구를 위한 표시인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먼저 식품 유통기한은 유통 판매장에서 언제까지 판매를 하라고 명시하는 것으로 주로 유통업체 위법행위를 단속할 목적이 크다.
식품 제조업체가 유통기한을 정할 때는 판매된 후 소비자들이 최소한의 기간 동안 가정 내에서 보관 후 섭취하는 기한을 감안해 설정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구매 후 가정에서 몇 일내에 섭취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식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분명한 유통기한 정보는 가정 내 음식물 쓰레기 발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소비기한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표기제도다. 해당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이나 안전에 이상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소비 최종시한을 의미한다. 소비기한으로 표기된 식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언제까지 식품을 섭취해야 할 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소비기한 제도 도입은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2009년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약 515만 톤으로 19조600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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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표시에 따른 유통업체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제조업체에 단순히 반품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식품제조업체의 식품 반품 손실 비용도 연간 약 6500억 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비용이 식품 원가상승에 일조하게 되고 가격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소비기한 제도 도입과 함께 유통업체에서도 소비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단순 반품하기보다 가격할인 등을 통해 자구적인 판매 촉진을 하려는 노력에 나서야할 것이다. 소비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 가격을 낮춰서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에도 도움이 되는 한편 물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식품 유통기한이 소비자의 식품 섭취와 법적 책임을 가르는 절대기준으로 오해돼 불필요한 식품 낭비를 초래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