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030년 모든 차량 전기차로...'카본프리 제주'

[르포]2030년 모든 차량 전기차로...'카본프리 제주'

제주=이동우 기자
2016.03.20 16:00

2030년 전기차 100% 대체 등 세계 신재생시장의 시험대로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개막 둘째 날인 19일 닛산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기차를 구경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개막 둘째 날인 19일 닛산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전기차를 구경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지난 18일 찾은 제주도는 봄비가 내려 포근한 기운이 감돌았다. 공항 주변에서 듬성듬성 핀 들꽃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년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은 이미 제주에는 떠나고 없었다. 제주에 성큼 다가온 것은 봄기운만은 아니다.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인 '카본 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를 만들겠다는 계획과 맞물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에너지신산업의 태동이 섬 전체에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020년 이후 적용될 새로운 기후체제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며 탄소 감축은 범지구적 문제로 떠올랐다.

제주는 단순히 협정을 이행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모델이 될 '테스트베드'(Test Bed)를 자처하고 나선 상황이다. 올해로 벌써 3회째를 맞는 전기자동차엑스포와 가파도에 구축된 에너지자립섬은 제주의 에너지신산업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 제주도 가파도에 핀 들꽃의 모습 / 사진=이동우
지난 19일 제주도 가파도에 핀 들꽃의 모습 / 사진=이동우

원희룡 제주지사는 "탄소 감축에 대한 국제적 흐름에서 실천해야 한다면 이것을 기회로 활용하자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며 "초기 단계의 탐색전이 세계적으로 치열한데 제주에서 구조적인 과제와 많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밀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3회 맞은 전기차엑스포…높은 관심에 시승 대기만 '2시간'=이날부터 일주일간 제주 서귀포 중문단지에서 열리는 '제3회 국제 전기자동차엑스포'(IEVE 2016)는 2030년까지 도내에서 운행하는 모든 차를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제주의 의지가 느껴지는 행사다. 참여 업체의 규모와 질적 측면에서 이전 행사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국회신재생에너지정책연구포럼, 제주도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 유일의 순수 전기차 행사인 IEVE 2016에는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자동차 업체, 배터리 업체 등 145개 업체가 참여했다.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전기차 모델인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신차 발표회를 여는 등 다양한 업체들이 제주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행사 현장에는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등 단체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다양한 전기차 체험 시설을 이용한 시민들은 연신 "신기하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날 현대차, 르노삼성 등 5개 업체는 행사장에 시승 부스를 마련했다. 하지만 몰려든 시민들로 시승을 위한 기본 대기 시간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제주에 빠르게 퍼지고 있는 전기차에 관한 관심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서귀포 시민 이정환씨(31) 역시 "최근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한 번 구경하려고 왔다"며 "도에서 가격 지원도 많이 해준다고 들어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800여대의 전기차가 운행 중인 제주는 올해 4000대를 추가로 보급하는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8000대의 전기차 중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정비·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19일 찾은 제주도 가파도의 모습. 멀리 250㎾급 풍력발전기 2대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이동우 기자
지난 19일 찾은 제주도 가파도의 모습. 멀리 250㎾급 풍력발전기 2대가 돌아가고 있다. /사진=이동우 기자

◇암소 뿔도 휘는 강한 바람…가파도 에너지자립에는 '순풍'(順風)=지난 19일 제주 모슬포항에서 15분쯤 배를 타고 이동하니 작은 섬에 우뚝 솟은 2개의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왔다. 배 위에서부터 연신 얼굴을 때리던 바람은 섬에 가까워질 수록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강하게 불어왔다. 암소 뿔도 휘게 한다는 가파도 바람의 위력이었다.

이렇게 고개를 제대로 들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강한 바람은 가파도의 새로운 희망이다. 126가구 245명이 사는 평범하고 작은 섬이었던 가파도는 2011년 변화를 맞았다. 김미영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담당 사무관은 "인구나 섬 규모로 봤을 때 가파도가 카본 프리 아일랜드의 최적 사업지였다"고 말했다.

스마트그리드 및 에너지자립섬 시범모델로 정해진 이후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부발전은 섬 전체 37가구에 3킬로와트(㎾)급 태양광 집열판, 250㎾짜리 풍력발전기 2기와 3850㎾h짜리 전력저장장치(ESS)를 구축했다.

시범사업 이후 주민들의 삶도 변했다. 우선 강한 바람으로 인해 수시로 일어나던 단전 사태가 사라졌다. 모든 전선을 지중화한 것과 강한 바람으로 높은 전력생산량을 보이는 풍력 발전 덕분이다. 전기요금도 기존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동옥 가파리 이장은 "전선을 지중화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쓰면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며 "마라도와 비교하면 소외된 섬이었는데 에너지자립섬으로 알려지며 방문객이 10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2030 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계획하고 있는 제주의 선발대인 가파도지만 아직 100% 에너지자립을 실현한 것은 아니다. 예비전력을 위해 남겨둔 디젤발전과 ESS 용량의 한계로 인해 자립 수준은 70%에 머물고 있다. 도는 오는 7월까지 ESS와 전력변환장치를 확충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주민들 일상에서의 변화도 필요하다. 섬에 있는 내연기관 차량 9대를 전기로 대체해야 한다. 도는 올해 전기차 4대, 전기 오토바이 5대를 시범 보급할 예정이지만, 정작 주민 생활에 필요한 '전기 트럭'의 수급은 어려운 상황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