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원화 기준으로는 4% 넘게 늘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사실상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영향이 국민소득 증가폭을 상당 부분 상쇄하면서다. 향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 역시 환율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6855달러로 전년보다 0.3% 증가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5241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었다.
원화 기준과 달러 기준 증가율이 크게 차이 난 것은 환율 영향 때문이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약 1422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998년 외환위기(1394원)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1276원)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달러 기준 국민소득 증가율은 원화 기준보다 4.3%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국제 비교에서는 한국의 국민소득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된 모습도 나타난다.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크게 받은 대만의 경우 지난해 1인당 GNI가 4만585달러로 전년보다 14.2% 증가하며 한국을 앞질렀다. 김화용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은 "대만은 IT 제조업 비중이 우리보다 약 3배 높아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가장 최근 자료인 2024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위 수준이다. 일본은 기준연도 개편 영향 등으로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한국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환율이 국민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그해 1인당 GNI는 3만2661달러로 전년보다 7.7% 감소했다. 당시 원화 기준 국민소득은 오히려 4.3% 늘었지만 급등한 환율이 이를 상쇄한 결과다.
반대로 2021년에는 원화 강세 영향으로 달러 기준 국민소득 증가율이 더 크게 나타났다. 당시 1인당 GNI는 3만5168달러로 전년보다 10.3% 늘어 원화 기준 증가율(7%)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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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3만8000달러에 근접했지만, 최근 3년간은 3만6000달러대에서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향후 4만달러 달성 시점 역시 환율이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김 부장은 "환율 영향이 없다는 가정 아래 연평균 증가율이 유지될 경우 2027년쯤 4만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