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해온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출구전략이 중동발 국제유가 반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최고가격을 더 낮출 경우 정유사 손실보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추가 인하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20일(현지시간) 기준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9월물)는 배럴당 90달러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9월물)는 83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우려 등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지난달 7차 최고가격 조정에서 유가 하락세를 반영해 가격 상한선을 낮추며 최고가격제 종료를 위한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이달 말 예정된 8차 최고가격 조정에서는 추가 인하 여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최고가격을 더 낮추면 정유사 손실이 커져 정부의 손실보전 부담이 늘어나고, 반대로 가격 상한을 올리면 소비자 물가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섣불리 가격 상한을 높이지 못하는 배경에는 하반기 물가 관리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 물류·운송비 등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서민 체감물가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계획"이라며 "국제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아직 전쟁 초기처럼 100불을 넘는 급격한 변동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구전략이 지연될수록 정부가 정유사에 지급해야 할 손실보전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가격과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 간 격차가 벌어질수록 보전액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손실보전 규모만 이미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에도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정부가 최고가격제 운영을 위해 편성한 4조2000억원 규모의 목적예비비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는 현재 유가 수준에서 최고가격 추가 인하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가격 상한을 더 낮추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라면서 "고유가가 일정 기간 지속되면 제도 유지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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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전을 위한 정산위원회 운영을 앞두고 정부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유 도입가격과 정제·유통비 등 실제 원가를 중심으로 손실을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업계는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은 정부 정책에 협조한 결과인 만큼 충분한 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실 산정 기준과 보전 규모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협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