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대부분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두 공룡 기업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도 잇달았다.
더욱이 화학사고 예방 조치의 핵심인 정부의 '현장 이행점검' 기능이 최근 2년 연속 사실상 마비된 사이에 사고와 부실 관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후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21~2026년 6월) 반도체 제조업 사업장 화학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발생한 총 12건의 화학사고 중 11건(91.7%)이 SK하이닉스(6건, 50%)와 삼성전자(5건, 41.7%)에서 집중 발생했다. 나머지 1건은 KEC에서 발생했다
특히 전체 12건의 사고 중 9건에서 총 10명의 부상자가 생겼으며 사고 직후 즉시신고 의무를 위반하거나 부적격자 도급, 개인보호장구 미착용 등으로 형사고발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수도 4건에 달했다.
올해 6월 SK하이닉스 청주4공장에서는 유해 화학물질인 불소 가스가 불과 11일 간격으로 연속 유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6월 1일 오전 10시 32분 첫 불소 유출 사고(유출량 1.7㎏)가 발생해 소방당국에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조치가 미흡했던 탓에 불과 11일 만인 6월 12일 오전 9시 55분 동일한 사업장에서 또다시 불소 1.8㎏이 유출됐다. 2차 사고 당시 유출량은 1차 때보다 오히려 늘었지만 화학물질안전원과 당국의 행정처분은 두 건 모두 '없음(종결)'에 그쳤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제43조는 화학사고 발생 시 즉시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2021년 SK하이닉스 이천공장(복합물질 유출)과 2024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불산 함유액 유출)의 경우 '즉시신고 미이행'으로 경고 및 형사고발 처분을 받는 등 늑장·늑장 대응 태만도 고질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사업장의 실제 유해화학물질 관리 실태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정부의 사후 검증 기능이 최근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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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법 제23조에 따라 반도체 사업장은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화관서) 제출 시 1차 서류 심사를 받은 뒤 이후 공장 현장에서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받는 이중 점검 구조를 거치게 된다.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54개 사업장에서 제출한 화관서 중 87%에 달하는 47개소가 최근 5년간 총 296건의 시정조치(누출 162건, 보관·관리 134건)를 요청받았다.
그러나 연도별 지적사항을 분석해 보면, 전체 시정조치 중 '현장 이행점검'을 통해 발굴된 지적 비중은 △2022년 20.0%(30건 중 6건)에서 △2023년 19.1%(68건 중 13건) △2024년 9.2%(76건 중 7건)로 해마다 대폭 줄어들더니 △2025년(80건 중 0건)과 △2026년(42건 중 0건)에는 2년 연속 '0%'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서류 심사를 통한 지적사항은 2025년 40건, 2026년 26건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정부 점검이 책상 위 '서류 검토'에만 의존하고 현장 실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과 노동계는 서류상의 관리계획 수립에만 치중하고 실제 현장의 이행 여부를 점검·제재하는 기능이 마비된다면 산업 현장의 연쇄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수민 의원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대표 대기업들에서 인명 피해를 동반한 화학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정부 당국이 서류 심사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현장 이행점검 제도를 즉시 정상화하여 안전 불감증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