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10.08.](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0813211644335_1.jpg)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투기가 아니라면 농지를 처분하지 않도록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한다. 상속받은 농지를 묵혀두거나 고령으로 농지를 빌려준 경우 등이 대상이다. 농촌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농지 이용 관행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현장의 불안을 덜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농지 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투기가 아닌 일반적인 사안은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농지법상 처분절차가 진행되지 않도록 국회와 협의해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조치법 유효기간 동안 희망하는 농업인이 농지 이용을 적법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례를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달 21일 당정협의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과 향후 조치계획을 발표하며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 사례를 구제하기 위해 연내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농지법에는 처분을 유예하거나 위반 사항을 사후에 바로잡을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속·고령농은 처분 제외…투기 여부는 소명 거쳐 판단
정부는 특별조치법에서 상속농지나 고령농의 관행적인 임대차 등은 처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현장의 불안이 커지자 처분 대상과 예외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다.
송 장관은 "상속이나 고령, 관행적 임대차 등 명백한 투기가 아니라면 이번 조사 결과 때문에 농지를 처분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게 하지 않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속받은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거나 소유상한을 넘겨도 이번 조사를 이유로 처분하도록 하지 않을 방침이다. 처분 대신 제도 개선 자료로 활용한다.
고령으로 이웃·친척에게 농사를 맡기거나 농업인끼리 농지를 바꿔 경작하는 경우도 임대 허용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분하지 않는다.
소유자가 많거나 일부 소유자를 찾기 어려워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지 못한 종중·사찰·미등기 상속농지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진입로가 없는 맹지나 급경사지 등 농사짓기 어려워 비워둔 농지도 단순히 경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하지 않도록 한다.
허가 없이 설치한 농업용 창고와 농업인 주택, 간이 농산물 처리시설 등도 조사에서 확인됐다는 이유만으로 철거나 원상복구를 요구하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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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명백한 투기는 현행 농지법에 따라 처리한다. 다만 투기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처분하지 않고, 소유자에게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준 뒤 위반 사실을 확인해 처분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가 제시한 투기 유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농지를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해 농사 대신 쪼개 팔거나 임대 수익을 올린 경우 △되팔 목적으로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경매 등으로 농지 지분을 취득한 뒤 방치하거나 임대한 경우 등 세 가지다.
임대차·미허가 시설 양성화에 2~3년 특례 검토
농지 이용을 적법한 상태로 바꾸려는 농업인에겐 완충 장치를 마련한다. 양성화 특례기간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특례 기간과 관련해 송 장관은 "2년에서 3년 정도를 고려하고 있다"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는 관행적 임대차와 미허가 시설, 지목 현실화 등이다. 관행적으로 농지를 빌려준 경우에는 현행 임대 허용요건에 맞지 않더라도 특례기간에 서면 계약을 맺으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할 계획이다. 농지은행에 맡길 때도 기존에 농사를 짓던 사람을 임차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미허가 시설은 다른 법령의 요건을 충족하고 당초 전용허가 등을 신청할 수 있었던 경우 뒤늦게라도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농업진흥지역에서 금지되거나 다른 법령상 허용되지 않는 시설은 제외한다.
비농업용 시설은 농지보전부담금을 내야 한다. 오랫동안 숲으로 변한 농지나 농지로 사용해 온 임야, 묘지 등은 신청을 받아 지목을 실제 이용 상태에 맞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와 협의해 특별조치법에 담을 예정이다.
농지은행 이용은 소유자의 선택에 맡긴다. 농지를 맡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분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며, 농지를 빌려주거나 팔고 싶은 소유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매입·수탁 범위를 넓힌다.
현재는 곧바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주로 사들이지만, 앞으로는 비진흥지역 농지도 농업에 활용할 수 있으면 매입하도록 개선한다. 개별 신청에 따른 매입 외에 지역별 수요와 영농 효율성을 고려해 농지를 매입·공급하는 방식도 추가한다.
매입 대기물량을 줄이기 위해 내년 예산 증액을 국회와 협의한다. 여러 기관을 방문해 서류를 내야 했던 절차도 농지은행 한 곳에서 다른 기관의 서비스까지 연계해 처리할 수 있도록 바꿀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특별조치법을 이달 중 발의하고 연말까지 국회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농지법을 개정해 임대차와 휴경을 허용하는 사유를 넓히고, 실제 경작자와 임차농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이달 12일부터는 농지조사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현장에선 특별조치법이 농업인의 불안을 덜기 위한 과도적 조치인 만큼 더 큰 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지 문제만 따로 볼 것이 아니라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농의 진입 등 농업 전반의 구조 변화와 함께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은 "지금으로서는 필요한 조치지만 큰 틀의 변화를 위한 과도적 과정의 조치"라며 "고령농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것이 아닌 만큼 노후와 은퇴 지원까지 연계해 농지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지 보전과 효율적인 이용을 기본 틀로 농지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지 중장기 전략과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