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목요일 '막걸리의 날' 15년…햅쌀에 담긴 우리 농업의 가치
-작년 막걸리 수출 1427만달러…국산쌀 소비·지역 양조장 활성화 과제

프랑스 사람들은 매년 11월 셋째 목요일을 기다린다. 그해 수확한 포도로 빚은 햇와인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세상에 나오는 날이다.
오래 숙성한 명품 와인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축하하며 잔을 든다. 포도 농부의 땀이 하나의 축제가 되는 순간이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있다. 10월 마지막 목요일, 바로 '막걸리의 날'이다. 올해는 29일이다. 프랑스가 햇포도를 기다린다면 한국은 햅쌀을 기다린다. 두 나라가 수확의 기쁨을 술에 담는 방식은 놀랍도록 닮았다.
막걸리의 날은 2011년 농림수산식품부와 막걸리 업계가 지정했다. 쌀 수확과 도정, 양조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날짜를 정했다.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처럼 그해 수확한 햅쌀로 빚은 '막걸리 누보'를 함께 선보여 우리 술을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출발은 화려했다. 2013년에는 프랑스 농업장관이 막걸리의 날 행사에 참석해 한국 농식품부 장관과 양국의 전통주를 교환했다. 이듬해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햅쌀 막걸리를 동시에 출시했다. 우리 술의 세계화를 향한 기대가 그만큼 컸다.
그러나 15년이 흐른 지금, 막걸리의 성적표는 아쉽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은 1427만달러로 전년보다 3.1% 감소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5274만달러를 기록했던 2011년과 비교하면 4분의 1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K-푸드가 세계시장을 넓혀가는 동안 막걸리는 좀처럼 성장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막걸리와 우리 농업의 관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3.9㎏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 전인 1995년(106.5㎏)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밥상에서 밀려나는 쌀의 새로운 소비처를 찾는 일이 농정의 과제가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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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그 대안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막걸리 소비가 늘어난다고 우리 쌀 소비까지 자동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 경쟁력 때문에 수입쌀을 사용하는 양조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탁주업계의 국산쌀 사용률은 48.7%에 머물렀다. 막걸리 산업의 성장이 농민의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원료부터 우리 농업과 연결해야 한다.
프랑스 보졸레 누보의 경쟁력은 단순히 와인의 맛에만 있지 않다. 포도가 자란 땅과 농부, 수확의 계절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는 데 있다.
우리 막걸리에도 그런 자산은 충분하다. 지역마다 다른 쌀과 물, 누룩과 발효기술이 있다. 햅쌀의 품종과 산지를 알리고 지역 양조장의 이야기를 더한다면 막걸리 한 잔은 농촌을 경험하는 문화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기념일을 알리는 일회성 행사를 넘어 소비자가 매년 햅쌀 막걸리를 기다리게 만드는 일이다. 양조장에는 안정적인 국산 원료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소비자에게는 우리 술의 다양성과 가치를 경험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
보졸레 누보가 포도의 수확을 축제로 만들었다면 막걸리 누보는 쌀의 수확을 축제로 만들 수 있다. 이제 막걸리 한 잔에 농민의 땀과 우리 농촌의 이야기를 담아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