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형사'서 '수상한 눈빛'을 지닌 금수저 형사 역 열연

‘모범형사’ 시리즈의 오지혁(장승조)은 경제적으로 무척 부유한 형사다. 게다가 ‘수상한 눈빛’이라 불리는 아련한 멜로 눈빛을 탑재한 멀끔하게 잘생긴 얼굴도 돋보인다. 영화 ‘강철중’이나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형사들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캐릭터. 흔히 연상되는 강력계 형사와 동떨어진 느낌인 이 캐릭터를 장승조가 맡으면서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시즌2로 돌아온 ‘모범형사’는 인천서부경찰서 강력2팀의 형사 강도창(손현주)과 오지혁이 콤비를 이뤄 악인을 쫓고 진실을 찾는 수사극. 제목에 형사가 강조된 만큼 이 드라마의 방점은 진실을 찾는 형사들에 찍혀 있다. 잔혹무도한 사건, 범인이나 피해자에 집중하는 대신 사건을 접하고 그것에 대응하는 형사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이들이 형사의 ‘모범’이 되어가는 순간들에 집중한다. 시즌1이 강도창이 직접 잡아넣었던 사형수 이대철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면서 강도창이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고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는 서울 광역수사대 팀원이었던 오지혁이 휴직을 거쳐 인천서부경찰서에 오게 된 이유인 TJ그룹 사주 가족의 특수폭행죄에 얽힌 사건을 쫓으며 과거와는 달라진 오지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1의 오지혁은 경찰대학을 나와 광역수사대에서 활약했을 만큼 엘리트지만 광수대 시절 별명이 ‘대꼴통’일 만큼 다른 이와 융합할 줄 모르는 늑대 같은 인물이었다. 이는 아버지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의 자살을 겪어야 했던 불우한 어린 시절과 무관하지 않다. 거기다 큰아버지 집에서 자라며 자신을 기생충처럼 비루하게 대했던 사촌형 오종태(오정세)의 존재까지 더해지며 오지혁이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인간이 된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랬던 그가 강도창을 비롯해 인천서부경찰서 강력2팀의 동료들과 함께하며 동료애라는 감정, 형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념이 쌓아가는 과정이 시즌1의 볼거리 중 하나였다.

시즌2의 오지혁은 함께할 줄 아는 인간이 되면서 배우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살짝 말랑’해진 인간미가 부각된다. 오지혁의 부(富)와 외모를 소재로 한 유머 코드 또한 짙어졌다. 과잉수사로 인한 책임 소재를 앞두고 강력2팀이 설왕설래하다 오지혁이 “내가 형님(강도창)보다 계급도 높고, 돈도 많고. 학력, 외모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잖아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TJ그룹 법무팀에서 근무하는 딸을 염려해 TJ그룹을 조사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서장 문상범(손종학)에게 ‘친구가 로펌을 차렸는데 그 회사가 입주한 강남 빌딩이 제 이름으로 돼 있다’며 서장 딸의 커리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장면 등이 그러하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하얀 피부를 지닌 장승조는 외모 때문인지 그간 부유한 캐릭터에서 돋보이곤 했다. 출생의 비밀을 지닌 채 여러 인물 간에 다채로운 케미스트리를 보였던 ‘돈꽃’의 재벌 3세 장부천, 정략결혼한 아내의 행복을 위해 이혼을 감행하는 ‘남자친구’의 재벌 정우석 등이 장승조가 돋보였던 역할들. 길게 찢어진 눈매가 나른하면서도 눈빛이 날카롭기 때문인지 유난히 장승조는 내면의 상처를 지닌 부유한 캐릭터에 잘 어울려왔다. 감성적인 듯 부드러워 보이면서도 금방이라도 주변을 때려부수고 폭주할 것 같은 야누스적인 매력 또한 그 눈매와 눈빛에서 기인한다. 덕분에 ‘모범형사’의 이질적인 형사 캐릭터인 오지혁은 장승조라는 배우가 연기하면서 ‘착붙’ 느낌으로 소화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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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뮤지컬 ‘청혼’으로 데뷔해 뮤지컬과 연극으로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경력 덕분인지, 장부천, 정우석을 거쳐 오지혁에 이르기까지 장승조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내며 다각도로 볼 수 있는 여지를 주곤 했다. 그저 그런 찌질한 난봉꾼 재벌 3세일 수 있었던 장부천이 미워할 수 없는 악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모범형사’의 오지혁 또한 밋밋하지 않다. 시즌1의 고독한 늑대 콘셉트를 벗어나 ‘모범형사2’의 오지혁은 강력2팀과 ‘원 팀’이 되어 움직이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모범형사2’의 빌런으로 활약 중인 TJ그룹 이사 천나나(김효진)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 장승조의 오지혁은 배우 특유의 야누스적 이미지로 천나나 같은 빌런과 대면했을 때 복합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곤 한다. 신경이 곤두선 고양이들처럼 서로를 툭툭 건드리고 적절한 선에서 나른하게 패를 까보였다가 다시 주워담는 느낌이 일품.
손현주의 강도창이 평범함 속에서 빛나는 모범적인 형사를 보여준다면, 장승조의 오지혁은 전형적이 않은 형사인지라 알면 알수록 궁금한 형사를 보여준다. 강도창과 오지혁 콤비의 모습에서 그 옛날 영화 ‘투캅스’ 시리즈의 조 형사(안성기)와 강 형사(박중훈) 콤비가 연상될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이 콤비의 궁합이 뻔하지 않게 여겨지는 데는 오지혁을 연기하는 장승조의 안정적인 연기와 오묘한 분위기가 큰 몫을 한다. ‘모범형사’가 시즌3로 돌아온대도 긴장감은 여전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