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의 부활을 예감케 하는 웰메이드 스포츠영화 '1승'

송강호의 부활을 예감케 하는 웰메이드 스포츠영화 '1승'

이설(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12.03 09:30

'국가대표'의 영광을 재현할 만한 유쾌 상쾌한 107분

사진=㈜콘텐츠지오
사진=㈜콘텐츠지오

'국민배우’ 송강호는 최근 위기의 남자다.

2017년 ‘택시운전사’로 관객 동원 1200만 명을 넘기고, 2019년 칸과 아카데미의 정상에 오른 ‘기생충’으로 세계를 뒤흔든 후 이렇다 할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

2022년 ‘브로커’와 ‘비상선언’에 잇따라 출연했지만 각 126만 명, 205만 명 정도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평단의 평가도 미지근했다. 지난해 개봉한 ‘거미집’은 이보다 심각했다.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을 통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과의 협업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흥행이 저조했다. 불과 31만 명 정도에 머물렀다.

지난 5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삼식이 삼촌’도 아쉽다.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 시리즈에까지 도전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충무로 섭외 0순위로 통했던 송강호로선 이래저래 ‘불명예’에 가깝다.

사진=㈜콘텐츠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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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4일 개봉하는 ‘1승’(신연식 감독)은 송강호에게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이 호응하면 국민배우 송강호의 부활이고, 아니면 나락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전자가 될 것 같다.

스포츠 영화는 극의 구성과 소재에 있어 제한적이어서 한계가 많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승부의 세계’를 다뤄야 하고, 결말도 어느 정도 예측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첨단 시각특수효과(VFX)와 화려한 판타지가 넘쳐나는 영화 환경에선 더욱 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스포츠 영화의 흥행 성적은 높지 않았다.

‘1승’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 그중에서도 대중적 인기가 덜한 배구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별 기대가 없었다. 게다가 2년 전 개봉이 불발돼 그동안 창고에 묵혀 있던 작품이라 신선도가 떨어졌다.

사진=㈜콘텐츠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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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승’엔 기존 스포츠영화에 있던 클리셰가 없어서 오히려 깔끔하고 흥미롭다.

첫째, 신파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건 매우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무대에선 종종 한국영화의 고질적 문제였던 신파가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억지 울음과 웃음, 과잉된 감동은 영화를 촌스럽게 만든다. 특히 땀과 눈물이 필수 요소인 스포츠 영화에선 신파의 ‘농도’가 극의 흐름과 몰입, 리얼리티에 큰 영향을 미친다.

‘1승’의 목표는 우승도, 챔피언도 아니다. 말 그대로 고작 1승이다. 그러니 감정이 과잉되려야 될 수 없다. 1승도 못하는 오합지졸 팀을 이끄는 김우진 감독(송강호)도 감정을 잘 추스른다. 어차피 패배할 팀에서 자리나 보전하다가 좋은 대학팀으로 가면 되는 속물 근성, 또는 배구인이라는 양심의 가책과 깨달음으로 결국 진정성을 찾아가는 대목에서 오버할 수 있는 데 그러지 않는다. 평범해 보이지만 가장 사실적인 대사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보통사람 연기를 누구보다 잘하고 많이 해온 송강호이지만 이번엔 특히 ‘노멀’하고, 그게 오히려 끌린다.

둘째, 그렇다고 웃음을 놓치지는 않는다. 한 5분마다 폭소가 터진다. 슬랩스틱으로 하는 게 아니다. 상황을 전복하는 위트있는 대사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재벌2세 구단주 역 박정민의 역할이 크다. 처음엔 돈만 밝히는 비즈니스맨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머니볼’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처럼 다 ‘계획’이 있었다. 툭툭 던지는 대사가 코믹하면서도 나름의 논리가 있어 합리적이다.

사진=㈜콘텐츠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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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스포츠 영화답게 종목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다. 프로배구는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골프에 비해 비인기 종목이다. 올림픽에서나 봤지 국내 프로배구인 V-리그는 별 관심이 없다. V-리그에 몇 개 팀이 있는지, 지난해 어느 팀이 우승했는지, 누가 MVP를 받았는지 잘 모른다. 고작해야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슈퍼스타 김연경 정도다. 그런데 신연식 감독은 이를 감안한 듯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와 전력분석시스템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으로 배구에 관심없는 관객들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유발한다. 어떻게 공격해서 점수를 땄는지, 배구에서 ‘랠리’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풀어서 보여준다.

이쯤되니 ‘1승’에서 ‘국가대표’의 향기가 풍긴다. ‘국가대표’는 2009년에 개봉해 무려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던 흥행 영화다. 역대 스포츠 영화 중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생소한 종목인 스키점프가 소재지만, 오합지졸팀이 모여서 부단한 노력으로 도전에 성공한다는 스포츠 영화의 전형적 ‘승리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집중하고, 종목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며 적당한 경계를 오가는 코미디로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국가대표’로 이후로 실로 15년 만에 제대로 만들어진 스포츠 드라마가 나온 것 같다. 스포츠 영화를 이렇게 담백하게 처리해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표본을 제시한 것 같다. 물론 처음에 얘기했다시피 송강호의 부활을 기대해봄 직하다. 송강호의 장점은 바로 이런 캐릭터를 할 때 더욱 커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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