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도 하청 노조와 협상해야" 판단 잇따라…경영계 "신중한 판단을"

"원청도 하청 노조와 협상해야" 판단 잇따라…경영계 "신중한 판단을"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4.09 10:21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지난달 10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교섭권 인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는 원·하청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되면서 3개 노조와 협상해야 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공기관들도 하청 노조와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용자성 인정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섭 의제는 제한되지만 복수의 노조와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부담은 이전보다 높아졌다.

9일 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8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기존 단일 노조인 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에 더해 전국금속노조, 플랜트건설노조 등 3개 노조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포스코의 사용자성에 대해서는 하청 단독으로 위험요인 제거나 안전설비 설치 등의 구조적 개선이 어렵다는 점에서 산업안전 관련 교섭의제에 대해 하청의 교섭권을 인정했다. 교섭단위가 분리된 2개의 하청 노조는 해당 의제에 대해서만 포스코와 교섭할 수 있다.

같은 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7개 하청 노조가 신청한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에 대해 노조 상급단체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분리 단위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노동조합 △그 외 노동조합이다.

또한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서는 인천공항공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공사가 공항의 주요 시설 및 장비 등에 대한 지배·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점과 공항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전반을 통제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인천공항 하청 노조도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원청에 교섭요구를 하더라도 산업안전 관련 의제만 다룰 수 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국자산관리공사·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상대로 한 공공연대노동조합의 교섭요구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는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첫 사례였다.

충남지방노동위는 용역계약서 및 과업내용서 등을 기준으로 볼 때 각 공공기관이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관리 및 인력배치 등에서 실질적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봤다.

지난 7일에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전국공항노조에 대한 한국공항공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학교법인 인덕학원(인덕대)와 성공회대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신청도 수용했다.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고용노동부 자문기구인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서도 지난 8일 국세청의 민간위탁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교섭의제 중 하나인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에 관해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반면 태권도진흥재단 자회사 소속 근로자가 제기한 사용자성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판단지원위의 결정은 강제성은 없지만 정부의 유권해석이라는 점에서 해당 기업의 교섭 결정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요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이 같은 교섭단위 분리 및 사용자성 인정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에는 총 278건의 사용자성 판단 신청이 접수됐다. 하청 노조는 원청 노조와 교섭 의제가 다르거나 업무 성격이 상이한 경우에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으며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에 한해 교섭요구가 가능하다.

현재까지는 노동위는 교섭단위 분리 혹은 교섭요구 인정 신청에 대해 모두 하청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모든 의제에 대해 교섭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창구단일화를 통한 단일교섭이 아니라 각 하청 노조별로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을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영계는 하청 노조의 연이은 교섭 요구로 현장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노동위에서 신중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교섭단위 결정은 교섭창구단일화의 틀 안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이해관계의 차이가 크지 않은 사안이나 교섭요구 안건이 동일한 경우에도 일방의 요구만을 반영해 교섭단위를 분리할 경우 교섭혼란과 갈등이 커질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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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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