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김혜수로 납득되는 방송쟁이의 사명감 [드라마 쪼개보기]

‘트리거’ 김혜수로 납득되는 방송쟁이의 사명감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5.01.16 13:00
'트리거'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트리거'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는 그냥 방송쟁이가 아니라 사명감 있는 사람이 필요하거든.”

디즈니+ 시리즈 ‘트리거’ 1회에서 스타 PD인 주인공 오소룡(김혜수)이 한 말이다. 그의 입에서 나온 “사명감”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그 앞에 붙은 “방송쟁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드라마 속 소룡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한 말이 진실임을 알게 된다.

지난 15일 베일을 벗은 ‘트리거’는 소룡의 대사처럼 방송쟁이의 사명감에 대해 다룬다. 제작진이 쓴 ‘트리거’의 소개 글은 ‘꽃 같은 세상, 나쁜 놈들의 잘못을 활짝 까발리기 위해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보는 지독한 탐사보도 프로 놈들의 이야기’다. ‘트리거’는 드라마 제목과 동명의 탐사 보도 시사 프로그램 팀의 취재기를 그린 시리즈다.

김혜수가 연기한 소룡은 현실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PD수첩’의 연출 책임이라고 볼 수 있다. 직접 발로 뛰어 취재도 하고, 프로그램 진행도 함께하니 ‘PD수첩’에 더 근접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와 진행자 소룡에 대한 대중 관심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MC 김상중에 가깝다.

'트리거'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트리거'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트리거’ 1, 2회에서는 이런 소룡을 중심으로 팀원들의 일사불란한 취재 현장이 스펙터클하게 그려진다. 이들이 뛰어든 첫 회 취재 전선은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인 사이비 종교다. 드라마는 첫 장면부터 해괴함으로 임팩트를 준다. 두 남녀가 공중화장실에서 뜨겁게 정사를 벌이다가, 그곳에서 괴기한 형상의 시체를 발견한다. 사람보다 좀비에 더 가까워 보이는 시체는 외관만으로 충격적이다.

트리거 팀은 화장실에서 발견된 시체의 죽음 원인을 좇다가, 사이비 종교 믿음동산의 꼬리를 밟는다. 믿음동산은 마약 양귀비를 불법으로 재배하고 신도들을 억압해 온 집단이다. 화장실에서 발견된 시체는 믿음동산에서 학대받고 죽음에 이른 피해자다. 소룡은 거대 철문으로 굳게 잠긴 믿음동산 본거지에 잠입하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으로 하늘을 나는 집념을 보여준다. 총을 들고 따라오는 광신도들과 숨 막히는 추격전도 펼친다.

그리고 '트리거'는 믿음동산 에피소드를 딱 1회 안에서 모두 종결짓는다. 때문에 전개의 속도감은 상당히 빠르다. 또 스피드하지만 허술하지 않고, 불필요한 장면도 없어 몰입감 넘친다. 김혜수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다. 아래 사람에게는 포용력 있고 윗사람에게는 할 말 다 하는 소룡의 의협심은 김혜수가 연기해 더 믿음이 실린다. 활력적이지만 사려있는 모습 역시 김혜수이기에 미더움이 충실하다.

2회에서는 고양이 연쇄 살해범을 추적한다. 이 에피소드는 트리거 팀에 새롭게 합류한 신입 PD 한도(정성일)의 시선을 따라간다. 한도는 트리거 팀에 느닷없이 불시착한 낙하산 중고 신입이다. 드라마국의 고된 생활로 인류애는 바닥 난 지 오래고, ‘사람은 배신하지만,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신조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한다. 시간 날 때마다 동물 영상을 볼 정도로 동물 사랑이 남다른 한도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목이 잘리고, 입이 꿰매진 고양이 사체가 연이어 발견되자 이를 직접 취재한다. 한 학생의 제보를 받아 범인을 추정하지만, 실은 제보한 학생이 고양이 살해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2회는 끝이 난다.

'트리거'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트리거'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2회도 1회에 이어 속도감 있게 달린다. ‘혐관’(혐오하는 관계)으로 그려지는 소룡과 한도의 거리도 여러 계기를 만들어 차근히 좁힌다.

이 드라마에 단 하나의 옥에 티는 정성일의 나이뿐이다. 극 중 한도의 나이는 만 33세다. 캐주얼을 입고 앞머리를 내려도, 그리고 CG로 보정해도 연륜은 좀처럼 감춰지지 않는다. ‘더 글로리’에선 멋있게만 들리던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도 ‘트리거’에선 극 중 나이와 이질감을 만든다. 트리거 팀의 조연출 강기호(주종혁)가 이력서에 쓰인 한도의 나이와 그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라는 장면은 시청자가 느끼는 그것을 대변한다.

‘트리거’는 방송쟁이의 사명감을 동적이고 극적으로 잘 담아냈다. 모든 장면이 끊임없이 팔딱거린다. 믿음동산 광신도가 트리거 팀 반지하 사무실 유리 창문에 소화기를 던지는 장면에서도 현실(실제 탐사 프로그램 팀들은 협박을 많이 받는다)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명감을 말하는 김혜수의 눈빛 자체가 ‘방송쟁이의 정의 구현’이라는 이 드라마의 핵심을 오롯하게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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