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도 걸렸다". 팬들이 할 말이지 않을까 싶다. 기다림도 길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얼굴을 보여줬다. '믿음'이 아깝지 않다.
배우 송혜교가 드디어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낸다. 송혜교는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로 관객과 만난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1월 24일 개봉.
'검은 수녀들'은 지난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2015년 개봉해 화제를 모았던 '검은 사제들'의 두 번째 이야기다. 한국형 오컬트 영화, 악령 그리고 구마라는 소재는 장르 영화 '검은 수녀들'에 거는 관심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관심-기대 포인트'를 더하자면, 단연코 주연을 맡은 송혜교다. '검은 수녀들'에서 수녀 역할을 맡은 송혜교는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드러낸다. 숱한 화제를 낳았던 '더 글로리'의 문동은 때보다 한층 더 인상적인 송혜교의 얼굴이다. '검은 수녀들'에는 2000년 '가을동화' 이후 '올인'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남자친구'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기억된 송혜교의 모습이 없다.

기억의 서랍에서 송혜교를 뒤적거려도 '파랑주의보' '황진이' '페티쉬' '카멜리아' '오늘' '일대종사' '두근두근 내 인생' '태평륜' 등에서 보여준 얼굴도 '검은 수녀들'에서는 찾을 수 없다. 송혜교가 보여준 낯섬 그러나 '송혜교'란 이름의 친근함이 새로운 얼굴의 송혜교를 탄생시켰다. 물론, 이 말이 연기를 의미하는 것. 배우가 연기로 그간 인기를 끌어온 연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장르 영화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드라마로는 멜로, 드라마 등의 장르로 농도 짙은 감성 연기를 펼쳐온 송혜교다. 이런 송혜교가 '검은 수녀들'에서 기존 이미지를 깼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 금기를 깨듯이.
'검은 수녀들'에서 송혜교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기존 엑소시즘(퇴마, 구마) 장르 영화 속 수녀와는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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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아 수녀는 수녀들이 해서는 안 될, 구마를 행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검은 수녀"라고 불린다. 유니아의 목적은 하나,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는 것. 종교를 떠나 구할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선하고 바른 말만 할 것 같은 수녀가 아닌, 욕설도 서슴지 않는 유니아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기세등등한 악령이 쏟아내는 거친 욕설, 비아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마를 펼치는 기백은 '세상에 이런 수녀님이 있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송혜교는 유니아 수녀의 카리스마를 한층 끌어올린다. 송혜교의 냉소적인 표정, 거친 목소리, 악령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액션은 몰입도를 더한다. 일명 말통이라 불리는 용기에 담긴 생수를 부마자에게 쏟아붓는 액션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여러 오컬트 장르 영화에 등장하는 수녀는 대개 구마 사제를 보조하는 역할이다. 물론, 몇몇 영화에서 직접 구마 의식을 행하는 수녀의 모습을 담기도 했지만, 흔치 않다. 특히 한국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구마하는 수녀로 분한 송혜교는 색다를 수밖에 없다. '엑소시스트', '오멘', '엑소시즘', '더 넌' 등 해외 오컬트 시리즈 영화를 즐겨봤던 관객들에게도 '검은 수녀'가 된 송혜교는 충분히 이색적으로 보여질 터.
'검은 수녀들'에서 송혜교가 보여준 모습은 하나하나 흥미진진하다. 부마자를 대면하기 전 머리에 코이프를 두르는 모습, 심란함에 담배를 피우는 모습 등은 구마에 나선 수녀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캐릭터와 배우의 완벽한 조합이다. 도움의 손길이 간절하나, 누구 하나 쉽게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아 쓸쓸하게 악령에 맞서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단순 공감이 아닌, 몰입을 자아낸 송혜교의 연기, 그 표정은 '검은 수녀들'의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까지 지워지지 않는다. 인생 캐릭터를 다시 쓴 송혜교가 아닌, 인생 연기를 한 송혜교가 아닐까.
비흡연자임에도 '검은 수녀들'에서 직접 흡연하며 거짓없는 연기를 펼친 송혜교. 진심으로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유니아 수녀가 금기를 깼듯이, 송혜교도 그간 금해온 연기의 금기를 깬 모양새다.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믿음으로 송혜교를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보람있는 '검은 수녀들'이다. 송혜교란 기억의 서랍에 '검은 수녀들'을 새롭게 담는다.
/사진=영화사 집,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