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연애 감정의 기본은 모성애에서 시작이다. 그런데 케어해주고 싶어. 미치겠다 진짜...”
쿠팡플레이의 페이크 다큐 ‘직장인들’에서 이수지가 현봉식을 두고 한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요즘 현봉식을 향한 대중의 시선을 기막히게 요약한다. 그의 첫 인상은 “무섭다”에 가깝지만, 어느샌가 대중에게 “사랑스러운” 배우로 스며들었다. 현봉식은 지금, 마동석 이후 ‘험상궂은 귀요미’라는 기묘한 수사를 가장 자연스럽게 계승하고 있는 배우다.
1984년생인 그는 유연석, 이준혁, 이제훈, 연우진 등 동갑내기 배우들과 비교되며 자주 ‘노안짤’의 단골 주인공이 됐다. 데뷔 시기도 다소 늦었고, 또래보다 성숙한 인상 때문에 ‘마약상’, ‘짱가친구덩치’, ‘단란주점 실장’, ‘장물애비’ 등 이름 없이 지나가는 덩치 캐릭터로 자주 등장했다. 얼굴이 주는 분위기만으로도 이야기를 압도하는 비주얼이었지만, 그만큼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연기 인생 초반, 그는 늘 배경이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바로 이 오묘함 덕분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D.P.'(2021)에서 그는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손석구의 상관인 대대장 중령 역으로 출연했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의 상하 관계는 위화감 없이 설득력 있었고, 이후 실제 손석구가 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외의 반전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그는 자신의 SNS에 손석구와 함께한 다정한 투샷을 올리며 ‘귀여운 동생’의 면모를 보였고, 극 중에서 보여준 묵직한 존재감과는 다른 반전 매력으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현봉식이 본격적으로 ‘대세’라는 타이틀을 품기 시작한 건 예능을 통해서다. 특히 본명이 현보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본인 이름까지 웃음의 재료로 승화시켰다. 쿠팡플레이 ‘직장인들’에 이어 출연한 ‘SNL 코리아’에서 작정하고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며 화제의 정점을 찍었다.
‘SNL 코리아’에서 현봉식은 강한 인상과 대비되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보였다. 영화 ‘신세계’를 패러디한 ‘신세계 영어유치원’에서 유치원생 복장을 하고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고, ‘무해한 남사친’ 코너에서는 맨몸에 앞치마만 걸치고 등장해 신선한 충격과 함께 웃음을 줬다. 또 양갈래 머리에 핑크색 머리띠를 단 채 등장한 ‘유도 소녀 현봉순’에서는 체면을 내려놓은 분장과 연기를 보여줬다. 이러한 콩트들은 '화제성 1위'라는 뜨거운 반응과 함께, 그가 가진 반전 이미지를 대중이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긴다는 증거로 작용했다.

그가 예능을 통해 구축한 '귀여움'은 이제 본업인 작품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디즈니+ 시리즈 '나인 퍼즐'에서 그는 한강서 강력2팀의 막내 최산 역으로 출연한다. 막내라는 설정은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극에 묘한 위트를 실어넣는다.
드라마 속 현봉식은 선배 형사들에게 음료수를 돌리며 “누가 우리 귀한 막내한테 이런 허드렛일을 시키나”라는 말을 듣고 “아유, 제가 귀했습니까? 언제부터 귀했을꼬”라고 구수하게 받아친다. 이 장면 하나로도 캐릭터의 위치와 분위기, 그리고 현봉식이 전하는 무해한 존재감이 단박에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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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봉식은 '나인 퍼즐' 제작발표회에서 “지금까지 반장만 하다가 막내를 해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고, 손석구는 그를 두고 “배우들 사이에서 늘 치트키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이 말처럼 그는 이제 작품 안팎에서 서브가 아닌 ‘무게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마동석이 '마요미', '마블리'라는 별명을 얻으며 거대한 몸집과 따뜻한 시선을 함께 품었던 것처럼, 현봉식 역시 위협적인 인상 속에 서글서글한 웃음과 사랑스러움을 품고 있다. 러블리의 영역을 가장 독특한 위치에서 관철한 새로운 '귀요미'의 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