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도 무섭지만 대체 언제까지"…1년 반 만에 다시 움직인 신안산선

"사고도 무섭지만 대체 언제까지"…1년 반 만에 다시 움직인 신안산선

윤지혜 기자, 김지영 기자
2026.10.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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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신안산선, 新안전선 될까(上)

[편집자주]  지난해 붕괴사고로 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던 신안산선 광명구간 공사가 약 1년 반 만에 재개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전면 재시공'을 약속했지만 주민 불안은 여전하다. 사고에 따른 행정처분과 주민보상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신안산선 개통까지 남은 과제와 사고 후 쟁점을 짚어본다.

1년 반만에 재개되는 광명 신안산선 공사…무너진 터널은 무얼 남겼나

[광명=뉴시스] 김종택 기자 = 15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붕괴 사고현장에서 구조대원 등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닷새째를 맞아 소방당국은 지하 수색을 위한 진입로 확보 작업과 붕괴 요인 제거 등 안전 조치를 진행한 뒤 구조대원 7명을 지하 공간으로 투입해 실종된 50대 근로자에 대한 수색을 재개했다. 2025.04.15. jtk@newsis.com
[광명=뉴시스] 김종택 기자 = 15일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붕괴 사고현장에서 구조대원 등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 발생 닷새째를 맞아 소방당국은 지하 수색을 위한 진입로 확보 작업과 붕괴 요인 제거 등 안전 조치를 진행한 뒤 구조대원 7명을 지하 공간으로 투입해 실종된 50대 근로자에 대한 수색을 재개했다. 2025.04.15. [email protected]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5-2공구 복구공사가 사고 발생 1년5개월만인 지난달 마침내 재개됐다. 정부는 공기 지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형태인 실정보고 방식으로 포스코이앤씨의 설계변경안을 승인했지만 이번 공사는 붕괴된 지하터널을 직접 복구하는 본공사가 아니라 이에 앞서 지반을 다지고 구조물을 보강하는 준비 단계일 뿐이다. 현재로선 본격적인 터널 복구공사가 언제쯤 시작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4월11일 신안산선 5-2공구 환기구 공사 현장에서 2아치(투아치) 터널의 중앙기둥과 터널 상부가 무너지며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설계부터 시공, 건설사업관리(감리)까지 공사 전 과정에서 부실이 누적된 철저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사고의 여파는 막대했다. 터널 붕괴사고 이후 공사는 멈춰섰고 수도권 서남부의 핵심 광역교통망을 새로 그리려던 계획도 그만큼 미뤄졌다.

광명시 관계자는 "본공사(환기구 터널 굴착)를 위한 지반 보강, 가시설 설치 등 사전 준비단계에만 9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라며 "현재 상세 공정계획을 수립 중이어서 실제 본 터널 굴착이 언제 재개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거듭 미뤄지는 개통 일정…2030년은 가능할까

9월말 신안산선 공정현황/그래픽=이지혜
9월말 신안산선 공정현황/그래픽=이지혜

신안산선 개통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신안산선 민간투자사업 시행사인 넥스트레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안산선 전체 공정률은 75.61%에 그친다. 이 중 사고가 발생한 5-2공구 공정률이 68.85%로 전체 토목공구(1~6공구) 중 가장 낮다. 현재로선 국토부가 예상한 2028년은커녕 2030년 개통도 장담하기 어렵다.

연이은 중대재해 사고에 개통까지 거듭 지연되면서 포스코이앤씨 책임론도 계속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선 전체 11개 공구 중 토목 6개 공구와 시스템·궤도 분야(7공구) 등 총 7개 공구의 시공 주관사를 맡았지만 광명 사고 외에도 여의도 구간 철근 도괴 사고(4-2공구), 관악 구간 작업자 추락 사고(3-2공구) 등 담당하는 주요 거점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동종업계에서마저 안전관리 역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특정 현장의 단발성 사고와 달리 노선의 주요 거점마다 각기 다른 유형의 중대재해가 연달아 발생한 것은 현장 통제 및 안전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르포]"사고 날까 불안한데 공사 언제 끝나나"…멈춰선 1년5개월·불안한 주민들

지난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 /사진=김지영 기자
지난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 /사진=김지영 기자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현장.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형 덤프트럭 행렬 뒤로 안전모를 쓴 인부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지난해 4월 대형 붕괴사고 이후 1년5개월 가까이 멈춰 있던 현장이 비로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지역 주민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 사고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 1년 전 무너진 사고 현장… 불안만큼 커진 불편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된 사이 달라진 게 있다면 공사 안전에 대한 불안보다 공사 지연에 대한 불만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사고 당시에는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컸지만 이제는 공사가 더 늦어지는 것이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늘었다. 1년 넘게 이어진 공사 지연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과 출퇴근 부담과 같은 생활 불편이 누적된 결과다.

공사장 인근에서 영업하던 자영업자 A씨는 사고 이후 가게 문을 닫은 상태다. 건물 안전진단에서 보수·보강 필요성이 확인돼 포스코이앤씨와 건물보상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업보상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A씨는 "보상 협의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이제는 차라리 공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역 거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공사장 바로 앞에 거주하는 B씨는 "처음 사고가 났을 때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몇 년째 이어지는 공사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신안산선 개통이 계속 늦어지는 것이 더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온 데는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공사 중단'의 의미가 일반적인 공사 중단과는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고 발생 지역에서는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보수와 복구 작업이 이어졌고 지역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는 지난 1년여 간도 공사가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인근 상가 종업원은 "사고 이후에도 보수공사 등은 계속 진행돼 공사가 완전히 멈췄다는 느낌보다는 공사 기간이 길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고에 대한 불안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길어지면서 '안전하게 공사해달라'는 요구와 '이제는 제발 빨리 끝내달라'는 요구가 함께 커졌을 뿐이다.

지난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사진=김지영 기자
지난 1일 오전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공사 현장./사진=김지영 기자

◆ 여의도까지 30분까지라더니…멍드는 서남권

신안산선은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여의도를 잇고 시흥시청에서 광명을 연결하는 총연장 44.9㎞ 규모의 복선전철이다. 총사업비는 4조3055억원이다. 경기 안산·시흥 등 서남부권을 서울 여의도와 연결해 출퇴근 시간을 크게 줄이는 핵심 광역교통망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업은 시작부터 완공까지 20년 넘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200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뒤 2019년 착공했지만 토지보상과 인허가 등으로 일정이 늦어졌다. 지난해 4월에는 광명 일직동 구간에서 대형 붕괴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사업 일정이 다시 뒤로 밀렸다. 당초 지난해 4월이던 개통 목표가 올해 말로 미뤄졌지만 이마저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고 구간 복구와 안전성 검토가 이어진 데다 전동차 공급 일정에도 변수가 발생하면서 개통 시점은 여전히 미지수다.

안산·시흥 주민들이 기대했던 '여의도 30분대 생활권'의 기약도 그만큼 미뤄졌고 신안산선 개통을 전제로 수립됐던 경기 서남부권 지역 개발 공약들도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역량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광명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설계 과정의 하중 산정 오류와 검증 문제, 시공 과정에서의 지반 확인 및 현장 관리 미흡 등을 지목했다. 사실상 총체적인 인재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신안산선 현장에서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여의도 4-2공구에서 철근 구조물이 무너져 작업자 1명이 숨졌고 올해 6월 관악구 3-2공구에서도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신안산선은 20년 넘게 기다려온 수도권 서남부 주민들의 숙원사업이다. 하지만 사업 지연에 사고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에게 신안산선은 '기대했던 교통망'인 동시에 '희망고문 같은 공사'가 됐다. 1년5개월간 커진 것은 사고에 대한 불안만이 아니다. 끝나지 않는 공사가 만들어낸 주민들의 피로도도 함께 커졌다.

사진=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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