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제11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우수상:솟대, 가작:귀촌의경제학, 대상:팬티M
총 6 건
들판은 왜 저리 푸른가 아버지는 늙어서도 솟대이다 들판을 한 평생 지키시다 한 마리 새가 되었다 지적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땅을 지키기 위해 비를 맞고 눈을 맞고 가난한 살림에 몸피가 말라 있었다 자갈밭을 논으로 만든 옹이는 힘겹게 일궈 온 들판들 언제쯤 아버지 가는 주름살의 내력을 읽어 낼 수 있을까, 이것만은 지켜야 자식들 산목숨 이어줄 수 있다고 콜록콜록 막걸리 한 사발 가득 마시던 순간, 야윈 갈비뼈 사이에 깊이 앓았던 병이 도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들판에서 자꾸 흔들렸다 빛보다 어둠이 두려웠던 나는 들판에서 얼어 죽지 않으려고 아버지의 깃털을 뽑아 내 몸을 덮었다 겨울 동면에도 흘러 들어온 견딜 수 없는 추위 때문에 조금씩 아버지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한 평생 내내 몸이 젖은 들판은 살과 뼈로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 아버지의 몸이 된 들판은 새의 울음 같은 게 스며 있다 바람 찬 방안에서 비가 새는 걸 막으려고 밤새 솟대가 된 몸 밥그릇에 메아리치는 뜨거운 목숨의 노래 수풀
1. 가자! 부모님 곁으로 “막내야! 문어는 좀 잡았나?” “아뇨. 아직 문어철이 아니잖아요. 보름정도 지나야 됩니다” “니는 문어도 안 잡고 무신 돈으로 먹고 사노? 내가 걱정이데이” 다른때와 달리 온전한 정신이 된 어머니는 제가 뭘 먹고 사는지 걱정이 태산인 모양입니다. 치매가 중증으로 치달으면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신 후로 하루의 절반은 온전한 정신에 나머지 절반은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르신지 1년이 되었습니다. 보고 있으면 답답하기도 하고 한스럽기도 한데, 어머니는 오히려 제가 더 답답하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도시의 삶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께서는 아버지보다 더 실망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마흔이 넘어 얻은 막내아들이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도시에서 살게 되어, 부모님과 그리 끈끈한 관계를 맺지는 못했습니다. 거기에다가 부모님께서는 유달리 맏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셔서 저나 둘째 형님에 대해서는 별 신경을 쓰지 않으셨고, 저희는 그것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언제나 속옷을 먼저 생각하라.” 베르톨트 브레이트(1898-1956) 지하도 계단을 오르며 보일 듯 말 듯한 여자들의 뒷모습을 보는 게 여간 아슬아슬하지 않다. 방금 전 보려고 해서 본 건 아닌데, 언뜻 앞서 가는 여자의 속옷 색깔이 드러난 것 같다. 살구색을 입으면 오히려 눈에 띄지 않을 텐데, 흐릿한 가운데 분홍색이 얼핏얼핏 내비친다. 매일 접하는 풍경이지만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브레히트의 말이 생각난다. 남자이고 극작가인 그가 저 말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한 것일까. 자신이 쓴 연극 대사 속에서일까, 아니면 자신의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 배우들에게 일까. 언제 누구에겐가 들은 말인데, 한번 알아봐야지 하면서도 이내 잊어버리고 만다.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풀리고 옷차림이 가벼워진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여자들 의상이 각양각색이다. 저 옷과 맞추려면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어떤 차림을 해야 될까, 잠시 직업적인 궁금증이 일었다. 자재과에 들러 지
어두운 그림자를 앞세우고 일터로 나갑니다. 삶은 언제나 희미한 불빛 아래서 작은 꽃으로 다가오는 것. 그 꽃이 흔들릴 때마다 따스한 시선으로 보내준 향기. 그것은 나의 희망이었습니다. 낮과 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독서는 나의 고단함을 녹여 주었습니다. 늘 모난 돌처럼 살아온 날들이 녹록하게 생활에 배어나오면 그 표현의 무수한 글자들. 나는 글귀를 통해 삶을 이야기 했습니다. 때론 어둠 속에서 진흙과, 모서리에서 나를 지켜준 시어들이었습니다. 원고를 보내놓고 강가로 나갔습니다.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며 갈대의 서걱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갈대는 그곳에서 추위와 함께 겨울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살면서 감사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먼저 하나님께 남편 등 뒤에서 기도해준 아내와 가족 그리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끝으로 머니투데이 관계자분들과 작품을 심사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종이는 언제나 제 밥이었습니다. 밥을 먹으며 냅킨을 쓰고 뭔가 생각나면 메모지를 쓰고 언제나 종이를 과하게 소비했습니다. 가끔은 종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미안함 때문에 살짝 인터넷으로 응모를 한 것입니다. 물론 연필도 제 밥이었습니다. 심지 냄새와 나무 냄새가 주는 달콤함이 저로 하여금 이야기를 계속하여 쓰게 만들었습니다. 당선 소식은 마치 종이 창고에 평생 쓸 종이가 들어온 느낌입니다.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종이를 아껴서 잘 쓰겠습니다. 제 친구들은 아직도 제가 소설을 쓰는 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소설을 써라, 소설을!” 그런 소리를 듣기 싫었던 까닭에 남몰래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는 떳떳하게 밝히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좀 벌고 싶습니다. 언제나 밥상머리에서 어려운 경제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던 가족들 덕분에 지금 저는 당선 소감을 쓰고 있습니다. 제 글을 선택해주신 머니투데이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경제신춘문예는 응모편수도 지난해보다 양적으로 늘었고, 질적으로 아주 풍성했다. 시 응모작도 많이 늘어났지만 특히 소설과 수필(수기)쪽의 응모편수가 지난해 곱절 정도로 늘어났다. 심사결과 대상은 소설부문에서 나왔고, 우수상은 시 부분에서, 또 가작은 수필(수기) 부분에서 나왔다. 우선 소설 부문에 일차로 뽑아낸 작품은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와 '전경련 회장 실종사건', '팬티M'인데, 경제에서 돈 이야기가 중요하지만 그냥 돈이 부족해 돈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의 이야기만으로는 그걸 경제이야기라 말할 수가 없다. 또 주인공이 전경련 회장이라고 해서 그게 경제이야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소설 안에 기업 전반에 대한 얘기든 금융흐름에 대한 얘기든, 주인공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적으로 경제 이야기가 녹아들어야 한다. 대상으로 뽑은 소설 '팬티M'은 경제신춘문예라는 타이틀이 아니라 우리나라 문단의 일반 문예공모에 응모하더라도 거기에서 뽑힌 당선작들과 비교해서도 아주 잘 쓴 작품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