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춘문예 우수상] 솟대

[경제신춘문예 우수상] 솟대

[제11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유택상 / 시

들판은 왜 저리 푸른가

아버지는 늙어서도 솟대이다

들판을 한 평생 지키시다 한 마리 새가 되었다

지적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땅을 지키기 위해

비를 맞고 눈을 맞고

가난한 살림에 몸피가 말라 있었다

자갈밭을 논으로 만든 옹이는

힘겹게 일궈 온 들판들 언제쯤 아버지 가는 주름살의

내력을 읽어 낼 수 있을까,

이것만은 지켜야 자식들 산목숨 이어줄 수 있다고 콜록콜록 막걸리 한 사발

가득 마시던 순간, 야윈 갈비뼈 사이에 깊이 앓았던 병이 도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들판에서 자꾸 흔들렸다

빛보다 어둠이 두려웠던 나는 들판에서 얼어 죽지 않으려고

아버지의 깃털을 뽑아 내 몸을 덮었다

겨울 동면에도 흘러 들어온 견딜 수 없는 추위 때문에

조금씩 아버지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한 평생 내내 몸이 젖은 들판은 살과 뼈로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

아버지의 몸이 된 들판은

새의 울음 같은 게 스며 있다

바람 찬 방안에서 비가 새는 걸 막으려고

밤새 솟대가 된 몸

밥그릇에 메아리치는 뜨거운 목숨의 노래

수풀 사이 땅바닥에 낙석처럼 버려진 삽 한 자루

아버지의 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