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소비절벽' 日의 20년 전을 보면…
한국 경제 인구절벽과 이에 따른 소비절벽에 맞닥뜨리고 있다. 인구절벽은 15세부터 64세까지 이른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인데 한국은 올해가 그 원년이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의 늪에 갇힐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소비절벽의 원인과 현주소를 찾고, 그리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한국 경제 인구절벽과 이에 따른 소비절벽에 맞닥뜨리고 있다. 인구절벽은 15세부터 64세까지 이른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인데 한국은 올해가 그 원년이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의 늪에 갇힐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소비절벽의 원인과 현주소를 찾고, 그리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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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토모코 하야시 일본 내각부 경제분석 및 정책평가 심의관(국장급·사진)은 "낙수효과를 통한 분배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고 억지로 당겨야 한다"며 아베정부의 정책 지향점은 2015년 ‘2차 아베노믹스’를 기점으로 성장에서 분배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아베정부는 2014년 491조엔(약6554조원)이었던 국내총생산(GDP)을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600조엔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개인소비가 300조엔(약3277조원)에서 360조엔으로 늘어나야 한다. 아베정부는 1억 총활약사회, 일하는 방식 개혁 등을 GDP 600조엔 달성의 필수 요건으로 보고 있다. 토모코 심의관은 "여성, 노인, 장애인을 고용시장에 참여시켜 노동인구를 늘리려고 한다"며 "젊고 가난한 계층에 성장의 과실을 돌려줘 소비를 유도하는 등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1차 아베노믹스가 쏘아 올린 3개의 화살(금
1차 아베노믹스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중인 아베정부의 최근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후하지 않다. 구조개혁 특성상 이제 심판대에 올랐다는 평가와 함께 고용구조 개선 노력은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이다. 나카하마 토시히로 다이이치 생명경제연구소 경제조사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철폐'의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서 관철시키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비정규직 임금만 높일 수 없으니 정규직 해고를 쉽게 하는 방안도 요구할 것"이라고 봤다. 당장 일본 재계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정책이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를 지낸 장상수 일본 아세아대 교수 역시 비슷한 지적을 했다. 장 교수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정책은 결국 기업이 감당할 몫인데 기업 쪽은 동의하지 않고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노동계도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카하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구감소에 대처하기 위해선 "인구 감소는 명확한
'톱니효과'는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소비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용어다. 소비자는 한번 높인 소비수준을 좀처럼 낮추지 않는다. 사는 형편이 어렵다고 주식을 쌀밥에서 보리밥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런 소비의 특성은 경제가 쪼그라들어도 경기후퇴를 톱니처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일본의 소비톱니는 1990년대 고장 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에 이어 199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가 주원인이다. 핵심 소비인력인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기하강을 막을 제동력이 약해졌다. 그나마 일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이 손에 쥔 돈과 돈 쓸 시간도 부족했다. 아베정부가 일할 사람을 늘리고, 임금을 높이고, 근로방식을 개혁하려는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할인 정책' 내세웠던 日 과거 소비대책 과거 수차례 나온 일본정부의 소비진작책은 대부분 단기처방에 그쳤다. 한 예로 일본정부는 2009년 5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에코포인트 제도를 시행했다. 고효율 에너지
일본 생산가능인구는 1996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생산과 소비의 핵심 인력인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서서히 일본 실물 경제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20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 총인구는 늘고 있어 당시 생산가능인구 감소 효과는 과소평가됐다. 네모토 시게유키 유통경제연구소 이사는 "생산가능인구는 스스로 돈 벌어 옷, 집, 자동차를 사는 연령인데 그 수가 줄면서 자동차 구매, 주택 건설 등이 꺾였다"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청년 비정규직이 늘면서 평소에 입던 평상복으로 버티자 의류 판매 규모가 큰 백화점, 대형 슈퍼 실적도 떨어졌고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기업들과 유통업체 PB(자체브랜드) 상품이 각광을 받는 등 소비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것. 1인 가구 역시 생산가능인구가 꺾였던 20년 전부터 일본에서 늘었다고 했다. 소비 단위가 가족에서 개인으로 바뀌면서 일본 기업들의 전략도 소량화·개인화로 바뀌었다. 가장
지난해 12월 14일 일본 도쿄 스가모지장거리상점가. 이곳은 '노인들의 하라주쿠'라고 불린다. 10대들의 쇼핑천국인 하라주쿠를 빗댄 비유다. 입구에 들어서자 하얀 앞치마 차림의 할머니가 전통음식 가게 홍보 전단지를 나눠줬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전통음식 가게 점원은 머리카락이 희끗했다. 전단지를 받아 든 이들의 연령대도 비슷했다. 중장년층 소비가 몰리는 지역이라는 사실은 한눈에 알 수 있다. 2015년에만 일본 노인 1000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빼곡한 모습은 서울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구매한 물건을 한 꾸러미씩 들고 있다는 점이다. 780m에 이르는 이 거리엔 옷집, 식당, 제과점, 안경점, 까페 등 200여곳의 가게가 늘어서 있다. 모든 가게와 상품은 고령층이 선호하는 인테리어, 색깔, 스타일, 맛으로 채워졌다. 제과점엔 호두·건포도 빵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었고, 옷 가게도 화려한 옷보다 수수한 디자인 위주였다. 빨간 내복을 파는 곳이
일본에는 ‘오레오레(オレオレ) 사기’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보이스피싱이다. ‘오레’는 ‘나’라는 뜻이다. 자식이나 손주를 사칭해 “나야 나”라며 노인들을 안심시킨 뒤 금품을 가로채는 범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의 보이스피싱은 2011년 6233건에서 2014년 1만125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 보이스피싱의 대부분을 오레오레 사기가 차지한다. 우리나라 대검찰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보이스피싱의 절반 이상은 오레오레 사기였다. 오레오레 사기는 단순히 사회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경제현상이다. 일본은 고령화와 함께 노인들에게 부(富)가 집중됐다. 반면 젊은층의 경제적 수준은 낮아졌다. 일본에서 ‘손주 비즈니스’라는 말이 유행하는 이유다. 손주들의 선물, 여행 상품이 쏟아진다. 구매력이 노인들에게 집중됐다는 의미다. ◇20년 전 일본에선 무슨 일이? 일본 ‘소비절벽’ 논의의 출발점은 1996년이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일본의 소비 정체는 실생활과 밀접한 통계를 보면 확연하다.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 등이 복합 작용해 나타난 경제 침체는 일본인의 삶 곳곳에 침투했다. 생산가능인구가 내리막길에 들어선 1996년을 전후로 일본은 먹는 것부터 줄였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인 1인당 일일 단백질 섭취량은 1997년 80.5g을 기록한 뒤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6년(69.8g) 70g대가 무너졌고 2014년엔 67.7g으로 조사됐다. 1인당 일일 지방 섭취량 역시 1997년이 분수령이었다. 1997년 59.3g이었던 일일 지방 섭취량은 이듬해 57.9g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52.1g) 바닥을 친 뒤 2014년엔 55.0g으로 줄었다. 경제부진과 음식소비가 연동되며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과 지방 섭취 수준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영양소 섭취량을 연령별로 나눠보면 고령층보다 젊은층의 소비가 부진한 일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19
"한국의 미래는 일본의 20년 전을 보면 된다. 셔터도리(셔터를 내린 폐업 상점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1996년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소비절벽의 시대를 맞게 된다. 한국은 21년이 지난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생산가능인구는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활동을 담당하는 인구로 지난해 3074만명에서 올해 3072만명으로 줄어든다. 일본의 경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소비절벽과 그에 따른 저성장의 고착화를 야기했다. 이는 한국경제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고 한국경제의 최대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 접어 든 것엔 여러 변수 못지 않게 ‘인구’라는 주요 요인이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생산과 내수 모두 위축됐다. 1억명 이상의 인구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내수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핵심 소비인구가 줄면서 점차 내수침체에 빠져 들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한 세대가 갖는 가치관은 사회에 첫 진출하는 시기의 경제환경에 좌우된다" 지난 달 13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만난 나카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경제조사부 수석이코노미스트에게 소비절벽 원인을 질문하자 먼저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일본 경제 불황기인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개인과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는 '디플레이션 마인드'가 전 사회적으로 퍼진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디플레이션 마인드는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산물이다. 그는 "1990년초 일본 주식과 부동산이 폭락하고 물가가 떨어지면서 소비자는 소비를 미루기 시작했다"며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지원받아야 할 고령층은 늘고 지원해줘야 할 젊은층은 줄어 사회복지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나카하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젊은층이든 노인층이든 간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소비를 차단한다고 했다. 그는 "민간자산 1700조엔(약1경7403조원) 중 60세 이상이 1000조엔
땅거미가 지기 한참 전인데도 500m에 달하는 거리는 한산했다. 이곳의 상점 80여곳.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셔터가 내려졌다. 녹슨 미용실 셔터에는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라고 적혀 있었다. 영업을 마친 게 아니라 폐점한 가게였다. 길 건너 담뱃가게 셔터에는 A4 용지에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붙어있다. 종이의 상태가 깨끗한 걸로 봐선 최근에 장사를 접은 것 같았다. 이 거리의 양옆으로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는 골목은 문닫은 점포가 더 많았다. 세어 보니 3곳 중 2곳꼴이었다. 문을 연 가게에도 손님은 드물었다. 그나마 반찬가게에만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유모차 손잡이나 지팡이에 의지해 점심 찬거리를 사러 나온 동네 할머니들이었다. 지난해 12월13일 정오에 찾은 도쿄 스미다구 '기라키라타치바나 거리'의 풍경이다. 스미다구는 도쿄역에서 지하철로 여섯 정거장 떨어진 곳이다. 서울로 치면 성북구쯤 되는 위치다. 일본 사회가 이 지역에 붙인 다른 이름은 '셔터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