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낙태, 죄와 벌
낙태와 미혼모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합니다. 사회적 편견, 제도적 지원의 한계, 미혼모의 현실과 고충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합니다.
낙태와 미혼모 문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합니다. 사회적 편견, 제도적 지원의 한계, 미혼모의 현실과 고충을 심층적으로 다루며,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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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미혼모 지영씨의 고백━ [낙태, 죄와 벌 ①]"병원 4곳 낙태 거절해, 실직하고 해외 도피까지" "지금은 아이가 참 예뻐요. 하지만 다시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낙태를 선택할 거예요." 2015년 봄, 누구보다 평범했던 6년차 유치원 교사 지영씨(34, 가명)의 세상은 암흑같이 깜깜했다. 갑작스러운 임신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지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자궁 속 혹', '삶의 오점'을 떼어내기 위해 지영씨는 산부인과 3곳을 돌아다녔다. 울면서 애원했지만 의사들은 "돈을 벌며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나이"라며 수술을 거부했다. 임신 3개월 차까지 산부인과를 전전하던 지영씨는 마지막 병원에서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수술 예약을 하고 이를 남자친구에게 얘기했다. "알겠다"던 남자친구는 수술비가 18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연락을 끊었다. '합의된 낙태'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 지영씨는 떠밀리듯 출산을 결정했다.
청소년 미혼모인 미정양(17, 가명)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한부모가족으로 국가로부터 매월 지원금 10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미정양은 이 돈을 아이 양육비가 아닌 PC방이나 술값 등 유흥비로 탕진했다. 지원금으로 방탕하게 살다 보니 미혼모 보호시설의 규칙을 지키지 못했다. 결국 미정양은 모든 짐을 시설에 버려둔 채 아이만 데리고 홀연히 사라졌다. ◇미혼모, 지원금만이 능사 아니야… 맞춤형 지원 필요 미혼모를 위한 정책과 지원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 도시에는 아이와 살 수 있는 미혼모 쉼터가 있고, 신청만 하면 일 하지 않고도 아이와 생활이 가능한 소정의 지원금도 나온다. 문제는 개별 미혼모들이 겪는 어려움은 제각각인데 지원 방안은 획일화된 데 있다. 전문가들은 미혼모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닌 함께 아이를 돌봐줄 사람들, 즉 '후견인-마을공동체-사회'라고 지적한다. 배보은 킹메이커(미혼모지원단체) 대표는 "무조건 미혼모에게 돈만 쥐어 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 "출산 권유가 실수였나 싶었어요." 26년 경력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얼마 전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하러 온 20대 여성을 떠올렸다. 유명대학 무용학과를 갓 졸업하고 발레리나를 꿈꾸던 이 여성은 남자친구와 사이에서 아이를 가졌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이 여성은 남편의 폭언과 외도에 시달리다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최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 "일방적으로 파혼당한 분들이 오면 외면하기 힘들죠." 25년차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임산부가 남자의 변심으로 낙태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B씨의 병원을 찾은 결혼을 앞둔 한 연인은 임신 사실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기뻐하며 임신을 축복했다. 하지만 몇 주 후 남자친구로부터 이별을 당한 여성은 낙태를 하러 왔다. # "목숨을 끊겠다며 울며 매달리니 어쩔 수 없었어요." 30년 넘게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의사 C씨에게 산후우울증을 겪는 환자가 찾아왔다. 아이를 살해하고 싶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우리 사회에 고착화 돼 있다. 아직도 미혼모라고 하면 '무책임한 10대 불량 청소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잖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의 '연령별 미혼모 현황'에 따르면 전체 2만2065명 가운데 20세 미만은 377명으로 1.7%에 불과하다. 실제 미혼모는 30~40대가 1만5115명으로 68.5%에 달한다. 30~40대 미혼모가 많다는 건 일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은 "미혼모 하면 10대 불량청소년이라는 이미지가 많은데 실제 상담을 진행해보면 20대 후반이나 30~40대가 많다"며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심지어 성폭행으로 임신한 아이도 낙태시키지 않고 키우는 미혼모도 있을 정도로 많은 미혼모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볼 게 아니라 미혼모와 아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
혜영씨(30, 가명)는 올 6월 인천에 있는 1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개 두 마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 하영(1, 가명)이를 출산했다. 급한 대로 피가 낭자한 방을 닦고 몸을 추스른 후 혜영씨는 119 대신 한국미혼모가족네트워크에 전화를 해 도움을 구했다. 혜영씨를 도우러 온 복지사, 각종 단체 관계자들은 기본적인 예방 접종도 맞지 않은 채 방치된 아이의 건강을 염려했다. 결국 하영이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여름 어느 날 폐렴에 걸렸다. 급히 미혼모지원 연계병원인 길병원에 데려갔더니 5일 입원·치료에 390만원이 청구됐다. 길병원이 100만원 정도를 지원해 줬지만 나머지 290만원은 모두 혜영씨 몫이었다.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의료보험 적용이 불가능했다. 혜영씨를 돕던 미혼모지원단체 '킹메이커'는 일단 이를 대납한 후 하영이의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영이가 태어나는 걸 본 사람이 없어 친자확인을 받아 출생증명확인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 결국 킹
"지금은 아이가 참 예뻐요. 하지만 다시 시간을 3년 전으로 돌릴 수 있다면…. 낙태를 선택할 거예요." 2015년 봄, 누구보다 평범했던 6년차 유치원 교사 지영씨(34, 가명)의 세상은 암흑같이 깜깜했다. 갑작스러운 임신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지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자궁 속 혹', '삶의 오점'을 떼어내기 위해 지영씨는 산부인과 3곳을 돌아다녔다. 울면서 애원했지만 의사들은 "돈을 벌며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나이"라며 수술을 거부했다. 임신 3개월 차까지 산부인과를 전전하던 지영씨는 마지막 병원에서 "보호자를 데려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수술 예약을 하고 이를 남자친구에게 얘기했다. "알겠다"던 남자친구는 수술비가 18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연락을 끊었다. '합의된 낙태'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 지영씨는 떠밀리듯 출산을 결정했다. 그때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입덧이 한창이던 지영씨가 직장에 임신 사실을 알리자 유치원 원장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