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혐오의 문법, 우리는 무엇을 욕하고 있나
총 5 건
-
"저 여자"에서 시작되는 혐오의 문법, 당신은 무엇을 비판하고 있습니까
"저 여자" 이름 대신 성별이 먼저 불렸다. 정치 기사도,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도 그랬다. '저 여자'. 욕설은 아니지만 이름이나 직함이 아니다. 명백히 부정적인 표현이다. 때로는 '저 X'으로 이어진다. '혐오의 문법'은 일상이다. 물론 정치인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다. 반대편에서 비판하는 우리는 어떨까. 정치를 '4류'라고 자조하면서 온라인에서 비난의 화살을 여성에게 날리며 정치를 소비하는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선을 넘는 비난은 정치인의 입을 막는다. 정치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정치 참여 자체를 주저하게 만든다. 공격받은 정치인이 극단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대응하면 정치의 양극화가 나타난다. 사회 전체가 나눠 부담하는 정치적 비용이다. 왜곡된 혐오의 문법을 바로잡는다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이 불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5일 머니투데이 the300과 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의 기획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했다.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92일 동안 생성된 4만4656건의 방대한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전수 분석(아래 조사개요 참조)했다.
-
욕설보다 먼저 '저 여자'…여성 의원 12번에 한 번꼴 성별로 불렸다
온라인에서 여성 국회의원은 이름이나 직함 대신 '성별'로 호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향한 온라인 댓글 12건 가운데 1건은 '저 여자' 등 성별 표현을 담고 있었다. 같은 직업의 남성 의원은 81건 중 1건 수준에 그쳤다.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기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욕설은 아니었지만 이후 이어지는 '젠더 공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표현이었다. 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은 ㈜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4만4656건의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취합했다. 이 가운데 남녀 국회의원 8쌍(16명)에 대한 댓글 1만3507건을 별도로 분석했다. 남녀 의원 8쌍의 성별 호명 비율을 비교(쌍별 중앙값 기준)한 결과 여성 의원을 성별로 호명한 댓글 비율은 전체의 8. 48%, 남성 의원은 1. 23%로 집계됐다. 정당·선수·노출 맥락 등이 비슷한 남녀 의원 8쌍을 비교했을 때 여성 의원의 성별 호명 비율이 남성보다 6.
-
욕만 문제?…"이쁘니까 봐준다" 여성 의원, 칭찬도 결국 '외모 평가'
여성 국회의원을 향한 젠더 평가는 적대적인 비난뿐 아니라 호의적인 칭찬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외모에 대한 평가를 정치적 능력이나 직무 수행과 연결하거나 외모를 근거로 정치인을 판단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5일 머니투데이 the300과 한국여성의정이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92일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전수 분석한 결과, 같은 정당·선수 조건으로 묶은 남성 의원 8명에게서 외모나 목소리를 칭찬하는 댓글은 3건에 그쳤다. 반면, 여성 의원 8명에게서는 52건이 확인됐다. 여성 의원 8명 가운데 6명이 외모 관련 칭찬을 받았다. 특히 2명에게 37건이 집중됐다. 반면 남성 의원은 8명 중 2명만 외모 칭찬을 받았으며 나머지 6명에게서는 관련 댓글이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한 여성 의원에게는 '얼굴 믿고 투표 많이 했다', '똑똑하네 얼굴값 하네, 미모가 보면 똑똑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쁘니까 봐준다', '너는 이미 끝났다, 얼굴 반반하니 (다른 일)이나 해라'는 댓글도 있었다. 단순히 외모를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모를 직무 능력이나 정치적 판단의 근거로 삼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
806건 젠더 혐오 댓글, 783명이 작성…'혐오의 문법' 일상이었다
여성 정치인을 향한 온라인 젠더 혐오 댓글은 주로 누가 쓸까. 소수의 작성자가 조직적으로 도배한 결과라는 예상과 달리 수백 명의 이용자가 각자 한두 차례씩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악성 계정을 차단하거나 제재하는 방식만으로는 일상화한 혐오 언어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 한국여성의정이 ㈜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지난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92일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전수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8쌍(16명)에게 달린 젠더를 겨냥한 성격이 짙은 '확정적 젠더 결부 댓글' 806건을 작성한 이용자는 모두 783명으로 집계됐다. 댓글 수와 작성자 수가 거의 1대 1에 가까웠다. 사실상 한 사람이 한 건씩 젠더 혐오 표현을 남긴 셈이다. 실제 중복 작성 여부를 추적한 결과 806건 가운데 한 사람이 두 건 이상 작성한 사례는 20명에 그쳤다. 특정 세력이나 일부 계정이 댓글창을 장악해 여론을 왜곡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이용자가 각자 댓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
"공인이니 감수해"…선 넘은 여성 정치인 혐오, 결국 범죄로
여성 정치인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넘는 혐오인 데도 "공인이자 권력자라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폭력적 시각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혐오가 성적 모욕과 불법 합성물 등 실제 범죄로 이어진 사례가 있는 만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자신의 얼굴을 음란 이미지에 합성한 게시물이 온라인에 유포되는 피해를 입었다. 게시물에는 성폭행을 연상시키는 성적 표현도 포함됐다. 이 의원은 사건 이후 병원 치료를 받았고,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허위영상물 편집·반포 및 모욕 혐의로 게시자를 수사했다. 경찰은 이후 이 사건 피의자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 의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이른바 민주당 내 '명·청 갈등'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이 의원이 지도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자 민주당 당원이었던 게시자가 성적 표현과 합성물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