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에서 시작되는 혐오의 문법, 당신은 무엇을 비판하고 있습니까

"저 여자"에서 시작되는 혐오의 문법, 당신은 무엇을 비판하고 있습니까

우경희 기자
2026.10.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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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혐오의 문법: 비판이 폭력이 되는 방식]①
한국여성의정과 4.5만건 유튜브 정치 댓글 AI 전수분석
인신공격은 남성이 많았지만 성별 공격은 여성이 5.3배
여성에겐 '애나 보라'…일상이 된 성차별적 공격의 문법

AI생성 이미지./사진=머니투데이DB
AI생성 이미지./사진=머니투데이DB

"저 여자"

이름 대신 성별이 먼저 불렸다. 정치 기사도,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도 그랬다. '저 여자'. 욕설은 아니지만 이름이나 직함이 아니다. 명백히 부정적인 표현이다. 때로는 '저 X'으로 이어진다. '혐오의 문법'은 일상이다.

물론 정치인은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다. 반대편에서 비판하는 우리는 어떨까. 정치를 '4류'라고 자조하면서 온라인에서 비난의 화살을 여성에게 날리며 정치를 소비하는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선을 넘는 비난은 정치인의 입을 막는다. 정치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정치 참여 자체를 주저하게 만든다. 공격받은 정치인이 극단적인 언어와 행동으로 대응하면 정치의 양극화가 나타난다. 사회 전체가 나눠 부담하는 정치적 비용이다. 왜곡된 혐오의 문법을 바로잡는다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이 불필요한 비용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5일 머니투데이 the300과 한국여성의정(상임대표 박영선)의 기획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했다.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했다.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92일 동안 생성된 4만4656건의 방대한 유튜브 정치 콘텐츠 댓글을 전수 분석(아래 조사개요 참조)했다. 여성은 정말 남성보다 더 공격받고 있는지, 공격받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인하기 위한 시도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더 많은 욕을 먹은 쪽은 여성이 아니었다. 남녀 의원 8쌍을 묶어 분석한 결과(쌍별 중앙값 기준), 댓글에 인신공격성 내용이 포함된 비율은 남성이 67.2%, 여성이 58.4%로 남성이 더 높았다. 온라인 정치공간은 애초 남녀 모두에게 거친 광야였다.

하지만 비판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결과는 달라졌다. 여성 의원을 향한 인신공격에 '젠더'(사회적 성별)가 결부된 비율은 남성 의원의 5.3배에 달했다. 함께 조사한 여성 기자에 대한 젠더 공격도 남성 기자의 2.8배였다. 여성만 욕을 먹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비판과 공격 속에서도 여성에게는 일상적으로 성별이 따라붙었다.

남성에게도 '남자답게 말하라'거나 '사나이가 그러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같은 사안에서 여성은 '집에 가서 애나 보라'는 공격을 받았다. 남성에게는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라'고 하면서 여성에게는 '그곳은 네 자리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칭찬에서도 차별의 문법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쁘니까(예쁘니까) 봐준다"는 댓글처럼 발언이나 정책은 사라지고 여성의 외모만 남기는 말까지 칭찬으로 봐야 할까. 칭찬의 탈을 쓴 차별이다.

여성을 향한 공격은 특정 악플러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800여개의 젠더 결부 댓글을 분석한 결과 한 사람이 여러 개를 생산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였다. 불특정 다수가 어쩌다 하나씩 던진 댓글 하나하나에 혐오의 문법이 담겨 있었다.

정치인의 신체를 품평하고 성별을 끌어들여 공격하는 것은 정치적 비판과 완전히 다르다. 일상화한 혐오는 AI(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서 불법 합성이나 허위 영상물 등 새로운 범죄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여성 정치에 대한 고민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나라들의 조사 결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이 실제 정치활동을 위축시키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가. 정책과 발언인가, 아니면 그 사람의 성별과 몸인가. 스스로의 언어를 돌아보는 것에서 혐오의 문법을 바꾸는 첫걸음이 시작된다.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손볼 필요도 있다.

[조사방법]

이번 조사는 머니투데이와 한국여성의정이 공동으로 (주)옥소폴리틱스에 의뢰해 진행했다. 2026년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총 92일 간 유튜브 정치 콘텐츠에 달린 댓글 총 4만4656건을 AI(인공지능) 툴을 활용해 전수분석했다. 남녀 격차 배수는 국회의원과 기자 총 32인을 16쌍으로 묶어 각 쌍별 대조해 계산했다. 사생활 비판, 2차 피해 여지가 있는 댓글 등은 제외했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방법 기사(☞[어떻게 조사했나]4만4656건 댓글 AI 분석…비교는 조건 맞춘 남녀 쌍으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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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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