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누군가의 에세이집 제목처럼 세상의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보자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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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넘버쓰리(No.3)죠?" A: "아닌데요!" Q: "회사 사장이면, 회장, 부회장 다음 세번째 힘 있는 자리 아닌가요?" A: "아뇨. 삼성전자에는 저 말고도 사장이 19명 정도 더 있는데요." Q: "그렇게 많아요?" 2017년 국정농단 특검 조사 과정에서 수사검사가 삼성전자의 모 사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넘버3 정도 되는 사람이 몇백억원이 움직인 그런 일을 왜 모르느냐며 묻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당시 삼성전자에는 이건희 회장 아래 부회장이 4명, 사장이 20명 있었다. 자기 일도 바쁜데 다른 사장들이 뭘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몇백억원이 오갔는데 상식적으로 윗선이 몰라요? 얘들 껌값도 아니고…"라고 물으면, 상식적으로는 모를 수 없지만, 특별한 기업 입장에선 '모를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윗선인 부회장이나 회장의 결재 없이 독자적으로 결재할 수 있는 금액이 당시 3000억원 정도 됐다. 3000억원이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지난 10일 세계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차지, 한국 영화 101년 역사상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세웠다. 봉 감독의 선전으로, 동양의 작은 나라 '코리아'의 문화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가수 싸이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BTS)으로 이어진 K-팝과 K-컬쳐의 한류확산에 '봉준호'라는 이름으로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다. 봉 감독의 시상식에 함께 자리했던 사람 중에 눈에 띤 인물 중 한 명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CJ가 제작한 영화들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압박받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음악과 영화 등 문화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이 부회장의 감각은 앞서 110년 전 오늘(1910년 2월 12일) 태어난 그의 조부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기인했을지도 모른다. 사업으로 한국 최대 기업을 일군 호암은 타계 2년 전인 1985년에 출간한 자
3년 전의 일이다. 2017년 2월경 10대 그룹 내에 재계 3세와 따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 그는 부친의 뒤를 이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데뷔 무대를 한창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자신을 반대하는 노조의 공세에 직면했다. 당시 노조는 그 대표가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는 주주총회 자리를 D-데이로 잡았다.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주총 당일 회사 앞과 주주총회장에서 시위를 벌이겠다는 게 노조의 계획이었다. 노조는 임단협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주총장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런 노조의 대응이 당시 리더로 첫걸음을 떼는 그가 겪었던 첫 시련이자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해법을 묻는 질문에 "노조위원장 등과 직접 대화를 해봤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전문경영인 CEO와 노무 담당 임원이 대화하고 보고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오늘 돌아가면 노조위원장에게 연락해서, 직접 찾아가서 우선 얘기를 들어보고, 그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더 깊이 관여하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바뀐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54조(대량 보유 등의 보고에 대한 특례)의 '나비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할 때 당초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부분에서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기로 했던 것에서 벗어나게 된 데 따른 우려다.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으로서 수익률을 높여 국민의 노후를 든든히 해주겠다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이 시장 시스템에 혼란을 주는 역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진 기업들의 경영에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관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경영에 참여하고 싶을 때는 '단기매매차익'을 토해내거나, 공시의무가 강화됐던 과거에서 벗어나, '일반투자'라는 이름으로 경영간섭의 자유와 폭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연금사회주의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피해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28일 오후까지 15명의 증상자와 4명의 확진환자가 확인된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공개된 지 한 달 만이지만, 중국 정부가 초기 진화 과정에서 숨긴 19일을 더하면 한달반 가량 지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지난해 12월 12일 우한의 화난(華南) 해물도매시장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우한 시정부나 중앙정부는 3주 가량 지난해 12월 31일에 발생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중국 정부와 국제 기구의 서투른 대응이 초기대응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셈이다. 중국 정부가 발병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지 열흘만인 지난 10일 중국 내에서 첫 사망자(61세, 남성)가 발생했고, 첫 발병 후 한달 반 사이에 중국 내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100명을 넘어섰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과 미국으로까지 피해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빠른 피해 확
정부는 시장보다 더 똑똑하고 항상 신뢰할 수 있을까? 정부가 시장에 더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시장의 시스템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 무기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이다. 정부는 21일 '기관투자자의 권리행사를 강화'하고, '이사와 감사의 적격성을 제고' 하기 위한 상법, 자본시장법,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투명 책임 경영'이라는 대의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방법론에 문제가 있을 땐 이유를 제기할 수 있지만 이는 무시됐다. 시장의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사외이사의 임기제한(동일회사 6년 근속 금지)으로 올해 700여명의 사외이사가 교체돼야 한다. 사외이사 부족 대란의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서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1개사당 1.3명의 신규 선임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다른 얘기다. 동일인을 재선임할 수 있었던 데서 이제는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가 오래된 사외이사를 못 믿겠다는 건데, 유
"'눈에는 눈'이라는 말이 세상 모두의 눈을 멀게 한다'(An eye for an eye only ends up making the whole world blind.) 비폭력 평화주의자였던 인도 마하트마 간디가 누군가에 대한 응징을 그가 행한 동일한 폭력으로 되갚는 동해보복(同害報復)에 대해 반대하며 남긴 명언이다. 지난 17일 오후 2시 5분 서울고등법원 303호 법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심 4차 공판장. 100명도 채 못 들어가는 좁은 이 법정에는 이날 네 종류의 목소리가 뜨겁게 얽혔다. 특검과 변호인 측, 재판부와 방청석에서는 각자 자신들의 생각과 믿음에 충실했다. 원고인 특검은 재벌개혁 조치 없는 준법감시위원회는 무의미하고 양형을 높여야 한다며, '회복적 사법'의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가는 재판부에 강한 항의를 표했다. 변호인 측은 합병비율의 적정성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를 따지려는 특검 측의 주장은 양형 심리를 하도록 한 대법원의
18개월에 걸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한 고비를 넘기며, 1차 무역협상이 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측 고위급 무역 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다. 이번 1차 무역협상 타결로 마주 보고 달리던 폭주기관차인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일단 피하게 됐다. 글로벌 빅2의 합의로 세계 무역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타결 소식을 반기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여러 국가들은 이번 타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우리에게도 반가운 일일까.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는 다행이지만, 그동안 다른 국가들의 사업아이템을 잠식해왔던 중국의 공격적 투자가 재개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분야에 대한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양국 합의 내용 중에 중국 당국의 국영기업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문제는
서울에서 아세안게임이 처음 열렸던 1986년 10월. ‘대영제국’으로 불렸던 영국에서는 그제서야 국립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CPS)이 설립됐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끝난 다음해 영국에선 형사사법법(Criminal Justice Act2003)이 제정돼 경찰과 공유하던 소추권을 검찰만이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895년 갑오개혁 때 일본 제도를 받아들였던 우리나라의 124년 검찰역사와 대조적이다. 영국 검찰청의 뒤늦은 출범은 권력 지형 변화의 산물이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상징적 군주로서 존재하는 영국은 오랜 기간 경찰국가로서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했으나, 그 폐해가 커지면서 프랑스보다 약 180년 늦게 국립검찰청을 설립했다. 전제군주국이나 독재국가에서는 왕권이나 독재자가 곧 입법, 행정, 사법의 중심체였고, 시민들은 피지배의 대상에 불과했다. 경찰이 모든 시민을 감시하고 통제해 왕권을 안정화시키는 정체(政體)였다. 근대
또 하나의 젊음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그의 친구를 보낸 지 40일만이다. 그 죽음 뒤엔 포털이나 SNS(사회관계망)의 악성댓글(소위 악플)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은 천성적으로 타인으로부터의 공감에서 힘을 얻고, 비난으로부터 절망을 느낀다. 무방비로 노출된 개인들은 이런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이며, 비이성적 악플에 절망한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일부 포털은 설리 사망 이후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연예기사에 댓글기능을 폐지했다. 절망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려는 시도다. 하지만 다른 포털이나 SNS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익명의 폭력을 멈추려는 시도에 대해 겉으로는 언론자유침해라는 대의명분을 내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신들의 이익이 숨어있다. 이를 숨기기 위한 구실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내건다. 2012년 8월 헌법재판소가 정보통신망법의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를 '위헌'이라 결정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헌법 제21조 1항(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
조선 25명의 왕(대한제국 고종·순종 2대 제외)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에는 백의종군(白衣從軍)이라는 표현이 총 65곳에 나온다. 백의종군은 아까운 장수를 참형으로 다스려 전투력을 상실하는 것보다는 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우도록 해 복권케 하는 징벌의 일종이다. 재미있는 것은 65회의 백의종군 기록 중 80% 이상이 한민족의 가장 큰 수난기라고 할 수 있었던 7년 전쟁 '임진왜란' 때에 몰려 있다는 사실이다. 기록의 40% 이상(41.5%)이 임진왜란을 겪은 선조 때(27회)이고, 그 아들 광해군까지 합치면 전체의 65% 가량(42회)이다. 인조 때(11회)까지 합치면 백의종군의 80% 이상이 이 시기에 몰려있다. 형벌로서 백의종군이 언급된 시기가 국난의 시기와 겹치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그 유명한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도 이 시기다. 다만 일반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이순신 장군의 첫 백의종군은 임진왜란(1592년)보다는 5년 전이다. 실록상 이순신은 조선시대 징벌로서 백의종군
“너는 누구 편이니?” 요즘 웬만한 모임에 나가면 ‘법무장관 조국 vs 검찰총장 윤석열’ 중 어느 쪽에 설 건지를 강요하는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 양비론을 펼치면 회색분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러다가 어느 한쪽에 설라치면 ‘과거의 자신’과 싸우는 ‘오늘의 자신’을 마주하고 당혹해 하기도 한다. 과거 쉽게 비난의 화살을 날렸던 주제에 대해 온몸을 던져 방어하거나, 과거엔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던 문제에 쌍심지를 켜고 비난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여야가 다르지 않다. 지난 두 달간 대한민국을 뒤흔든 ‘조국 정국’은 ‘논리 상실의 시대’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이 ‘그때는 맞고(틀렸고), 지금은 틀렸다(맞다)’로 귀결된다. 기실 현 사안은 ‘정의와 공정이 누구의 편’인가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충돌도 아니다. 그냥 “내 편이냐 네 편이냐”에 따라 논리와 정의가 달라지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화두가 ‘공정과 정의’이고, 이를 구현하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