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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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은 마치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해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는 댐과 같다. 하지만 댐에 물을 가둬두기만 하면 문제가 생긴다. 물은 넘쳐도 하류는 메말라간다.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런 자본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문턱을 낮춰준 대표적인 상품이다. 종목을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적은 비용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채권, 해외 증시까지 클릭 몇 번이면 투자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투자 저변을 넓혀 자본시장으로 새로운 자금을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했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대형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중소형주와 성장기업으로 순환하며 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높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자금이 시장 전체를 순환하기보다 특정 종목과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담은 ETF로 몰린 자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도주로 흘러갔고, 패시브 자금도 지수 비중대로 움직였다.
"당원 중심 정당이 국민정당으로 가는 시작이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당원의 뜻을 정당 운영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당원주권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의 거취는 물론 당권파와 각을 세워 온 당내 의원들의 징계 문제에도 당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민주주의 원리와 정당법의 취지에 따라 정당의 주인은 일차적으로 당원이다. 당원은 당비를 내고, 선거 승리를 위해 뛰고, 투표로 지도부를 선택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제1 정당 운영 원칙도 '당원주권주의'다. 권리당원 1인1표제를 도입해 오는 8·17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를 등가(1 대 1)로 처음 반영한다. 대의원 표가 권리당원 표보다 20배 높게 계산되던 구조를 바꿔 당원 중심의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여야 공히 당원들의 활동 공간을 넓혀 지도부 선출과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의 목소리를 키우는 건 정당 민주주의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따져볼 게 있다. 당원 중심 정당과 국민 정당 사이에는 간극이 없을까.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에서는 새로운 계산이 시작된다. 규제가 콕 짚은 곳의 수요가 사라지는 대신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를 찾는다. 최근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이번 개편안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분명하다. 초고가 주택은 1주택자가 보유한 집에서 실제 거주하더라도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70억원 수준의 주택을 70세 소유자가 10년간 거주한 경우에도 내후년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지금의 7배 수준으로 뛴다. 집값의 상단을 세금으로 강하게 누르는 셈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신호를 보낸다. 지금은 1주택자라면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공시가격 12억원까지 종부세 기본공제를 받지만 앞으로는 기본공제가 실거주자는 14억원,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갈린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등의 이유로 자기 집을 전세 주고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세금을 더 내거나 자기 집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집주인이 세 부담을 피해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임대시장에 있던 전셋집 하나가 사라진다.
지난 3일 베일을 벗은 세제개편안의 정책 목표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다. 비거주·다주택·초고가 주택의 과도한 세제 지원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재정경제부는 세제개편안 브리핑에서 '정상화'라는 표현을 23번 사용했다. '정상화'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강화다. 이재명 정부는 종부세액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상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강화와 완화를 가르는 핵심 잣대다. 보수 정부는 이를 낮췄고, 진보 정부는 올렸다. 비거주 주택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는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주택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한다. 과세표준 6억원, 즉 시가로 32억원 이상인 주택이 대상이다. 물론 강화에만 방점을 찍은 건 아니다.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낮췄다. 그러나 전체 세 부담을 따져보면 감세보다 증세 효과가 훨씬 크다. 여기까지가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정상화'의 개념이다. '정상화'를 말한다는 건 지금까지의 제도가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다.
1998년 북아일랜드에서 존 흄과 데이비드 트림블이 마주앉았다. 흄은 남·북아일랜드 통일을 주장한 민족주의 사회민주노동당 대표, 트림블은 영국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얼스터연합당 대표였다.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1960년대 말부터 30여년 간 3500명이 죽었다. 상대는 가족과 동료를 죽인 원수였다. 그래도 둘은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흄은 무장투쟁 세력과 연계된 정당까지 모두 대화에 참여시키는 결단을 했다. 트림블도 당내 반대 세력을 필사적으로 설득해 협정으로 이끌었다. 장래 통일 가능성을 명시하는 협정 내용을 받아들였다. 극렬 지지자들은 두 사람에게 등을 돌렸다. 특히 트림블에겐 혹독한 정치적 대가들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굿프라이데이 평화협정'으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대규모 유혈분쟁을 사실상 종식시켰다. 둘은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은 넬슨 만델라다. 그러나 수감된 만델라 대신 27년 간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이끈 건 올리버 레지널드 탐보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입주가 임박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잔금대출 대란이 대표적이다. 은행들은 당국의 연초 목표치(5대 은행 가계대출 순증액 전년 대비 1. 5%·4조3000억 원)를 지키려고 수백억원씩 나가는 잔금대출부터 조였다. KB국민은행은 소득도, 지역도 안 보고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묶는 '극약처방'을 썼다. 은행들의 극단적인 대응에 금융당국도 당황했다. 국민은행은 한도가 여유 있는데도 선제적으로 대출문을 닫았다. CEO(최고경영자) 선임을 앞두고 눈치를 과도하게 살펴 "오버한 것"이란 해석도 곁들여졌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조인 진짜 이유는 주담대 폭증 때문이 아니다. 주담대는 도리어 월별·분기별로 안정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예상치 못한 '마이너스통장 빚투(빚내서 투자)'에서 터졌다. 증시가 조정 받을 때마다 마통 대출이 폭증한다. 88조원(5대 은행) 나간 한도성 대출은 사후적으로 막을 길이 없으니, 만만한(?) 주담대를 조인 것이다. '빚투'는 되고 '빚내서 내집마련'은 안되는 총량규제의 역설이다.
모르는 게 생기면 인공지능(AI)부터 찾는 시대다. 코딩, 회의록 정리, 이미지 제작, 보고서 작성, 발표 자료 준비에 이르기까지 각종 업무를 AI에게 맡기는 풍경이 이제 낯설지 않다. AI는 업무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며 직장인들의 가장 부지런한 동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세계 무대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들은 AI가 제공하는 편리함 뒤에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AI도 틀릴 수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이 그 답을 너무 쉽게 믿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공적인 신뢰성과 전문성을 생명으로 하는 미 국무부, 글로벌 컨설팅 업계조차 AI를 맹신한 대가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에이즈 콘퍼런스'의 사전 행사. 미 국무부 소속 보건 특사가 새로운 보건 협정에 관해 발표하면서 화면에 띄운 아프리카 지도는 그야말로 엉터리였다. 해안선만 800㎞가 넘는 서아프리카 국가 나이지리아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내륙국처럼 표시됐다. 아프리카 남부에 있는 모잠비크는 에티오피아가 있는 동부 지역으로 이동했고, 서아프리카 연안국 코트디부아르는 동남부에 배치됐다.
"피부질환 치료 안 해요. " 많은 국민이 의원을 찾았다가 피부질환 치료를 거부당하는 경험을 한다. 10여년 전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는데, 소위 돈 되는 비급여 피부미용 시술만 하는 의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일부 의원마저 예약해야만 진료가 가능하다 하거나 3~4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사실상 '진료 거부'다. '의료법'상 진료 거부는 불법이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사도 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처벌은 드물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진료 거부가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이다. 피부질환 치료 공백이 커졌다. 대상포진, 피부염, 피부암, 아토피, 건선, 사마귀, 알레르기성 피부염, 티눈 등의 피부질환은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이 악화한다. 피부질환 치료도 '필수의료'다. 그런데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피부질환 치료 공백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의사들이 피부질환 치료 대신 미용시술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25년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은 4000억원이었다. 불과 1년 만에 200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투톱 회사를 보유한 덕분에 AI(인공지능) 대전환이라는 역사적 국면에서 그야말로 '단군이래 최대' 기회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익 숫자만큼이나 낯선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행사를 계기로 4800조원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초대형 투자 계획이 발표되고 총수들을 향한 대통령의 '90도 폴더' 인사가 신문 1면을 휩쓸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국 현지에서 우리 대통령이 내로라 하는 빅테크 기업 대표들과 맥주잔을 부딪혔다. 청와대가 삼성 등의 특정 빅테크에 대한 장기공급계약 금액까지 추정할 수 있는 수치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대체불가한 대한민국"의 화려한 장면과 별개로 재계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별로 철저히 전략적으로 운용·공개돼야 할 투자 협력 계획이 정치 이벤트로 소모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너무 뛰어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렸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후 1년간 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백약이 무효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8311만원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6월(13억8174만원)보다 14. 6% 뛰었다. 6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가 임박한 배경이다. 이번에는 이 대통령은 물론 정부 스스로 '최후의 카드'라고 했던 '세제 카드'까지 동원된다. 재정경제부는 자연스레 2년 연속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게 됐다. 정부는 매년 조세 제도를 정비하는데 단기적인 상황에 대응하는 조세 정책 변화는 세법개정안,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 내용을 담으면 세제개편안으로 표현한다. 바뀌는 내용이 많을수록 세제개편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금은 사실상 '정치 세금'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권 교체 때마다 180도 뒤바뀐 경우가 많아서다. 실제 노무현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이명박정부는 무력화 했고, 이후 문재인정부가 세 부담을 다시 크게 높이자 윤석열정부는 이를 되돌렸다. 그러는 사이 부동산 세제는 누더기가 됐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걸 본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재계 한 고위 임원이 한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제가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강조하고 일주일 만에 반도체 호남팹(Fab·공장) 부지로 광주 군 공항을 낙점헸다. 말에 그치지 않는 실행력을 보여준 것이다. 군 공항 부지 선정도 토지 보상 논의에 드는 시간을 단축시켜 공기를 크게 앞당기려는 속도전의 일환이다. 이 대통령은 후속 회의에선 "행정 지연으로 투자 집행이 늦어지면 안 된다"며 비합리적이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와 호남팹을 동시에 추진하고 호남팹을 포함한 지역 발전·지원 방안을 담은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속도전에 재계도 대규모 투자 결단으로 화답했다. 삼성과 SK가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쏟아붓는 4755조원의 현실감 없는 투자금액이 발표됐다. 인공지능(AI) 혁명의 개화기에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 정부와 재계가 공감대를 이룬 결과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 위원회 부위원장(전 국회의원)이 최근 전국을 돌며 기업인들을 만날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이 가진 모호함이다. 이 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2·3조)의 일부개정법률안을 일컫는 별칭으로, 사용자 범위 및 노동쟁의 대상 확대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걸 골자로 한다. 박 부위원장은 "기업인들은 절박하게 얘기하는데 법을 바꿔야만 풀리는 문제 앞에서 늘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 문제를 짚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기업의 경영권 행사까지 쟁의 대상이 되면 끝이 없다"며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삼성전자 노조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 반대 움직임과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를 겨냥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노조를 질타했다. '소년공' 출신으로 누구보다 노동자의 삶을 잘 이해하는 이 대통령조차 노조의 도를 넘은 쟁의 활동엔 혀를 차며 일침을 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