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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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환경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인가요?" 이번 달 인공지능(AI)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다양한 국적의 인사들이 모여 대화하던 자리에서 한 국제 비영리 정책조직의 연구자가 물었다.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한국의 논의는 AI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지을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 피지컬 AI와 함께 '3대 메가프로젝트'로 묶었다. 2029년까지 전력 사용량 기준 8. 4기가와트(GW) 규모로 구축하고, 2035년까지 18. 4GW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적인 AI 경쟁에서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확충의 속도와 규모에 비해 데이터센터를 어떤 원칙 아래 지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쓰고,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물과 냉각설비를 필요로 한다. 폐열도 남는다. 기업이 편익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인프라 비용은 지역사회와 다른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학교의 적정 규모를 키우고 통합학교를 운영해야 하지 않나. " 지난 8일 이례적으로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두 장관이 직접 나선 '교육교부금 개편 토론회'에서 기획예산처 측 패널은 소규모학교의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실제 소규모학교가 유지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면 경제논리로만 따질 수 없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서울 A초등학교는 강남구에 있지만 전교생이 66명에 불과하다. A초등학교는 최장 5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가 앞에 있다. 임대주택 주민들이 오래 거주해 고령화되자 학교는 점차 소규모화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수년간 A초등학교를 인근 B초등학교와 통합을 시도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두 학교의 거리는 600m정도지만, 임대주택에서부터 B초등학교 거리는 1. 4km로 두배가 늘어난다. 이 구간을 지나는 버스는 없다. 경기도 C초등학교는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출신이다. 전교생 수는 162명으로 소규모학교지만 학급 수(특수학급 제외)는 15학급이나 된다.
파산 수순을 밟던 홈플러스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보증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했다. 법원이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폐지를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기간 연장해 홈플러스는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됐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생각해볼 문제는 적지 않다. 우선 홈플러스 사태를 '메리츠도 문제, MBK도 문제'라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만약 MBK의 홈플러스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어땠을까. 투자에 성공했다면 그 과실은 운용사와 투자자가 대부분 가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이 실패하자 그 부담이 임직원과 협력업체, 채권 금융사까지 번졌다. 성과는 사적으로 귀속되고 손실은 사회가 함께 떠안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자금 지원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의 MBK를 향한 책임 있는 참여 요구도 이러한 제한적 책임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사모펀드(PEF)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한다.
민선9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간경제'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문화·관광·상권·교통을 연계해 낮에 집중된 소비를 저녁과 심야까지 넓히고, 이를 골목상권과 일자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시설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공간의 운영시간과 이용방식을 바꿔 경제적 효과를 내겠다는 접근법이 새롭다. '글로벌 야간경제 보고서'(NTER 2026)는 세계 야간경제 규모를 연간 3조~4조달러(약 4450조~5930조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로 추산한다. 고용도 전체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영국 런던의 야간문화·여가 중심 경제는 210억5000만파운드(약 42조원), 전체 야간경제는 1396억파운드(약 278조원)로 추산된다. 런던 경제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야간경제총괄특보와 전담팀을 두고 오 시장이 최소 6개월간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도심 주요 야간 명소를 '야간경제 상생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구에는 야간영업 인센티브와 옥외영업 시간 연장, 심야교통 지원 등을 묶어 적용한다.
"전력이 흘러 넘치는 주(state·州)들에 AI(인공지능) 빅테크들이 줄을 서 있는 상황입니다. " 미국의 전력계통 시장 상황에 정통한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가 최근 전해준 말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풍부한 발전 역량을 보유한 주들에 앞다퉈 "사업을 하게 해달라"고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주정부들이 온갖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빅테크들을 모셔가기에 바빴던 상황과는 사뭇 달라진 셈이다. 이 관계자는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태양광 발전 역량 등을 보유한 미국의 선벨트(Sun Belt) 지역이 오히려 빅테크들을 줄세우는 상황"이라며 "AI 시대의 개화가 만들어낸 변화"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 없이는 AI 관련 인프라가 작동할 수 없기에 콧대높은 빅테크들이 을(乙)처럼 보이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력이 흘러넘치는 곳이라면 아무리 외진 곳이라도 AI 관련 기업들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메타·xAI 등 유력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딥사우스(Deep South)가 대표적이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최근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실제로 독일 공장 4곳을 폐쇄하고, 글로벌 직원 65만7000명의 약 15%에 달하는 10만명을 감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존 게임에 직면한 건 완성차업체는 폭스바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우디는 2029년까지 75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독일 자동차 공장을 방산업체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통 원인으로 '중국'이 꼽힌다. 독일 자동차업계가 전동화 전환을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 정부는 전기차 업체 육성에 역량을 집중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 끝에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기업만 살아남았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 점유율을 늘려갈수록 독일 업체들의 대중국 수출은 줄어 들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이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유럽 시장은 핵심 타깃이 됐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중국 브랜드가 15%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북 김제시 공덕리의 들판에는 한때 국제공항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정부는 공항을 짓겠다며 토지를 사들였지만 경제성 문제로 2005년 공사가 중단됐다. 이미 부지 매입비 등을 포함해 500억원에 달하는 국고가 투입된 상태였다. 활주로가 예정됐던 자리는 오랜 기간 배추밭 등으로 임대됐고 지역에서는 이 땅을 '황금 배추밭'이라고 불렀다. 공항 건설이 백지화된 뒤에도 법적 지위는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김제공항 개발 기본계획'을 공식 폐지한 것은 2022년 11월이다. 서울지방항공청의 실시계획 폐지까지 마무리된 것은 이듬해다. 공항 계획이 등장하고 완전히 정리되기까지 25년이 걸렸다. 김제공항 사례는 정책의 결론을 미루는 것에도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추진하지도 완전히 접지도 않은 상태가 길어지는 동안 자산은 묶이고 지역은 다른 선택을 미뤄야 한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통합론도 정부가 가능성만 열어둔 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두 공사의 통합론이 불거질 때마다 현장에서는 본사 위치와 인력·사업 재편, 지방공항 운영 변화를 놓고 우려가 쏟아진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론화가 중단됐지만, 언제 다시 시작할 지는 모르는 형국이다. 이번 탈모 공론화는 '급여화 우선순위'에 대해 전국민이 고찰하는 계기로도 평가된다. 다시 생각해볼 것은 '탈모로 인한 고통의 정도'다. 물론 탈모가 일부 당사자에겐 심각한 심리적 위축과 대인관계의 어려움, 치료비 부담을 초래한다. 탈모를 단순한 외관상 문제로 깎아내리거나 당사자의 고통을 조롱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탈모로 인한 고통을 인정하는 것'과 '탈모치료제를 국민건강보험(건보)의 우선 급여 대상으로 결정하는 것'은 별개다. 건보는 건강할 때 함께 부담하고, 질병 위험과 의료비 부담이 큰 사람에게 필요한 의료를 보장하는 사회보험이다. '탈모약 급여화' 논란의 불똥은 '낙태'로도 튀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박주민 의원은 낙태 허용 관련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낙태를 허용했다. 낙태 수술뿐 아니라 약물 복용으로 인한 낙태를 합법화하고, 건강보험도 적용하는 내용이 이들 법안에 담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여전하고 AI시대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호 팹(공장)의 완공 일정을 2년이나 앞당겼다.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환경영향평가 면제 등 가능한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해 기업을 보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기업이 속도를 내는 만큼 국회도 관련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기업 경영을 옥죄는 규제를 해제해주길 바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임죄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삼자에게 이익을 주고, 사무 위임자 등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죄'를 의미한다.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는 구성요건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라 재계에서는 부담을 토로해왔다. 기업 경영 상 합리적 위험을 감수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면 배임죄로 처벌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길 잘했네. " 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인다는 소식에 지인이 건넨 말이다. 최근 6억원을 대출받아 서울의 한 구축 아파트를 매수한 그는 "조금만 늦었어도 계약을 못 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반면 또 다른 지인은 집을 살 계획을 접었다. 대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같은 뉴스를 접한 두 사람의 표정은 달랐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둘 다 "지금 아니면 평생 집을 못 사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집값보다 심리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나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를 뜻한다. 주식시장에서 급등하는 종목을 뒤늦게 따라 사는 심리로 자주 등장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대출 한도 축소는 은행의 자체 결정이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속에서 금융권 전반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흐름과 맞물리며 이런 불안을 키우고 있다.
우리 몸에서 '혈(血)'은 영양분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좋은 영양분도 혈이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본시장에서 혈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돈, 자금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도 정작 필요한 곳에 돈이 흐르지 않으면 건강한 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 변동성이 극에 달한 와중에도 올해 상반기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인 9000에 도달할 만큼 뜨거웠다. 그만큼 자금도 넘쳐났다. 지난 6월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만 90조원에 육박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수익률 1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안고 상반기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지나갔다. 그러나 코스피의 화려함 뒤편엔 코스닥의 그늘이 있다. 코스피 일부 반도체 대형주와 이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로 자금이 쏠리면서, 성장기업이 모인 시장은 유동성이 말라붙었다. 실제로 코스닥 거래대금은 한국거래소 기준 올해 초 한때 25조원에 달했지만, 최근엔 6조원대 초반까지 주저앉았다. "투자자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다"는 중소·혁신기업 관계자들의 하소연이 곳곳에서 들린다.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옛 인보사)가 초미의 관심사다. 20세기(1999년)에 연구를 시작한 토종 신약이 국내 품목허가 취소란 아픔을 딛고 블록버스터(연간 매출액 1조원 이상의 의약품)로 부활할 수 있을까. 이달 공개 예정인 TG-C의 미국 임상 3상 톱라인(주요지표)에 이목이 쏠린다. TG-C 미국 임상 3상의 핵심은 무릎 골관절염의 통증 완화와 기능성 개선 여부다. 앞서 실시한 국내 임상 3상과 미국 2상에서 입증한 효능을 재현하면 성공이다. 실패 위험이 구조적으로 크지 않단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TG-C의 성공은 K-바이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하나의 큰 이정표다. 주사액 세포 성분 기원 착오로 인한 국내 품목허가 취소와 미국 임상 3상 중단 등 험난한 연구개발 과정을 차치하더라도 TG-C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TG-C가 미국 임상 3상에 성공하고 품목허가를 획득하면 전 세계 최초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로 등극한다. 지난 20년간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가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개발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