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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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증시가 열린 21거래일 중 12거래일에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 등의 시장 조치가 이뤄졌다. 하루 건너 하루 이상으로 시장 조치가 단행될 정도의 높은 변동성으로 시장이 움직였다는 뜻이다. 7월 들어서도 거래가 열린 사흘 중 이틀이나 사이드카가 울렸다. 올해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사이드카는 48회, 서킷브레이커는 7회 발생했다. "이렇게 오래, 극심하게 변동성이 이어지는 장은 본 적이 없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변동성의 주요 원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소수종목으로의 쏠림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도입을 꼽는다. 지난 3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3538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53. 5%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36. 1%에서 17. 4%포인트 상승했다. AI(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지면서 주가도 빠르게 올랐다.
착각하지 말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고 해서 우리 모두의 삶이 부유해진 건 아니다. 누군가는 막대한 성과급과 주식 대박에 환호하지만 더 많은 이들의 월급은 제자리다. 물가와 전월세가 올랐고 청년층 일자리도 줄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나라 경제엔 더없이 좋은 일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더 가난해졌을지 모른다. 기회를 놓쳤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불안까지 겹치면 호황은 더 이상 희망의 언어가 아니다. 반도체 기업의 엄청난 이윤을 탓하자는 건 아니다. 한국 경제가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공급망으로 기회를 잡았다는 점은 엄청난 기회다. 문제는 '호황의 비용'을 우리 사회가 함께 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다. 가격이 오르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자동차와 가전제품 값도 모두 상승 압박을 받는다. 누군가는 반도체 값이 올라 돈을 벌지만 누군가는 더 비싼 완제품을 사야 한다는 얘기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D램(DRAM) 가격은 지난 1분기 최대 98% 올랐고 2분기에도 58~63% 추가 상승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시절 세제실과 예산실의 관계는 오묘했다. 국가 회계의 관점에서 돈을 버는 곳(세제실)과 쓰는 곳(예산실)의 정책 철학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오랜 기간 예산실과 세제실에서 일한 공무원들의 성향도 달라 보였다. 하지만 기재부라는 한 지붕 아래에선 이런 차이가 부각되지 않았다. 올해 초 기재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자 균형은 깨지기 시작했다. 재경부는 경제정책과 세제, 국제금융을 중심으로 꾸려졌고, 기획처는 예산과 미래전략 업무를 맡았다. 과거 세제실과 예산실처럼 정책 목표는 같지만, 이를 실현하는 수단은 달랐다. 재경부와 기획처는 출범 초기부터 미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재경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2045년 광복 100주년'이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 광복 100주년에 맞춰 '경제도약 액션플랜'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긴 호흡의 중장기 전략은 원래 기획처가 중요하게 여겨온 업무 영역이다. 실제로 기획처 역시 중장기 국가전략인 '미래비전 2050' 수립 계획을 경제성장전략에 담았다.
"올해 예비타당성조사에 올리지 못하면 또 1년이 늦어집니다. "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실 주최로 열린 '우주상황인식(SSA) 포럼'에서 김시몬 공군 우주센터장(대령)이 한 말이다. 국내 우주 감시 역량 확보가 예타 지연으로 또다시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우주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을 감시·분석하는 SSA 인프라 구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사업 일정이 늦어지는 문제가 아니다. 급변하는 우주 안보 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우주 정보를 확보하고, 국제 협력 체계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느냐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동안 미국은 동맹국들과 우주 감시 정보를 공유해 왔지만 최근에는 각국이 자체 역량을 확보하고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우주를 감시하고 분석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향후 우주 안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발사체 경쟁도 마찬가지다. 전천후 지구관측위성인 다목적실용위성 6호(아리랑 6호)는 유럽 발사체 '베가-C'에 함께 탑재될 이탈리아 위성 개발 지연으로 발사가 2027년 2분기로 미뤄졌다.
요즘 국내 주식시장은 "국가가 공인한 도박판 아니냐"는 씁쓸한 반응이 나온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단일종목 ETF(상장지수펀드) 중에서 특정 종목의 경우 하루 매매회전율이 1200%인 적도 있다. 하루만에 전체 물량의 12차례 거래된 것이다. 삼전닉스 ETF는 출시 한달만에 시가총액 14조원을 돌파하며 블랙홀처럼 돈을 빨아들인다. '초대박 흥행'에 증권사 수수료 수입만 연간 최대 10조원에 달한다는 추정(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에서 "이자장사" "잔인한 금융"으로 두들겨 맞은 5대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4조원)과 맞먹는 규모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증권사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는 공휴일"이란 말까지 나온다. 하루라도 휴장하면 거액의 수수료를 벌 기회가 날아가서다. 이찬진 원장은 대놓고 '도박판의 뽀찌(도박에서 번 돈의 일부를 주변에 나눠주는 것) 뜯는 사람'에 비유한다. 신용융자, 증권담보대출, 신용대출과 레버리지 기반 개인투자금이 419조원으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28조원 급증했단 분석도 제기된다.
혹시 제목에서 빠진 글자가 있어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어차피 입에 담거나 듣기에 불쾌해 할 독자가 대부분일 터라 구태여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 정치적 반대파를 토론 상대가 아니라 체제의 적으로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제헌국회 초반엔 '프락치'가 그랬다. 1949년 국회프락치 사건까지 이어졌다. 자유당 시절엔 '사사오입'이라는 사건명이 있었는데, 이후에 자유당식 억지 정치를 다 묶어서 사사오입이라 불렀으니 정치적 혐오 표현의 원조라고도 할 만 하다. 좌빨, 수구꼴통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는 빨갱이고 나는 애국자, 상대는 꼴통이고 나는 깨어있는 시민이다. 장기간 유통된 정치적 낙인이자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멸칭들이다. 2007년 대선에서 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두고 '폐족'(廢族)이라고 자책했는데, 이 역시 정치적 멸칭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따르던 '친윤계' 중 일부는 자책 수단으로, 반대파들은 공격 수단으로 이 멸칭을 곧잘 활용한다. 팬덤정치 시대가 오면서 '빠'(극렬지지층)와 '까'(극렬비판층)도 정치 콘텐츠를 점령했다.
올여름 유럽을 덮친 조기 폭염의 기세가 매섭다.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등 곳곳에서 기온이 40도를 넘나들면서 전력 수요 급증과 산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인명 피해도 잇따른다. 지구 반대편 태평양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세계 기상당국들은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바닷물이 평년보다 따뜻해지면서 전 세계 강수량과 기온 패턴을 바꾸는 현상이다. 지역에 따라 가뭄과 폭우, 폭염을 유발할 수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날씨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시장과 중앙은행들이 주목하는 것은 기후와 물가의 관계다. 과거에는 전쟁이나 팬데믹, 유가 급등이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제는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이상기후도 물가를 움직이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원리는 단순하다. 폭염은 농작물 생산량을 줄이고 가뭄은 수자원을 고갈시킨다. 홍수는 생산시설과 물류 거점을 침수시켜 공급망을 교란한다. 생산이 감소하고 운송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국에 '의료관광' 온 외국인 환자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 숫자는 201만1822명으로 전년 대비 71. 9% 급증했다. 이 중 63%인 131만명이 피부과 환자였다. 피부 탄력을 개선하는 '리프팅' 등의 시술을 받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K-뷰티' 열풍과 함께 '미용 대국'의 지위가 공고해진 셈이다. 국내외 수요에 힘입어 한국 미용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세다. 한국IR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미용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20년 1000억원을 돌파하며 2014~2020년 연평균 성장률 19. 7%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5년 5억3041만달러(약 8202억원)였던 시장이 2031년에는 8억3863만달러(약 1조2970억원)로 2026년부터 연평균 8. 11% 성장할 전망이다. 그만큼 이용자가 많고 앞으로도 늘어날 거란 얘기다. 그런데 의료소비자인 환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망은 사실상 없다. 리프팅 등 시술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저희가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저희에게 청탁을 하지 우리가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2017년 12월, 서울고법 법정에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같이 단언했다.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곤욕을 치르던 중 평택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느냐는 특검 측의 '황당한' 질문에 참다못해 그간의 억울함을 쏟아낸 듯 보였다. 기업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공장을 건립하는데 발목을 잡는 규제와 까다로운 절차가 많다는 반도체업계의 하소연은 이어지고 있다. 안팎에서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보다는 빠릅니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반면 우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중국은 반도체 투자에 필사적이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공장을 지을 때 경험한 사례들은 아직도 회자된다. 중국 당국은 전담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모든 인허가 절차를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땅을 파다가 수천년전 고대 유물이 나왔는데도 옮겨버리고 공사를 계속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다.
세계경제를 100일 넘게 불확실성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중동 전쟁이 종전 절차에 들어가면서 꽉 막혔던 글로벌 공급망에도 숨통이 트였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본격적인 협상이 개시되자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대로 급락했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의 말대로 눈앞의 '파고'는 낮아졌을지언정 수면 아래 '암초'가 사라진 건 아니어서다. 실제 국제유가가 70달러로 내렸다고 해도 지정학적 불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에 국제유가엔 20달러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앞으로도 문제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벌인 전쟁 비용과 리스크를 전세계 국가들이 나눠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청구서는 이미 날아들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에는 3000억달러(약 460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기금이 명시됐다. 미국은 전세계 기업들이 출자하는 돈으로 기금 재원을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이미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나라의 기업들이 출자를 약속했단 외신 보도까지 나왔다. 동맹국들에 참전을 줄곧 요구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번엔 '종전 비용 청구서'를 내민 격이다.
6·3 지방선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부진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실선거 논란과 여권 내 계파 갈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이슈였던 부동산 정책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정치권에선 830만 서울 유권자의 선택에 대한 복기도 한창이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지지세가 확연했다. 부동산 표심이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뜻이다. 부동산 포모(FOMO·기회 상실 공포)에 빠진 젊은 층의 반감이 여권의 패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부동산 민심의 일단이 드러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7월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한국의 보유세율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데다 코스피 급등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역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이전 진보 정권의 부동산 실패를 되풀이하는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은 정부를 가급적 멀리한다. 정부 정책이 기본적으로 '규제'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업계 간담회는 이례적이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소집령'을 내려 회의가 열린적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기업들이 먼저 정부에 만나자고 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회의엔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측 인사와 CJ제일제당과 농심, 대상 등 국내 대표 K푸드 기업 20여개 관계자들이 모였다.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중동전쟁 여파로 고유가, 고환율, 물류비 상승 등 '3중고'에 내수 부진까지 겹쳐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원가 상승 요인을 기업의 희생만으로 상쇄하는 분위기를 제발 없애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인은 "정부의 가격통제가 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기업인들이 비명을 지른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가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는 기업의 현실을 외면한채 억누르기식 가격 통제에만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적자를 견디지 못하는 기업은 쓰러지고, 경영이 힘들어진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