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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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50~60대는 물이 가득 찬 저수지를 앞에 두고도 목이 마른 사람과 닮았다. 집도 있고, 연금도 있고, 경력도 있다. 없는 것이 아니라 흐르지 않는다. 노후의 위기는 흔히 60대 이후의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실제 균열은 은퇴 이후가 아니라 은퇴 직전에 먼저 나타난다. 50대는 자산이 정점에 이르지만 동시에 현금흐름이 꺾이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숫자만 보면 착시가 생긴다. 우리나라 55~64세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높다. "아직 일할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러나 이 통계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인가, 얼마를 벌 수 있는가의 문제다. 즉 고용의 질이다.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평균연령은 정년보다 훨씬 이르고 이후의 일자리는 임금과 안정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일은 이어지지만 소득이 급격히 낮아지는 구조, 이것이 50대 이후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대부분 사람에게 기본적인 안전망일 뿐 생활을 온전히 책임질 수준이 아니다. 퇴직연금이라는 두 번째 기둥도 아직은 든든하지 않다.
우리는 큰 나라를 만들고 오래 유지한 사람들을 위대한 정치가로 칭송한다. 정치에 있어서 '크기'와 '지속성'은 '좋은 정치'를 측정하는 중요한 잣대다. 우리는 5명짜리 친목회를 만든 것보다 10만명짜리 사회봉사 조직을 만든 사람을, 그리고 10년 만에 무너진 나라보다 1000년 가는 나라를 칭송한다. 정치는 '더욱 큰' 나라를 '더욱 오래' 유지하는 일이다. 물론 서로 낯익은 사람들끼리 소박하게 살아보자는 사람도 있다. 낯선 사람들과 불편하게 얽혀 살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끼리, 우리 씨족끼리, 우리 부족끼리, 우리 민족끼리 살자는 사람들이 늘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가족이나 씨족 밖에서 결혼 상대를 찾는 등 밖으로 연대의 대상을 찾아 조직을 키워간다. 익숙한 가족끼리, 씨족끼리 살면 마음은 편할 테지만 이런 '축소지향'의 정치로는 늘 작은 나라에 머물고 큰 나라의 힘 앞에서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다. 베네치아공화국 같은 섬나라가 아닌 이상 대국이 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멸망한다.
최근 둘째 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중도' 이슈가 나왔다. 세상이 좌우로 갈라져 혼란스럽다며 자신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이고 싶다는 한 고교생의 바람은 순수하고 건전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빠는 그런 딸에게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로서의 중도는 가능하지만 과정으로서의 중도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허상이다. " 우리 사회에는 양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간 어딘가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중도라고 착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중도는 단순히 가운데 선다고 잡히는 것이 아니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면 평형수가 반대쪽으로 이동해 균형을 맞추고 밸런스보드 위에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좌우로 끊임없이 체중 이동을 해야 하듯 중도란 한쪽 힘의 과잉을 다른 쪽 힘이 조정하고 상쇄하는 동태적 과정이 빚어내는 결과다. 자신을 '중도'로 규정하는 이들은 흔히 남들보다 더 객관적이거나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중도를 가장한 모호한 태도는 대개 판단과 책임을 유보하려는 기회주의와 다르지 않다.
2022년 오픈AI의 챗GPT 출시는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신기술의 출현을 뜻했다. AI 대중화로 인터넷에 비견되는 사회변화가 예상됐다. 주식시장도 AI의 발전을 환영했다. AI와 연관돼 있는 매그니피센트7(M7) 회사 주가는 2022년 말 이후 평균 426% 급등했다. AI는 주가를 끌어올리는 마법이 됐다. AI로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테크기업의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엄청난 규모의 현금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은 AI 인프라 투자에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투자속도에서 밀리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포모(FOMO·소외 불안감)에 사로잡혀 천문학적 액수의 자본투자에 나섰다. 인프라 투자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집중됐다. 데이터센터 투자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연구는 앞으로 몇 년간 구글 100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 800억달러 등 8개의 대형 프로젝트에만 1조달러가 넘게 투자될 것이라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픈AI가 소프트뱅크, 오라클과 함께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오픈AI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 텍사스 지역 등에 20개의 차세대 초대형 AI 슈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 한다.
유럽 대륙에서는 종종 정치적 선의로 포장된 '좋은 의도, 나쁜 정책'이 발표된다. 그러나 간혹 국민이 압도적 이성으로 그 흐름을 단호히 거부하는 순간이 있다. 스위스에서 또 한 번 그런 장면이 연출됐다. 얼마 전, 상속·증여 자산 5000만 스위스프랑(약 62억 원)이 넘는 부분에 무려 50%의 세율을 매기는 상속세 신설안이 국민투표에서 부쳐졌고 놀랍게도 투표자의 80%가 반대 표결로 부결시킨 것이다. 그 법안의 세금 부과 대상은 극히 일부의 슈퍼 부자였지만, 스위스 국민 다수는 "이 길이 국가 전체에 손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대다수 스위스 국민의 결정이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스위스는 부자 나라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이 법안이 자신에게 직접적 부담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부자에게 더 내게 하자'는 단순한 정서적 접근보다 경제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우선한 선택이다. 스위스의 부(富)는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정책 환경, 낮은 조세 부담, 기업 친화적 제도에서 비롯된다.
요즈음 IMF나 연준 등에서 나온 금융안정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두 가지 이슈가 부각된다. AI 거품론과 사모대출의 급성장이 그것. 이 두 이슈는 결국 글로벌 금융안정의 향방과 관련해 새로운 위기의 시나리오를 환기시킨다. 오늘날 AI 거품은 1990년대 말 대대적인 인터넷 관련 투자와 비즈니스모델로 각광받던 닷컴버블과 유사하다. 인터넷 혁명의 역사적 효용은 뚜렷하지만 과잉투자와 수익성 악화라는 후폭풍에 나스닥을 필두로 세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져야 했다. IMF 전 수석부총재 기타 고피나트는 오늘날 닷컴버블 붕괴와 같은 주식시장 조정이 초래되면 세계적으로 35조달러의 부가 증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더욱 문제는 AI 열풍이 서로 거미줄처럼 얽힌 복잡한 '순환거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엔비디아가 오픈AI에 1000억달러 투자를 발표하자 오픈AI는 오라클로부터 클라우드를 공급받겠다며 3000억달러 계약을 하고 이어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해 400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AI칩을 구매하기로 하는 등 말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민석 국무총리 등 여권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를 두고 오세훈 시장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런 공방은 경쟁의 초점이 '어느 당 후보가 시장이 돼야 한다'는 진영대결이라는 점에서 지방자치가 여전히 중앙정치의 연장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구도에서는 지역주민의 삶을 다루는 주민자치 의제가 자연스레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에서 벗어나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를 두고 정책경쟁을 하는 게 좋다. 그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 속에서 드러난 주민자치의 원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조선시대 촌계(村契)는 중앙집권적 행정체계에서도 기층민의 자율성과 연대를 지켜낸 중요한 사례로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조선시대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왕, 관찰사, 수령으로 이어지는 관치행정이 기본이었지만 동시에 재지사족(在地士族)의 향약이 향촌사회를 이끄는 이중구조였다. 이런 관계는 독일 사회학자 하버마스가 말한 '생활세계의 식민화'란 개념과 유사하다.
'코브라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정책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의미하는데 독일 경제학자 호르스트 지베르트가 발간한 책의 이름이다. 이 책의 부제는 '경제정책의 오류를 피하는 법'이다. 내용은 이렇다. 인도 식민지 시절 영국 총독부는 당시 번성하던 코브라를 없애기 위해 코브라를 잡아오면 포상금을 주는 정책을 발표했다. 정책발표 후 서서히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나중에는 인도인들이 코브라를 직접 사육해서 포상금을 수령하는 경우까지 생겼다고 한다. 이에 총독부는 포상금제도를 폐지했고 포상금을 못 받게 된 인도인들이 사육하던 코브라를 길거리에 버려온 거리에 코브라가 넘쳐났다는 사건을 예로 든다. 이렇듯 인센티브는 잘못된 신호를 주거나 대상의 대응을 오판하면 부작용으로 인해 정책이 실패할 수도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케냐의 마사이족은 전사의 용맹성을 보여주기 위해 사자를 사냥하는 관습이 있었다. 이에 사라져가는 사자를 멸종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심바(shimba) 프로젝트'다. 사자를 사냥하는 이유는 2가지였다.
최근 정부와 관계기관이 취약채무자의 경제적 회복을 위해 다양한 제도정비에 나섰다. 이 중 새도약기금은 장기연체로 정상적인 금융생활이 어려운 채무자에게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표적 사례다. 금융회사에서 7년 이상 연체된 원금 5000만원 이하 무담보채무를 일괄매입한 뒤 상환능력에 따라 채무조정이나 소각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내 채무조정 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사적 조정,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등 공적 제도, 그리고 새출발기금·장기소액연체 지원 등 특례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그 외에 채무자 지원을 위해 법률구조공단의 개인회생·파산 및 채무자대리인 지원제도와 서울시 금융복지상담센터의 상담 등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채무문제로 일상이 흔들리는 서민들의 체감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 취약채무자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성실히 상환 중인 채무자라도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불안정한 소득 때문에 언제든 연체위험에 노출된다. 채권이 매각되면 과잉·불법추심 가능성까지 커진다. 이미 채무조정에 실패한 이들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최근 농촌으로 실태조사를 갔는데 오전에 농가조사를 마치고 읍에 있는 식당에서 부대찌개를 주문했다. 식탁에 놓인 반찬 중 낯선 나물무침이 하나 있었는데 고수와 무채를 새콤하게 빨간 소스로 무친 것이었다.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고수를 우리나라 시골식당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 모양만 고수와 비슷한 나물이라고 생각했으나 맛이 고수가 맞았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수년 전부터 마을에 동남아 근로자가 많아졌는데 우연한 기회에 고수반찬을 만들어 제공한다고 했다. 특유의 향을 지닌 고수는 한국인에겐 매우 낯선 채소다. 실제 동남아에 간 여행객 중에서도 고수가 들어간 음식을 끝내 먹지 못하고 고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시골식당에서 고수가 들어간 기본반찬이 나오니 신기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지만 농촌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관련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했는데 2025년 5169만명으로 추계된다. 이 중 농촌지역 인구감소 현상은 더욱 심각한데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90여곳 중 대부분이 농어촌지역이다.
우리는 독재와 혁신은 공존할 수 없다고 믿어왔다. 자유로운 토론과 개방성이 없던 옛 소련이 확실한 사례였다. 일종의 '민주주의적 우월감'이다. 하지만 중국은 보란듯이 그 믿음을 배신했다. '스마트 권위주의'라는 교묘한 체제를 완성해가고 있다. 중국은 싱가포르 모델을 흡수해 현대 정보화 시대에 맞게 독재의 도구를 개량했다. 알리바바의 마윈이 정부를 비판하자마자 IPO는 취소됐고 대중의 시야에서 그는 사라졌다. 많은 이가 중국의 '자살골'이라 간주했고 혁신의 싹을 스스로 자르는 행위라고 여겼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그런 행동은 통제 불가능한 기업권력을 길들이고 데이터주권을 당이 회수하기 위한 지극히 논리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은 테크기업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처럼 했지만 숨통을 조금씩 틔워주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풀어줄 때는 혼란을 야기하고 조일 때는 죽음을 부른다'는 딜레마 속에서 중국은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불안해 보이지만 중국은 세계 최고의 혁신국가로 변모했고 첨단 제조업에서 미국을 턱밑까지 추격하거나 이미 추월했다.
AI(인공지능)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는 더이상 단순한 서버창고가 아니다. 전력을 공장 수준으로 소비하는 거대한 전력수요처이자 기업 전체 탄소배출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AI기업들이 화석연료 기반의 전기보다 재생에너지를 우선 구매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력조달 방식이 기업의 책임성과 경쟁력을 규정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전력확보가 국가적 이슈가 되면서 "태양광 전기는 불안하다"는 말도 반복된다. 그러나 이는 전기공급의 안정성과 전기조달 방식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오해다. 먼저 VPPA(Virtual Power Purchase Agreement·가상전력구매계약)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과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이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다. 그럼에도 현행 RE100 등 글로벌 기준에서는 VPPA만으로도 '100% 재생에너지 조달' 선언이 가능하다. 이는 전기품질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전력을 구매했다고 인정할 것인가'라는 회계·계약의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