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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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본시장에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도입 10년 만에 대폭 변화가 예고되어 있다. 흔히 스튜어드십 코드로 불리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원칙'은 기관투자자가 고객과 수익자의 자산을 충실하게 관리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7개 원칙 중심의 가이드라인을 뜻한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과 관련해 주주권을 책임 있게 행사하는 내용이다. 2016년 민간 자율규범으로 제정될 당시만 해도 시장은 냉담했다. 그러나 2018년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도입을 선언하면서 변곡점을 맞이했고, 이후 249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는 자본시장의 핵심 규범으로 안착했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는 단순한 의결권 행사를 넘어 적극적인 주주관여(Engagement) 활동으로 진화했다.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기업의 가치 제고 계획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역할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이 2016년 1. 84%에서 2024년 4. 59%로 증가하고 주주제안이 활성화되는 등 제도 도입이 긍정적 기여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2026년은 독일과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성공적인 협력을 이어온지 40년이 되는 해다. 1986년 4월 한·독 과학기술협력협정이 체결됐고 그 이후 양국은 상호 이익을 도모하며 많은 성과를 이뤘다. 지난달(5월)말 독일 내 연구 역량이 가장 뛰어난 대학들의 총장 및 부총장 9명이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비롯한 다양한 논의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에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과학계는 40년 전은 물론 5년 전과도 사뭇 달라졌으며, 기존의 확고한 믿음들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백신 및 기후연구 등 일부 주요 분야에서 학문의 자유에 기반한 연구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다. 동시에 중국의 과학기술 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이는 공산당의 정치적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과 한국 같은 중견국들에게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입지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분야가 중요하다.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국민의힘의 참패가 예상됐다. 60%에 육박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윤 어게인' 인사를 공천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퇴행적 행보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달랐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민주당 12석, 국민의힘 4석,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민주당 9석, 국민의힘 4석, 무소속 1석이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집권여당의 승리이자 제1야당의 패배다. 그러나 당초 예상대로 민주당의 압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 대표도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지만 서울과 대구에서 패배했고, 특히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에서도 패배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양적 승리와 질적 패배가 동시에 나타났다. 유권자들은 퇴행과 무능에 빠진 국민의힘을 심판하는 한편, 민주당의 독주에도 제동을 걸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양당 모두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의 입구에 길게 줄 서 있다. 일부는 기다림 끝에 포기한다. 지난달 청년 고용률은 24개월 연속 하락했고, 취업자는 작년 대비 19만 명 넘게 줄었다. 20·30대의 '그냥 쉬었음' 인구는 72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선거 이후 정년연장 논의를 서두를 분위기다. 숙련 인력이 더 오래 일하게 하자, 노후의 소득 공백을 줄이자, 고령자의 존엄을 지키자는 말은 모두 옳다. 그러나 이 선의가 기업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전혀 다른 질문으로 바뀐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가. 신규 채용은 가능한가. 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연금 수급 시점이 늦어 퇴직 후 소득 공백은 길어지고 있다. 정년연장 논의가 피하기 어려운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방식이다. 낡은 노동시장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숫자만 60에서 65로 옮기면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입구는 더 좁아진다. 정치권이 쉽게 던지는 정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채용과 인건비, 승진 구조와 조직의 연령 체계까지 흔드는 문제다.
지방선거 투표를 위해 선거공보물을 들여다보다 지방자체제도의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료와 조직 등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1조는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알쏭달쏭하다. 「헌법」 제117조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한다고 규정하고, 118조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정하고 있다. 이것이 전부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방행정을 다루는 것보다는 그곳에서 살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고 자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전제가 사실인지에 대해 우리는 체계적인 검토나 평가를 시행하지 않고 이 문제를 당위로 다루고 있다. 지방행정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모든 지자체들은 동일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통치체제가 국가별로 대통령제, 내각제, 이원집정제 등 각기 다른 것처럼 자치행정도 그렇게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우리에겐 꿈이 없었다. " 영화 '비트'의 대사에 열광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에겐 꿈이 있었다. 1996년,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과학과 기술로 한국과 세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당시 과학고등학교는 내신 경쟁에만 갇힌 곳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함께 토론하며 무엇이든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유가 있었다. 그 낙관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학과 사회에서 누군가는 실패했고 방향을 바꾸었고, 의대·기업·금융으로 갔다. 선택을 탓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묻게 된다. 왜 그 꿈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웠을까. 최근 '인재전쟁2'가 보여준 중국은 이 질문을 다시 불러냈다. 로봇, 드론, 전기차, 인공지능의 질주는 이제 중국을 '짝퉁'과 '저임금'의 나라로 기억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중국의 속도를 감탄과 공포 사이에서만 읽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져야 할 질문은 기술 발전 끝에 무엇이 있는가이다. 성과나 속도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기술 발전의 정치적 상상력이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공학적 실행력으로 사회를 더 빨리 예측하고 조정하고 동원할 수 있다는 '기술공화국'만이 우리의 비전이 되어선 안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지속가능성(ESG) 공시제도화 방안(초안)'을 발표했다. 2028년부터 연결기준 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고, 단계적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공시기준은 IFRS(국제회계기준) S1(일반)과 S2(기후)를 수용한 한국지속가능성 공시기준(KSSB)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서 간접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뜻하는 스코프3 배출량은 3년을 추가로 유예해 2031년부터 공시하고, 지속가능공시에 대한 제3자 인증도 자율적으로 시행 후 의무화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공시채널도 거래소 공시로 시작한 후 법정공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안은 2021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기업공시제도 종합개선 방안'에 비해 도입시기와 범위가 많이 축소됐다. 기존 안에서는 지속가능공시를 2025년부터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도입 시점을 3년 늦췄고 공시대상도 자산 2조원 이상에서 연결기준 자산 30조원 상장기업으로 대폭 축소했다.
최근 개정된 형법상 간첩죄는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 및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혔을 뿐 아니라 간첩 행위를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하는 것으로 구체화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같은 첨단 산업기술도 국가기밀에 포함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중요 산업기술도 포함한다고 법에 명문화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해석상으로는 국가안보와 경제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기술은 당연히 국가기밀로 봐야 한다. 국가기밀은 유출 시 국가의 안전보장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비밀로서, 형식적으로는 비밀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 요건만 갖추면 된다는 것이 판례다. 과거 국가기밀은 대부분이 군사·외교상의 비밀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가 경쟁력에서 군사력보다 경제력이 중요시되고, 경제력의 근간을 기술이 차지하고 있어, 산업기술의 중요성은 급속히 증가했다. 더구나 군사력에서도 핵, 미사일, AI 등 첨단 무기체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감에 따라 기술력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 요소가 됐다.
지난 15년간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태양광이었다. 정부가 풍력 등을 곁들인 '균형 잡힌' 목표를 제시해 왔음에도 시장의 선택은 늘 한쪽으로 기울었다. 매년 신규 설치되는 설비의 90% 이상을 태양광이 차지해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태양광은 지난 15년 사이 모듈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고 효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인허가 문턱이 낮고 주민 수용성 확보도 유리하며,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사업화가 자유롭다. 무엇보다 터빈과 같이 움직이는 부품이 없어 운영 및 금융 리스크가 현저히 낮다는 점은 자본시장에서 태양광을 가장 매력적인 자산으로 만들었다. 냉정하게 말해 앞으로도 한국 재생에너지의 주력은 태양광일 수밖에 없다. 남은 과제는 단 하나, '발전단가(LCOE)'다.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은 이미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으나 한국은 예외다. 최근 국내 RE100 기업들이 체결하는 태양광 PPA 단가는 kWh당 180원 선이다.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과 비교하면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20년 고정 단가의 가치를 고려하면 경제성은 충분하다.
금융은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온 가장 오래된 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금융시스템의 기술적 기반은 가장 낡은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금융의 핵심 인프라는 안정성과 연속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설계되어 왔다. 그 결과 금융기관은 장애 없는 운영, 규제 준수, 거래 기록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경제의 속도와 복잡성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도 함께 안게 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의 코어뱅킹 시스템이다. 은행의 핵심 장부와 거래 처리 시스템은 여전히 오래된 컴퓨터 언어와 폐쇄적 아키텍처 위에서 작동한다. 이는 과거 대량 거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금융은 실시간 데이터, 초국경 거래, 신규 복합 상품이 생겨남은 물론 AI,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 기술까지 추가되며,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를 흡수하기 위해 계속 덧붙이고 보완하는 방식으로만 확장되어 왔다.
디지털 전환(DX)이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대였다면, 인공지능 전환(AX)은 그 데이터를 '지능'으로 바꾸는 시대다. 이제 데이터는 더 이상 창고에 잠자는 자산이 아니다. AI를 통해 끊임없이 학습·추론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살아 있는 자원이 됐다.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 개인정보가 놓여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의지해 온 개인정보 보호의 전통적 문법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과 마주한다. 지금까지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은 비교적 명료했다. 목적을 한정하고, 필요한 만큼만 수집하며, 목적을 달성하면 파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AX 시대의 개인정보는 그렇게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에 녹아든 정보는 모델 파라미터 곳곳에 스며들어 사실상 분리하기 어렵다. 추론 과정에서는 원본에 없던 민감한 사실이 새롭게 생성되기도 한다. 정보 주체의 동의는 수집 시점에 고정돼 있지만, AI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재조합해 몇 년 뒤 전혀 다른 목적에 활용할 수 있다. 수집-이용-파기라는 기존 생애주기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투자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금융 시장이 너무나 뜨거운 것이 생소하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물론 주식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8000선에 달하는 등 뜨거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 시장의 중요한 축 중 하나인 채권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채권 금리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 지난 해 2. 5% 가까이 하락했던 한국 국고 10년 금리는 현재 4. 2%를 넘어섰다. 미국 국채 금리 10년물 역시 전쟁 직전 3. 9%에서 최근 4. 6%까지 치솟았으며 20년, 30년 금리는 5%대를 훌쩍 넘어섰다. 일본 10년 금리 역시 3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선거 이후 정정 불안을 반영하면서 영국 국채 금리 역시 큰 폭으로 치솟았다. 주식 시장과는 달리 채권 시장이 이렇게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기저에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예상보다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주식 시장은 전쟁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강한 성장에 주목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채권 시장은 전쟁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대적인 고유가, 그로 인한 고물가 기조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