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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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주식 주도로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반도체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ETF투자도 반도체에 집중되고 있어, 운용사들이 앞다퉈 반도체 ETF를 출시하고 있다. 그런데 '000채권혼합50'과 같은 상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의 KODEX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설정액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이나 ACE 미국나스닥100미국채혼합50액티브같은 ETF들도 있다. 해당 상품들은 해당 주식, 혹은 지수와 채권에 5:5, 혹은 3:7로 분산투자하는 자산배분형 ETF이다. 반도체로 돈이 몰려드는 상황에서, 왜 채권 편입비중이 50%에 달하는 ETF가 인기를 끄는 것일까? 이유는 모두 알고 있는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한도 70% 때문이다. 이들 상품들은 위험자산 한도 70%를 넘어 주식/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싶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출시된 우회 투자 상품들이다. DC형 및 IRP 퇴직연금 계좌는 국내 상장주식 직접투자가 금지된 것 외에도 위험자산에 적립금의 최대 70% 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수도사들은 성경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온종일 필사를 몇달동안 해야만 했다. 지식은 귀했고, 귀한 지식은 곧 권력이었다. 성직자들은 신의 말씀을 독점했고, 면죄부는 그 독점이 만든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1517년, 마르틴 루터는 "가난한 자를 돕는 것이 면죄부를 사는 것보다 낫다"고 외쳤다. 이 외침은 막 등장한 인쇄기를 타고 유럽 전역으로 퍼졌으며, 결국 인쇄기는 지식의 독점을 무너뜨렸다. 요즘 글로벌 IT업계에서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는 말이 돈다.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Apocalypse(종말)의 합성어로, AI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SaaS의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사람이 워드로 문서작업하고, 엑셀로 연산작업을 하며, PPT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제는 AI가 여러 애플리케이션에서 데이터를 읽고, 문서를 쓰고, 업무를 실행한다. 인간이 소프트웨어를 쓰던 시대에서, AI가 소프트웨어를 쓰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추락하는 원화 가치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금리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시중 금리가 30%에 달했고 국가브랜드는 나빠졌다. 정부는 고강도 기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LG는 반도체를 넘겼고 삼성은 자동차를 포기했다. 세계 최강의 제조업 경쟁력을 자랑하던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날개가 꺾였다. 정리해고가 도입되고 비정규직이 고착화했다. 퇴출과 실업이 만연해 중산층이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제조업 기반이 강력한 환경에서 환율이 급등하자 경상수지 흑자가 불어났다. 그 덕택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 IMF 체제는 정규직 평생직장이라는 상식을 깨뜨리며 경제 탈동기화(divergence)의 출발점이 되었다. 1990년대 말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이 이끈 닷컴 버블은 한국을 비켜가지 않았다. 인터넷과 기술주에 대한 투자 광풍이 일었고 강남 테헤란로에는 벤처창업 열풍이 불었다. 정부의 지원이 벤처와 바이오 신기술에 집중되자 전통적 제조업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늑구 신드롬'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동물원을 탈출한 늑대 한 마리의 10일은 시민들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람들은 '잡지 마라', '자연에서 살게 두라'고 말했다. 법과 질서보다 자유의 서사가 먼저 소비됐다. 결국 늑구는 다시 동물원에 갇혔다. 하지만 그 짧은 탈출은 틀에 갇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시민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늑구는 잠시나마 맹수가 아니라 '자유의 아이콘'이 됐다. 마침 정치권에서도 장동혁 대표의 '방미 10일'이 있었다. 하지만 늑구와는 결과가 딴판이었다. 늑구의 귀환은 환영받았으나 장 대표의 복귀는 비웃음을 샀다. 이유는 간단하다. 늑구는 울타리를 넘었지만, 정치인은 여전히 울타리 안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권은 진영논리와 팬덤정치라는 이중 철창에 갇혀 있다. 여야 모두는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제거 대상으로 삼고, 정책보다 정쟁에 몰두한다.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은 공소취소 논란으로 국민의힘 내 '윤어게인' 공천의 문제점을 덮고 세 결집을 도우면서 민심에 역행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2024년 지구 표면온도는 1. 55°C 상승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폭염, 한파, 홍수, 가뭄, 산불 등 파괴적 재해가 잦아지고 피해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2024년 평균기온이 14. 5°C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해 자연재해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약 9,107억 원에 달했다. 기후위기는 이제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일상의 현실이다. 그러나 기후 재난에 특화된 보험 상품은 매우 부족하다. 재난의 불확실성이 커 담보 범위 설정이나 수익성 확보, 정교한 요율 산출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이러한 보장 공백은 취약계층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한다. 노인과 저소득층은 기후 재난에 대한 적응력과 회복력이 부족하며, 야외 노동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폭염이나 한파가 닥치면 일터를 잃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소득 상실 위험에 직면한다. 현재 기후 위험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기후보험'이 주목받고 있다. 일부 보험사에서 미니보험 형태로 온열 질환 진단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한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심사가 너무 오래 걸린다는 현장의 불만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가 최근 의약품, 의료기기 허가·심사 인력 195명을 충원했다. 이번 식약처의 인력 증원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주재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의 핵심 조치의 일환이다. 인력 확충을 통해 규제 병목을 완화해 의약품의 평균 허가·심사 기간을 408일에서 240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선진 주요국의 허가·심사 인력을 보면 미국 FDA는 8000여명, 유럽의약품청(EMA)은 4000여명, 일본 의약품 및 의료기기청(PMDA)는 600여명이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369명이다. 국내 허가 건수가 선진국 대비 80% 수준임에도 인력 규모는 미국의 4%, 유럽의 9% 수준에 불과하다. 선진외국에 비해 전문 심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심사 인력의 상당수도 계약직이다. 허가·심사 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정식 공무원으로 채용은 심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책임감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 한때 유명했던 '린디' 라는 식당이 있었다. 린디는 그저 단순히 식사를 하는 식당이 아니라 코미디언들의 아지트였다. 무명과 스타가 뒤섞여 농담을 주고받던 이 공간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관찰되었다. "10년 살아남은 코미디언은 앞으로도 10년을 더 살아남는다. " 단순한 경험칙처럼 보이는 이 말은 이후 통계학자 브누아 망델브로에 의해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되는데, 바로 '린디효과'다. 린디효과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생존을 통해 신뢰를 축적하고 미래를 만든다는 통찰이다. 특히 인간처럼 수명이 정해진 존재가 아니라, 아이디어·기술·제도처럼 소멸하지 않는 대상에 적용된다. 오래 살아남은 것은 이미 수많은 경쟁과 위기를 통과한 결과이며, 그 자체로 검증된 존재라는 의미다. 그래서 100년 된 책은 앞으로도 100년을 더 읽힐 가능성이 높고, 중요한 자산으로 수천 년을 버틴 금이나 토지는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린디효과는 단순한 문화적 통찰을 넘어 경제와 투자에 강력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뜨겁다. 역대급 실적에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노동자들의 불만과, 불확실한 경기를 내세운 경영진의 논리가 맞부딪힌다. 과거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기반 위에서 성장한 만큼, 성과를 더 넓게 공유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노사 갈등이지만, 더 넓게 보면 한국 제조체제가 미뤄온 근본적인 질문이 드러난다.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그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몫과 지속가능성은 왜 여전히 불안정한가. K-제조업이 돌아왔다. IMF 위기 이후 각고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혁신을 모색했던 한국의 제조업이 다시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귀환했다.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방산 등 한국 제조업은 불안정한 글로벌 질서를 지탱할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곧 '버틸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시대다. 이토록 화려한 귀환은 한국 체제의 고유한 힘 덕분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창조적 선도자이기보단 영리한 추격자였다. 기술이나 산업방향을 먼저 개척하는 모험 대신, 글로벌 시장의 방향이 정해지면 자원을 집중해 전면적으로 구조를 바꾸고 누구보다 빠르게 따라잡았다.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현행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은 경제적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개인별로 연봉의 50%를 상한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는 회사의 영업이익에서 주주가 제공한 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차감한 경제적 이익으로 회계상 영업이익보다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잘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확대하고, 개인별 성과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경영진은 기존 성과급 기준은 유지하되 올해에 한 해 연봉의 50% 상한을 넘는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고 경쟁사 대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본질적으로 성과급은 회사와 직원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동기를 부여하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유지하기 위해 유용한 수단이다. 사람들은 '노력과 성과 그리고 보상'의 연결고리가 명확하게 인식될 때 동기가 극대화된다.
최근 국가 간 갈등 해결 수단으로 전쟁이 빈발하면서 국제사회의 오랜 평화기가 저물고 다시금 전쟁의 시기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력으로만 평가되던 국력도 군사력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인식도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각국이 서둘러 국방비를 증액하고 군사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전쟁을 예방하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군사력뿐만 아니라 정보력도 매우 중요하다. '보이지 않는 전쟁', 즉 정보전의 중요성은 고대부터 강조되었지만 현대전에서는 그 비중이 급격히 커졌으며, 정보기관의 역할이 전쟁 수행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미국·이스라엘-이란의 전쟁은 전쟁의 승패가 군사력만 아니라 정보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들은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응을 유도하고, 러시아의 기습 효과를 상당 부분 무력화했다. 정보의 '보안'이 아니라 '공개'가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원재료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서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자연법칙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단편적인 '정책'으로 마법과 같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오랜 시간을 반복적으로 허비해 왔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가격을 눌러주길 바란다. 실제로 우리나라 전력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사실 시장의 신호가 완전히 마비된 왜곡된 숫자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가격 통제는 나중에 이자까지 붙어 돌아오는 '카드 돌려막기'와 같다. 기말고사 성적이 엉망인데 선생님이 성적표의 숫자를 고쳐준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부할 이유만 사라질 뿐이다. 억눌린 요금은 한전의 천문학적인 적자로 남아 결국 우리 세대가 반드시 메워야 할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력시장의 구조에 있다. 현재 우리 시장은 한전이 구매와 판매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제 한전은 모든 것을 쥐고 흔드는 독점 사업자의 무거운 갑옷을 내려놓아야 한다.
미국의 클래리티 법안과 한국의 디지털자산 당정협의안이 최근 나란히 교착 국면에 들어선 장면은 낯설지 않다. 새로운 산업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반복돼 온 갈등, 곧 기존 기득권과 신생 사업자 사이의 힘겨루기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이자지급 허용 여부가, 한국에서는 거래소 지분 분산과 은행 중심 발행 구조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 사안들을 들여다보면, 시장 전체를 위한 보편적 규범이라기보다 일부 대형은행과 대형거래소의 이해관계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제도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성장 경로를 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논의는 오히려 특정 이해관계가 입법의 방향과 속도를 좌우하는 모습에 가깝다. 디지털자산 산업 초기에 필요한 규제는 기득권을 지키는 장벽이 아니라 시장의 최소 질서를 세우는 공정한 규칙이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진입 차별이 아니다. 명확한 산업 정의, 시장 기본질서 확립, 사업자 규율 등과 같이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보편 타당하고 일관되게 적용되는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