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 역사에 남을 만한 것인지 판단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시사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론은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입니다.
총 2,220 건
오헨리의 소설 '양배추와 임금님'에는 '바나나공화국'(Banana Republic)이라는 나라가 나온다. 이 가상의 나라는 한 세기 전 중남미의 국가들을 풍자한 표현으로 바나나 등 단일 작물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국가를 말한다. 바나나공화국에는 국기가 있었고 정부도 존재했지만 국가의 핵심자산인 토지와 항만, 통신 등은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United Fruit Company) 같은 초국가적 기업이 장악했고 정치는 그 소유구조를 유지하는 장치에 불과했다. 중요한 점은 바나나공화국의 본질이 빈곤이나 후진성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핵심은 경제가 소수의 지대(rent)에 종속되고 그 지대를 둘러싼 자본과 엘리트가 정치를 포획하는 구조다. 바나나는 상징일 뿐 본질은 언제나 지대였다. 이 오래된 구조가 이제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자본주의의 정점인 미국에서 다른 형태로 관찰되기 시작했다. 바나나는 사라졌지만 지대는 더 정교해졌다. 먼저 우려스러운 것은 다양성의 위축이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신규 FDI(외국인 직접투자) 유입은 2021년 팬데믹 이후 반등했지만 2023~2024년 들어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옛날이야기다. 내 고향은 하루에 두 번 버스가 드나드는 시골이었다. 이런 시골에 가끔 서울에서 친척이 내려올 때가 있었다. 또래의 친척 아이들도 부모 따라 같이 내려왔다. 서울 사람들이 머무는 며칠간 온 우주가 그들을 중심으로 돌았다. 갑자기 우리 시골아이들은 2등 국민이 됐고 안 보이는 존재가 됐다. 서울 아이들의 뽀얀 얼굴, 세련된 말씨,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아는 지식과 교양 모두 부러웠고 시샘이 났다. 훗날 대학에 들어가서 목격한 장면. 추석을 앞두고 서울 친구가 부산 친구에게 "추석 때 시골 내려가지"라고 묻자 부산 친구는 "부산은 시골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그러자 서울 친구가 "경향이라는 단어가 있다. 서울 경(京)이 아니면 다 시골 향(鄕)이라는 거지"라고 설명해줬고 부산 친구는 입을 다물었다. 한국은 수백 년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나라님과 나라님을 모시는 중앙관료들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좋은 것은 서울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미국엔 워싱턴 '특별시'(DC)보다 크고 좋은 도시가 많다.
바야흐로 '자유무역의 이상'이 저물고 '중상주의적 편향'이 국제질서의 전면에 등장했다. 2025년 기준 중국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상적 관세압박에도 불구하고 유럽과 아시아로 수출노선을 다변화하며 무역흑자 1조2000억달러(약 1740조원)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세계의 부를 훔쳐가고 있다"며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를 맹비난하고 신중상주의(neo-mercantilism) 정책기조를 더욱 강하게 몰아붙인다. 얼마 전 한국에 보편관세 25% 인상을 압박한 것 역시 이러한 정책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을 추동하는 3개 기제는 지정학(geopolitics) 지경학(geo-economics) 그리고 기정학(techno-politics)의 삼위일체인 '지정경기'(地政經技)로 규정된다. 지정학이 안보구조를 흔들고 지경학이 부의 흐름을 뒤바꾸며 기정학이 기술주권을 압박하는 전방위적 격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첫째, 지정학(地政學)의 귀환이다. 냉전종식 후 '탈지정학'의 달콤함에 젖었던 세계 시장은 미중 패권경쟁과 함께 다시 지정학적 논리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1월30일 미국 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값이 폭락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은값은 고점인 트로이온스당 121달러에서 78달러로 35% 넘게 폭락했다. 가격이 하락하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종일 변변한 반등 시도조차 없이 수직낙하했다. 미디어는 폭락의 이유를 은값의 가파른 상승에서 찾았다. 지난해 말 온스당 72달러로 마감한 은값이 올해 들어서만 68% 급등하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차기 의장 지명이라는 매크로 쇼크가 가세해 하락폭이 가팔라졌다고 봤다. 자동주문 시스템을 갖춘 퀀트 헤지펀드의 개입도 거론된다. 지지선이 붕괴할 때마다 선물 매도주문을 내 끊임없이 가격을 떨어뜨리는 캐스케이드 효과를 일으켰다. 가격하락은 손절매를 불렀다. 손절매에 알고리즘 매도가 가세해 1980년 이래 최대 은시세 폭락을 연출했다. 은 시장이 가격급등에 이어 적정선을 찾아 조정을 보이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폭락을 설명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웹툰작가 출신 방송인 기안84(본명 김희민)의 인기가 갈수록 상승한다. 그는 배우나 아이돌 출신이 아니지만 방송·콘텐츠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2030 청년들에게 그의 생활방식과 태도는 웃음을 넘어 강한 공감의 대상이다. 왜일까. 이는 오늘의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그의 인기배경을 '기안84만의 특이한 캐릭터'에서 찾는다. 그는 성공모델 대신 허술함과 어설픔, 날것의 일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성공한 웹툰작가이자 방송인이지만 정리되지 않은 집과 편의점 음식, 무기력한 태도를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솔직함은 경쟁에 시달리는 2030세대에게 위안을 준다. 오늘의 청년들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자조 속에서 살아간다. 출발선부터 다른 흙수저 현실, 끊어진 계층이동의 사다리,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N포구조, 영끌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자산격차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런 조건에서 기안84의 '완벽하지 않은 일상'은 성공의 공식을 제시하지 않지만 흔들리고 실수하며 살아가는 모습만으로도 청년들에게 위로를 준다.
2016년 1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이 제도는 소액으로도 초기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도입 첫해엔 13개 중개업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며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는 듯 보였고 일부 성공사례와 함께 전문투자자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그러나 벤처혁신기업의 직접금융 창구로 기대를 모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현재 모습은 성장정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2025년 12월 말 기준 자금조달에 성공한 기업은 1093개사, 누적 조달금액은 2346억원, 누적 일반투자자 수는 9만9319명에 그친다. 규모와 성장성, 참여자 측면에서 벤처·창업기업의 대표적인 시장기반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이 개최한 제도 도입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성장한계의 원인으로 코넥스나 코스닥 상장, M&A(인수·합병)로 이어진 비율이 1%에 불과해 투자회수에 성공한 경험이 축적되지 못했고 유통시장이 미비해 투자금 회수가 사실상 단절된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듯 한국 사회의 반중감정은 매우 높다. 특히 청년세대에서 그 강도가 두드러진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서를 이유로 중국과 교류 자체를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전략적으로 회피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최근에는 계엄사태를 거치며 중국 문제가 국내 정치와 결합하고 혐중(嫌中)에 가까운 태도로까지 확산하는 양상도 보인다. 그러나 과연 한국 사회가 중국을 이런 방식으로 인식하는 게 바람직한지 냉정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사회가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G2로 불릴 만큼 거대한 국가다. '대국'(大國)이니 '사대'(事大)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트럼프, 푸틴, 시진핑처럼 강대국 지도자들이 자국의 내정과 국익을 전면에 내세우며 '낯선' 방식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시대이기에 그 작동방식을 더 정밀하게 해독해야 한다. 이매뉴엘 월러스틴이 말한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한국은 그 격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전환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차이나 리터러시'(China Literacy)다.
많은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가 수습기관을 구하지 못하는 '수습대란'을 겪고 있다. 회계사로 등록하고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2년간 실무수습이 필수여서 수년간 시험준비에 인생을 투자한 사회초년생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상실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가 시장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선발인원을 대폭 확대한 데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구조적 문제도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기술의 발전은 저연차 회계사가 담당하던 데이터 수집과 계산, 거래내역과 회계장부의 대사와 같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자동화했다. 또한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어 처리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계약서 내용을 분석하고 리스크를 식별하는 것과 같은 지능형 자동화 단계로 진화했다. 에이전트 AI가 본격화하면 AI가 스스로 감사업무의 일부를 수행하고 분석한 후 판단결과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회계감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과거 저연차 회계사들이 담당한 단순 감사업무를 AI가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대형 회계법인에 입사해 선배들에게 도제식으로 배우던 기존 수습모델은 더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다.
미국에선 매년 7~8건의 스파이 사건이 발생한 냉전기 막바지 1980년대를 '스파이의 시대'(Decade of the Spy)로 칭한다. 특히 1985년은 미국 언론이 '스파이의 해'(Year of the Spy)로 부를 만큼 대단한 사건이 많았다. 해군 준위로 무려 17년간 통신암호를 소련에 제공해 100만건 이상의 비밀 전문을 노출한 존 워커, CIA에서 30년간 중국 전문가로 근무하며 중국으로 정보를 빼돌린 래리 우타이 친 등 많은 거물급 스파이가 1985년에 체포됐다. 1991년 냉전이 끝나면서 줄어든 스파이 활동은 2020년대 들어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에 전운이 감돌자 급격히 증가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2020년대가 다시금 '스파이의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2022년 7월 영국 방첩기관 MI5와 미국 FBI 국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위협을 경고했다. MI5가 조사 중인 영국 내 중국 스파이 사건이 5년 전보다 7배 늘었고 FBI는 약 12시간마다 새로운 중국 관련 방첩 조사에 착수한다면서 경각심을 촉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거대한 북극 빙하와 오로라로 둘러싸인 미지의 땅에 불과하던 그린란드는 지금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의 최전선이 됐다. 사건의 발단은 희토류다. 지난해 미중 관세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국은 희토류 수출중단을 보복카드로 검토했고 최근 일본을 상대로는 실제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하며 전략광물 무기화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편입'이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그린란드에는 세계 최대규모의 희토류가 매장됐기 때문이다. 그는 최대 25%의 관세부과를 예고하며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을 압박했다. 중국의 직접적인 표적이 되자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건 일본은 미국의 전략에 기민하게 동조하며 '미국-일본-그린란드'로 이어지는 새로운 자원동맹 구축에 나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에 분노한 나토 동맹국이 내놓은 대응카드는 초라했다. 병력을 급파해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고작 수백 명의 특수부대와 지원인력만으로 미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할 의사는 애초부터 없었다.
금과 은은 오랜 기간 본원통화의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19세기 후반 금본위제가 대세로 자리잡기 전까지는 금과 은이 동시에 통용됐다. 1840년 아편전쟁 이전에는 중국 등을 중심으로 은이 더 넓게 사용됐다. 은이 금에 패배한 것은 역설적으로 금에 대한 은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대규모 금광이 발견되고 골드러시가 일어나자 금 공급이 크게 늘었다. 실물시장에서 저평가된 금은 대규모로 유통됐고 은은 금고로 들어갔다. 고평가된 금(악화)이 저평가된 은(양화)을 밀어내고 본원통화의 왕좌를 차지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재연됐다. 금본위제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금본위제 아래에서 세계 경제는 안정성장을 구가했다. 금본위제가 제대로 운용되기만 하면 각국의 무역수지는 자동적으로 해소됐다. 국제무역의 지불수단인 금이 무역수지 적자국으로부터 흑자국으로 유출됐다. 무역적자 국가에서 본원통화인 금 보유량이 줄어들자 그에 기반해 발행되는 화폐의 공급도 감소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야당의 거부로 멈췄지만 후보자에 대한 국민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후보자를 둘러싼 논문, 입시, 자산, 부동산 의혹이 낯설지 않아 많은 국민은 자연스럽게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떠올린다. 이혜훈 아들 장학금 의혹에 대해 조국 대표는 "내 딸과 똑같은 잣대로 검증하라"고 촉구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인사검증과 임명을 넘어 '조국사태2'로 향하는 익숙한 경로처럼 보인다. 인물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그대로여서다. 조국사태는 '가족 리스크'가 어떻게 정치인의 공적 생명을 위협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까지 일가족이 연쇄적으로 수사와 재판에 휘말렸고 결국 처벌로 이어졌다. 조국사태는 단순한 도덕성 논란을 넘어 권력과 특권이 사적 영역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당시 2030세대가 분노한 이유는 법률위반 여부보다 위선과 불공정, 이중잣대가 더 컸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엘리트가 자녀문제에선 전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모습은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무너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