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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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인식이 정부보다 낙관적이다” 최근의 한국은행 행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촌평했다.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던 한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요즘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은의 시각변화는 얼마 전 발표된 생활물가 점검 보고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보고서는 달걀, 채소 등 밥상물가 주요 품목 가격이 단기간 50~100% 크게 올랐지만 ‘앞으로 더 오르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다. 그러나 마트에서 고물가를 체감하고 있는 다수의 국민은 이런 한은 분석을 받아 들이기보다 공허한 ‘뒷북치기’로 볼 공산이 크다. 한은의 첫 번째 책무가 물가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보고서 발표 시점이나 분석 내용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한은이 그동안 정부보다 중립적 시각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총액 1300조원을 돌파해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모호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
전기레인지는 국내 주방문화를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는 대표 생활가전이다. 실내 공기오염을 최소화해 건강에 이롭다는 전기레인지의 마케팅 콘셉트는 '웰빙'과 '친환경'을 중시하는 최신 소비 트렌드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빠르게 세를 확대해나간 전기레인지는 국내 조리기기 시장의 독보적 존재였던 가스레인지를 위협하는 경쟁제품으로 훌쩍 컸다. 시장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초기 시장 규모를 함께 키워나가던 '어제의 동지'는 어느 순간 '오늘의 적'으로 돌변하기 일쑤다. 연구개발을 통한 품질개선 노력으로 업계 발전을 고민하기보다 순위 경쟁에 골몰하며 상대를 헐뜯고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구역의 최고는 바로 나'라며 서로가 시장점유율 1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집계한 수치가 그 나름의 증거였다. 업계 선두 자리를 놓고 최근 치열한, 동시에 치사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생활가전기업 SK매직과 쿠첸의 얘기다. 동종 업체들간 이같은 신경전은 비단 생활가전업계만의 사례는
"대통령이 수사의 주요 대상으로 사실상 돼 있는 사건이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면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는 것이라 생각되고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16일 '최순실 특검법' 논의가 이뤄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국회 속기록을 보면 이 법안은 발의 때부터 수사대상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잉태한 상태였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특검후보추천권'의 중립성 여부와 '특검팀 규모'였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승인을 거부한 ‘수사 기간’은 관심 밖에 있었다. '수사기간 연장 승인의 주체'에 대해선 논의조차 없었다. 국회의원 209명 명의로 발의된 이 법안은 그렇게 단 이틀만에 통과됐다. 현직 대통령을 수사할 수도 있는 근거법을 만들면서 꼼꼼히 챙기기는커녕 정치적 명분만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을 뿐이다. 애초부터 논란의 씨앗이 배태돼 있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여·야 모두가 최순실 특
하창우(63) 대한변호사협회장이 27일 열리는 ‘2017년도 변협 정기총회’에서 2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하 협회장이 이끈 집행부는 검사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사법시험 존치추진과 소통 부재로 변호사업계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검사평가제’는 새로운 실험이다. 앞으로 더 많은 변호사들이 참여해야겠지만 새로운 시도로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다만 검사평가가 오히려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작용은 풀어야 할 문제다. 부정적 평가를 당한 검사가 의뢰인과 변호사에게 사실상 보복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하 협회장은 사시 존치 문제로 임기 내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과 갈등을 빚어 변호사끼리 다투는 내전양상을 격화시켰다. 사시 존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그는 취임 이후 올인했다고 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했다. 이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반발로 이어졌다. ‘사시 존치 태스크포스(TF)’ 문건 사건에서 드러났듯 정치권에 도가 지나친 로비를 했다는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 1970년대 지어진 탓에 벽에 금이 간 곳도 있다. 하지만 ‘올 수리(전부 수리) 전세 매물 구함’ 글귀가 인근 중개업소에 계속 나붙는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조합이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며 세입자를 찾는다. 이 아파트는 수도관이 오래돼 녹물마저 나온다. 하지만 학군 수요가 많은 곳이라서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강남지역에선 일부 집주인이 ‘어린 아이가 있는 세입자’ 입주를 기피하는 사례도 있다. 일부 임대인은 집을 수리한 다음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이곳도 재건축설이 나도는 40년쯤 된 낡은 단지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서라도 전세를 얻으려는 이가 끊임없이 몰려든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서울시의 층수 제한(주거지역 기준 35층)에도 재건축 아파트를 더 높이 짓겠다는 단지도 강남에만 있다. 초고층 재건축이 대박을 내려면 학군 등 주변 여건이 탁월해야 한
“중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가 전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이제 한국도 중국 사업에 대한 인식을 바꿀 때입니다.” 얼마 전 만난 중국 M&A(인수·합병)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한 후 중국 정부의 한국 투자 승인이 까다로워졌지만 모든 분야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교육분야를 꼽았다.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투자는 사실상 금지됐지만 교육업체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가 호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하려면 중국 상무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 기업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교육업체는 온라인 콘텐츠나 오프라인 놀이학교 등 유아콘텐츠로, 이미 물밑작업 중인 업체도 여럿 있다고 이들은 귀띔했다. 국내 교육업체들도 중국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공들인 콘텐츠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또 중소 교육업체들의 기업가치 눈높
이달 초 한 백화점 매장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는데 점원이 신분증을 요구했다. 결제 내역이 적힌 주문서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전면허증을 보고 얼굴과 이름을 확인한 점원은 자연스럽게 면허증을 스캔했다. 주민번호가 고스란히 적힌 면허증 사본을 매장 PC에 저장했다. 화들짝 놀라 주민번호를 가리지 않은 신분증 사본이 왜 필요하냐고 따져묻자 “다 그렇게 하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안 장치도 제대로 없는 매장PC 속 정보를 누군가 가져간다면. 개인정보 유출사고는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다. 법령 근거 없이 주민번호 수집·저장을 할 수 없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 지도 3년이 되어 가지만 현실은 이렇다. 비단 백화점 매장뿐일까. 이른바 ‘주민번호 수집 법정주의’가 세워지는데 큰 영향을 끼쳤던 2014년 초 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사회적으로 안일했던 개인정보보호 의식에 파장을 일으켰던 일이다. 지난주 서울남부지법에서 그 사건과 관련 롯데카드가 고객
변하지 않으면 돌연사한다며 동분서주하던 최태원 회장의 발이 묶였다. 지난해 12월 17일 특검에 돌연 출국금지를 당하면서부터다. 주요 수사 대상은 최 회장의 사면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SK그룹은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출국금지는 풀리지 않았다. 그 후 두달이 지나는 동안 SK그룹은 올해 1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M&A(인수 ·합병) 등 전략적 투자에 4조9000억원을 쏟기로 했다. 지난 6일 고(故) 허완구 승산 회장 빈소에서 만난 최 회장은 최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올해 대규모 투자에 대한 질문엔 "어려운 일을 많이 해보자고 의욕적으로 발표했다"고 입을 뗐다. 하지만 사상 최대 투자 계획은 아직 시원스레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안팎의 정세가 불안해서다. 특히 가장 큰 투자처인 중국 시장이 심상찮다.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한 보복으로 여겨지는 이슈들이 불거졌다.
“도시철도 사업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민간사업자한테 운임보조도 해주는 거고요.” 위례신사경전철사업을 추진하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이다. 위례신사선은 사업성이 있다며 민자 추진이 가능하다고 홍보해온 것과 다소 다른 설명이다. 서울시의 분석에 따르면 위례신사선의 비용(Cost) 대비 편익(Benefit) 비율, 즉 비용편익비율(B/C)은 1이 나왔다. 통상 B/C는 1이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시는 이 B/C 결과를 근거로 민간사업자의 참여 요인이 충분하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분석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B/C=1은 흑자’가 성립하지 않는다. 분자인 편익(B)에는 재정수입만이 아니라 주차 편익, 운행비용 편익, 통행시간 절감 편익 등 다양한 유·무형의 사회적 편익이 포함된 까닭이다. 이들 편익을 제외한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수입이 투자비용을 밑도는 적자사업이란 얘기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다른 경전철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적자사업을 민자로
“우리는 JTBC ‘태블릿PC’ 보도의 진위를 조사할 권한도, 판단을 내릴 능력도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한 위원이 JTBC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에 대한 안건을 심의하는 소위원회 회의에서 한 얘기다. 해당 보도를 심의해달라는 보수 시민단체의 요구에 방심위가 끝내 이 사안을 지난 15일 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야당 추천 위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며 퇴장하는 파행을 겪었다. 결국 해당 심의는 물론 다른 4건의 안건에 대한 심의도 보류됐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자 방송판 곳곳이 시끄럽다. 방심위 뿐 아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 들어와서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5명의 상임위원 중 3명의 임기가 다음달 끝나는 방송통신위원회마저 곧 ‘식물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방통위 상임위원 후임 인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혹시나 정권이 교체되면 상임위원 3명(대통령 추천분 포함)을 추천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적 외풍에도 끄떡없는' 성역(聖域)을 주장하기 앞서 성역(性域)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 공연 관련 일을 하는 한 20대 여성의 절규다. 문화예술계는 최근 한바탕 풍파를 겪었다. 정부가 반정부·진보 성향의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 즉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거리로 나갔다. 정치적인 상황이 이렇다면 문화계 내부는 어떨까. 핍박받는 문화계에서 을 중의 을로 통하는 여성들은 지난해 말부터 '#문화계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고발 활동을 시작했다. 성폭력은 주로 작가와 작가 지망생, 교수와 학생 등 권력 구도가 명확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문단과 영화계 등 문화예술계의 남성중심적인 분위기와 도제식 시스템 때문에 부조리한 일을 당하고도 소리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연출가 A씨)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실시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업
“검찰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 딱 3달 전인 지난해 11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자신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현직 대통령 신분을 고려해 특검에서는 조사를 받겠다는 말에 방점을 찍고 기다리자’는 여론도 비등했다. 기다림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한 만료 8일을 앞둔 상황에서도 보답받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특검과 대면조사 일정을 합의해놓고 조사일정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공식·비공식적 방법으로 ‘특검의 수사가 일방적이고 정치적’이라는 의견만 흘러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대면조사와 관련해 특검에 비공개 및 참고인 신분 조사, 조사시간 제한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부 특검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우선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시켰다. 이 상황에서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