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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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은 맞지?" 집안 어르신, 친지들과 함께 한 이번 설 연휴 밥상의 핫한 대화주제가 ‘정치’였다. 어느 명절 밥상이건 정치 얘기가 오가곤 했지만 조기 대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이번 설 연휴 '밥상 정치 토론'은 더 생동감이 묻어났다. 여야와 지지율 순위를 넘나드는 격정의 정치 토론 중에 유일하게 목소리가 작아지는 순간이 있었다. 바로 '탄핵의 끝'이었다. 탄핵은 모든 대선 논의의 시작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을 예측할 수는 있어도 아직 단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설 직전 박근혜 대통령이 한 인터넷TV와 인터뷰를 갖는 등 정치적 행보를 재개하고 있는 것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탄핵 기각, 정치 불안, 국정 공백 등 모든 걱정이 또 펼쳐진다. “대통령이 물러나는 게 맞냐”고 묻는 질문은 같은 맥락에 있다. 다시 대선주자들로 화제를 돌이면 토론이 치열해진다. 정치 문법에 맞는 출마선언, 색다른 접근 등 활동 얘기가 오간다. 설날 밥상 토론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에는 금붙이를 파는 손님이라도 있었지. 이제는 (물건이)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팔지도 않아. 사는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없고”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 금은방 상인) “어렵다고 어렵다”고 하기도 지쳤단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 11곳을 돌며 만난 상인들은 이런 경기 침체가 20년은 이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싸늘한 밑바닥 경기는 썰렁해진 서민들의 지갑 사정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소비 여력이 줄어든 단골손님들은 전보다 시장을 덜 찾고 덜 산다. 자양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은 “IMF 때보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온기가 사라진 전통시장에는 얼음장 같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가 집약돼 있었다. 고령화와 노인빈곤 현상이 대표적이다. 상인도 손님도 가난한 노인들이다. “손님들이 대부분 노인이라서 카드를 쓰지도 않아. 얼마나 쓰겠어. 2000원어치, 5000원어치 사는게 전부지. 상인들도 대부분 60대, 70대가 많지. 신식
국내 중소기업 A사 대표의 집무실 앞. 낡은 양복 차림에 백발이 성성한 80대 독일 노인이 A사 대표를 만나기 위해 두 시간째 기다리고 있다. A사 대표는 밖에 기다리는 손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서두르는 기색 없이 업무를 계획대로 다 마친 후에야 비로소 노인과 마주앉아 얘기를 나눈다. 그는 도대체 무슨 큰 잘못을 했기에 이역만리 타지까지 날아와 노구(老軀)를 혹사시켜야만 했을까. 사실 노인에겐 죄가 없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강소기업'의 나라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B사를 설립한 오너 2세이기도 하다. B사의 수많은 해외법인 중 한 곳인 A사를 둘러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어떠한 의전도 거부한 채 A사를 홀로 방문했다. 그리고 A사 대표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그가 업무를 마칠 때까지 사무실 앞 소파에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국내 기업에서였다면 불가능했을 법한 이 광경은 실제 있었던 일이다. A사의 대표는 "독일 본사의 오너 일가는 절대 회사에서 자신들만의 특권
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 찾은 명동예술극장은 추운 날씨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연일 매진행렬을 기록하는 고선웅 연출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때문이다. 2년 만에 무대에 오른 '조씨고아'가 인기를 끄는 건 뛰어난 작품성 덕이 크다. 희극과 비극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연출, 주연 하성광을 포함한 배우들의 몰입감 높은 연기, 오브제를 활용한 간결한 무대 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연극은 권력에 눈이 먼 장군 '도안고'가 사사건건 눈에 거슬리는 적수인 '조순'의 가문을 처단하면서 시작되는 복수극이다. 도안고는 왕인 '영공'에게 조순을 모함한다. 영공은 그의 간언을 곧이곧대로 듣고 조순의 일가 300명을 모두 죽인다. 마지막 남은 조씨 가문의 후손 '조씨고아'의 목숨까지 뺏기 위해 전국의 한 살배기 아기들을 색출해내기도 한다. '조씨고아'를 거둬 기른 '정영'은 20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도안고를 향한 복수에 성공한다. 도안고의 탐욕을 알게 된 영공은 다시 명령
의뢰인의 이익에 눈이 멀어 진실을 외면하는 변호사의 모습은 영화 속 '클리셰(Cliché)'다. 뻔하고 진부한 이 장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그대로 연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언해놓고 호시탐탐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8회 변론기일에선 고영태씨의 범죄경력을 조회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줄줄이 들고일어났다. "고영태 사람들의 진술이 조작됐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 "고영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주는 범죄경력이 유력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아직 법정에 나오지도 않은 고씨를 '범죄자'로 만들어 증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겠다는 전략이다. 차은택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1시간 20여 분의 신문 시간 중 상당 부분을 고씨와 최순실씨가 내연관계였는지를 들춰내는 데 할애했다. "고씨가 최씨와 성관계를 해야 하는 고역에 대해 토로하지 않았느냐"와 같은 자극적인 질문의 연속이었다. '언론 플레이'는 덤이었다.
“제도가 갑작스럽게 바뀌었으니,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미분양 우려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같이 말했다. 1순위 청약 자격 강화와 재당첨 제한 등 11·3 대책이 소비자들에게 큰 혼선을 일으켰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지나친 비관은 시기상조란 것이다. 최근 미분양은 아파트 분양 과정에 ‘부적격 당첨자’들이 다수 등장한 것과 관련돼 있다. 1순위 청약 자격이 강화된 걸 모르고 청약했다, 나중에 ‘부적격 당첨자’ 판정이 난 청약자 당첨자가 무려 전체의 4분의 1에 달했다. ‘착각한 청약자’들로 인해 최근 분양 시장은 빠르게 냉각한 것처럼 보인다. 브랜드 아파트들도 미분양 우려를 낳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브랜드와 입지가 뛰어난 아파트에도 미분양 현상이 있지만, 변화한 청약 요건 등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시장은 관망세”라고 밝혔다. 과도한 공포감에 젖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이 크게 올랐던 곳은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도
지난해 12월21일 현판식을 내걸고 공식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총 70일간의 수사기간 중 절반을 채웠다. 첫날 국민연금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불을 댕긴 특검팀은 화력을 삼성에 집중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핵심사안으로 꼽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하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강요에 의해 지원한 돈'이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검팀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기소하고 이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을 잇따라 소환한 데 이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속도감 있는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이를 기각할 때까지 매스컴을 장식한 것은 특검과 삼성의 대결구도여서 사실상 '삼성 특검'이라는 이야기가
1년 전쯤 기자는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취재차 찾은 적이 있다. 원·부자재가 가득했어야 할 화물칸이 텅 빈 채 출입국 사무소 앞에 늘어선 수백 대의 트럭과 자동차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평소대로라면 닷새간의 설 연휴를 끝내고 일터를 향하는 활기찬 모습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날 아침 풍경은 그렇지 못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장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근심이 가득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 도발이 계속되자 2월10일 개성공단 폐쇄를 전격 결정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엑소더스' 유효일은 11일 불과 하루였다. 당시 사장들은 미신고 물품을 반출할 때 무는 벌금(50달러)을 감수하고라도 가능한 많은 짐을 싣고 남측으로 피난길(?)에 올랐다. 정부는 개성공단 철수에 쓸 수 있는 자동차를 회사당 한 대로 제한했다.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개성공단을 향하는 길은 혹한의 날씨마냥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개성공단 폐
‘글로벌 매출 3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조사 전문업체 앱애니가 발표한 지난해 한국 구글 플레이 성적이다. 구글 플레이는 구글의 모바일 앱마켓 이름. 구글이 지난해 한국 앱마켓에서 올린 매출이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많았다는 뜻이다. 구글은 플레이에 등록된 앱 매출(결제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한국의 모바일 앱 시장이 다른 국가 대비 활성화됐다는 얘기인 동시에 구글이 한국에서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성적표를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지도 반출 요청 과정에서 터져 나온 세금 회피 의혹과 한국 시장에 대한 미흡한 투자가 함께 떠오르기 때문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기업의 의무인 세금을 회피하고 투자에도 인색해 눈총을 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으로 납부하는 액수는 사실상 ‘제로 퍼센트’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구글은 주요 매출을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
얼마 전 수면 중에 호흡이 멎어 잠이 깨는 경험을 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사람이 자다가 죽는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언젠가부터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아 수면무호흡증 자가진단을 해봤다. 11개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하면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이 높고, 8개 이상에 해당하면 중증 이상이라는데 기자의 경우 7개 항목이 해당됐다. 가까스로 중증은 비켜갔지만 자기 전에 녹음기를 켜두고 잠을 자봤다. 잠자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해보니 듣기 거북한 코골이가 5분만에 시작됐다. 이어 빈번하게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봐도 수면무호흡증 환자로 볼 만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게 아니어서 수면무호흡증 환자인지 아닌지 판별하려면 수면다원검사가 필요했다. 우선 비용이 궁금했다. 직접 검사를 해본 지인들은 검사에만 80만~100만원이 든다고 했다. 모두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다. 문제는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아야 양압
“앞으로 우리은행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인물을 행장으로 뽑을 겁니다. 다른 요인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은행 행장을 선임하는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한 위원의 말이다. 임추위는 이번주 민영화 후 첫 우리은행장을 뽑는다. 임추위원들은 23일과 25일로 예정된 두 차례의 면접에서 자신들을 설득한 후보를 공정하게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 임추위원은 “임추위가 우리은행에 대해 공부할수록 은행에 어떤 게 중요한지 명확해진다”며 “출신이 상업은행이든 한일은행이든 중요하지 않고 현직 프리미엄도 없다”고 했다. 우리은행이 민영화된 후 첫 행장 선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그간 정부 산하 기관이 대주주였던 탓에 행장은 물론 임원 인사에도 공공연하게 정권의 영향을 받아 온 우리은행이다. 심지어 행장 후보에 나선 한 인사조차도 이 같은 공개적인 행장 선임 절차가 낯설다고 말할 정도다.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을 과점주주들에게 매각한 뒤에도, 행장 선임이 투명하게 치러질 수
기획재정부 최상목 1차관과 송언석 2차관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29회로 옛 재무부에서 나란히 관료생활을 시작했다. 관료로서 걸어온 길은 기재부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이 통합돼 설립된 재정경제원은 1998년 재정경제부로 개편된다. 1999년에는 기획예산처가 신설된다. 최 차관은 재정경제부의 요직을 거쳤다. 송 차관은 기획예산처에서 재정 전문가로 거듭 났다. ‘따로 또 같이’를 연상시키는 두 사람은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기획재정부가 되면서 한지붕 아래 모였다. 두 사람은 세종시대가 열리면서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살았다. 동거 생활은 2015년 10월 송 차관이 기재부 2차관으로 승진하면서 끝났다. 송 차관이 먼저 방을 뺐다. 최 차관은 3개월 후 기재부 1차관이 됐다. 기재부를 대표하는 두 관료의 인연은 이렇게 길고 깊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재부 조직개편안을 보면서 두 사람이 가장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