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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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완승이었다. 8일(현지시각) 폐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2017에서다. 삼성·LG전자를 비롯해 월풀, 레노버, 제너럴일렉트릭(GE) 심지어 포드까지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자사 제품에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를 하나씩 품고 나타났다. 정작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나 직원들은 행사장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았지만 아마존의 존재감은 올해 전시회를 압도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알렉사’는 대표적인 음성비서 스피커다. 출시 3년 만에 50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알렉사가 ‘알파고’ 하나로 세계 프로바둑기사들을 평정한 구글을 꺾고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되짚어 보면 결국 아마존의 ‘선택’과 ‘집중’에 있다. 아마존은 애플이나 구글과 어깨를 견주며 IT트렌드를 이끄는 거인이 됐다. 기술 기반 회사가 아님에도 이 같은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4차 산업혁명의 게임체인저가 뭔지를 정확히 집어냈기 때문. 아마
일부 봉사단체 예산 담당자들이 최근 대기업 CSR(사회공헌활동) 부서와 새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접촉하면서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매년 진행해오던 활동들도 올해부터 지원 불가 방침을 통보하고 있다. 한 대기업 CSR 담당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에 기업의 정상적 지출 내역에도 외부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분들이 많다"며 "국내 재단에 출연하는 것보다, 정치권 등이 개입하기 어려운 해외 봉사활동 및 다문화가정 지원 쪽으로 방향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미르·K스포츠 재단의 대기업 강제 모금 과정이 드러나면서 불거진 일들이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꾸준히 환원해온 자금에 정치권과 주변에 기생하는 '날파리(?)'들이 꼬이면서, 관행적 사회공헌 활동마저 숨죽이게 됐다.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재단들에 대한 지원액 축소에 이어 '낙하산' 논란을 피하기 위해 CSR에 참여하는 외부 인원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나 작년에 준비하던 작품 있잖아. 대본 다 쓰고 캐스팅까지 끝났는데 갑자기 정부지원 취소돼서 돈도 못 받고 엎어졌던 거. 대신 듣도 보도 못한 업체가 들어와서 다들 황당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쪽에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사람이 있어서 그랬던 거래." 작가로 일하는 지인의 말이다. 공연기획자로 일하는 친구도 비슷한 말을 해줬다. 세월호 참사 이후 문화계 정부 지원 사업들이 유난히 이상하게 돌아갔단다. 처음 들어보는 업체들이 생소한 사업 명목으로 수억 원대 정부지원을 따내고, 약속했던 지원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갑자기 끊기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 것이다.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분분했지만, 그 '뭔가'가 무엇인지 현장에 있는 이들은 알지 못했다.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며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부에 비판적인 일명 '좌파'로 낙인찍힌 인사들 1만여명의 이름이 적인 명단이 있다는 것. 여기 이름을 올린 이는 어떤 정부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소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옷·신발을 만든다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2017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둘째날인 지난 6일(현지시간)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의 CEO(최고경영자) 케빈 플랭크는 언더아머 엔지니어들에게 이같이 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기업의 규모로 의류를 혁신하길 원한다"며 자는 동안 숙면과 세포 재생을 돕는 '스마트 잠옷'과 착용자의 몸 상태를 수치화하는 '스마트 신발'을 소개했다. 국내 패션업계도 이같은 첨단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산업들과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이 미래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패션업계는 성장보다 생존이 중요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었다. 수십년간 운영해온 브랜드 사업은 접거나 해외 기업에 매각했다. 수익이 나지 않는 매장은 가차없이 문을 닫았다. 직원들은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하루
연말에 만난 동국제강 대외관계자들이 손목에 붉거나 검은 최신형 스마트밴드를 차고 있었다. 전자회사도 아닌 철강사 40~50대 '아재'들이 지나치게 최신형인 기기를 두른 게 이채로워 "유행을 선도하신다"고 농을 던지니 "선물"이란다. 장세욱 부회장이 개당 20만원짜리 밴드를 고생한 팀장들에게 하나씩 돌렸다고 한다. 이 밴드는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면 건강 관리에 유용하다. 최근 동국제강은 오너 사재가 아니라 회사비용으로 임직원 건강을 관리해야 할 만큼 고난사를 겪었다. 팀장급들은 3년 전부터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다. 오너가 영어의 몸이 되어 리더십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비슷한 시기에 을지로 본사 페럼타워를 잃었다. 고(故) 장경호 창업주가 작고하기 1년 전에 산 땅이었다. 이 수하동 터는 장세주 회장이 부친 뜻을 거스르고 사옥으로 건축해 100년 대계를 세웠다던 빌딩 아니던가. 동국제강은 이후로도 많은 걸 내줬다. 포항 후판공장을 폐쇄했고 계열사 국제종합기계를 팔았다. 당진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화가에게 작품은 핏덩이같은 자식이자, 분신이다. 고 천경자 화백(1924~2015)의 미인도 위작시비를 둘러싼 사연은 90년대 중반에 나온 이 소설의 제목과 꼭 같은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달 미인도를 고 천경자 화백이 그린 진품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이 선정한 전문가의 안목 감정 및 미인도 위작 시비 관계자 진술, 대검찰청 등 과학 감정 결론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프랑스 감정단의 위작 결론은 배척했다. 작가 본인인 천 화백이 아니라, 화상이 다수 참여해 내린 26년 전 감정 결론이 옳았던 셈이다. 1991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인도 감정 의뢰를 받은 한국화랑협회 산하 감정위원회 7명 가운데 4명이 화랑 대표였다. 한국화가는 2명, 미술평론가가 1명 감정위원으로 참여했을 뿐이다. 국내 미술품 감정은 여전히 화랑 관계자의 의견이 영향을 강하게 미치는 구조로 볼 수 밖에 없다. 화랑협회 제휴기관으로 2003년 감정 업무를 개시한
2004년의 소버린과 SK, 2015년의 엘리엇과 삼성물산. 그 가운데 끼어든 국민연금. 60년 정치사에 두차례밖에 없는 국회의 대통령 탄핵. 공교롭게 그때에 해외 펀드의 대기업 공격도 나타났다. 이때마다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 역할도 부각됐다. 최근 상황을 두고서는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까지 거론된다. 특검 주변에서는 국민연금에 장관 이상 고위층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 증거가 흘러다닌다. 이를 의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은 단호한 해명을 내놓았다. "헤지펀드의 공격을 삼성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이 공격을 받아서 이런 것이 무산된다든지, 하여튼 이렇게 되면 이것은 굉장히 국가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그런 생각을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고, 또 우리나라의 증권사가 20여 개, 거기에서도 거의 한 군데, 두 군데 빼고는 이것을 다 해 줘야 된다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1일 박근혜 대통령의 출입기자단 간담회 중) 직무정지 중 모처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
지난해 11월19일 네 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갓 수능을 마쳤다는 10대 소녀가 연단에 올라섰다. 얼마 전 집에 불이나 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을 다 날려 버스비를 아끼려 50분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다. 원서 접수비가 아까워 대학은 3군데만 썼다는 소녀는 "아르바이트 일당을 포기하고 집회에 나왔다"며 "지금 이 나라를 만든 게 정치를 하는 어른들의 책임이라면 어른이 되는 걸 포기하겠다"고 외쳤다. 따끔한 일침에 고개를 숙이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였다. 1972년 10월 유신 선포 당시 학생이었던 60대는 어린 시절 자신이 쓴 글을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유신체제만이 우리나라를 지켜줄 수 있다"는 문장을 읽어내려가며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땐 그게 맞는 줄 알았다"며 40년 넘은 후회를 내뱉었다. 떨리던 목소리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변하는 데 1분이 채 안 걸렸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분노와 책임감을 품고 나왔다. 교복 차림의 10대들은 최순실씨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범금융권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정치권 인사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 700여명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총출동해 덕담을 나눴다. 금융권 인사들은 올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꼽았다. 그런데 정작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초대은행장은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본인가를 받아 24년만에 탄생하는 신생 은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범금융권 신년인사회 실무를 담당하는 은행연합회측은 케이뱅크가 이달말 영업을 시작하다 보니 협회 등록이 마무리되지 않아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당한 이유지만 인터넷은행장이 빠진 범금융권 신년인사회는 인터넷은행의 불안한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케이뱅크는 이미 자본금 2500억원의 절반을 사업 준비에 썼다. 2~3년안에 2000억~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지만 산업자본의 지분 제한을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문 닫힌 상점거리, 이른바 '셔터도리'를 찾았다. 소비절벽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한낮에도 점포가 절반 가까이 폐점한 풍경은 생소했다. 문득 이게 스미다구만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통역사를 비롯해 시민, 현지 전문가 등에게 "스미다구 셔터도리는 보편적 현상이냐"고 되물었다. 지역이 쇠락한 이유가 사회·구조적 원인이 아니라 스미다구의 지역 경쟁력이라는 개별적 요인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 같았다. '도쿄는 셔터도리가 아직 많지 않지만 지방은 심각하다'였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상점가 중 빈 점포 비율이 10%, 20%를 초과한 곳은 각각 전체의 47.8%, 29.0%를 차지했고 대부분 지방이었다. 일본의 변화는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에 이어 199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 등이 촉매가 됐다. 인구구조 변화로 일할 사람은 줄었고, 경기불황으로 소비도 줄었다. 그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저물고 새해가 시작됐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묻혀 눈에 잘 띄지도 않았지만 자동차업계에서도 지난해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은 기아차 '니로' 등 친환경차의 약진과 중형차, 소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 시장에서의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선전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기억들은 대개가 아쉬움이 남는 일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잊혀졌을지 모르지만 새해를 맞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아픈 상처'이기 때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이지만 진난해에는 안전·신뢰에 대한 논란이 유독 크게 다가 왔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일어났던 '싼타페 급발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충돌 전부터 "차가 왜 이러냐"고 다급하게 외친 목소리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으나, 급발진 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판단에 따라 20년 경력 전직 택시기사였던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외교부를 향한 국민들의 성토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단순히 해당 합의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떠나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읽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윤병세 장관은 지난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본질 면에서는 정부가 24년간의 난제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내 진보적 인사들의 긍정적 평가를 소개하며 "시야를 넓혀 균형 잡히게 보면 다른 시각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60%에 가까운 위안부 합의 '파기' 여론(29일 리얼미터 조사)은 마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된 평가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정부로서는 이번 합의가 과거 아시아여성기금, '사사에안(案)' 등에 비해 객관적으로 진전된 것이며,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일부 타협이 불가피하단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싶었을 수 있다. "'뜨거운 감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