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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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봉하마을 어귀부터 죽 늘어져 펄럭이는 만장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이들이 만들어 나뭇가지 사이에 달아놓은 플래카드, 그리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사람들이 가슴에 담긴 한 마디를 기록한 방명록. 이 속에서 눈에 가장 많이 띄는 문장이다. 부모나 형제가 세상을 뜬 것도 아닌데, 살아가면서 단 한번 만난 적도 없는데 사람들은 노 전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경상남도 한 자락에 놓인 작은 마을, 봉하를 찾는다. 어렵사리 일터에 휴가를 내고, 갓난쟁이 아이를 등에 둘러업고, 친구들끼리 팔짱을 끼고 봉하를 찾아든다. 전국 각지에서 먼길 마다 않고 찾아온 사람들의 마음에는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가득하다. 하나같이 미안한 표정으로 "죄송하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되뇐다. 노 전대통령이 세상과 이별을 고한 날부터 봉하를 지키고 있는 기자의 마음엔 '노 전대통령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라는 물음이 한시도 가시질 않았다. 어떤 존재였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은 이제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다. 다만 업계 전반에 파장을 몰고 올 GM의 파산에서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 따지는 이해득실 계산만이 큰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셈법은 각 주체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당사자인 GM 입장에서는 이것저것 다 떼어내면 회생을 하더라도 업계에서 번듯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파산보호신청시 일부 브랜드의 매각이나 사업부 정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뜩이나 줄어든 시장점유율이 더욱 추락해 북미시장에서마저 업계 3위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회사에 자신들을 베팅했던 채권단과 주주들도 큰 '실'만을 강조한다. 정부의 구조조정안대로 따르면 27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가진 채권단에게 돌아오는 것은 지분 10%뿐이다. 주주들 몫은 달랑 1%에 불과할 전망이다. 지분 70%를 가지는 정부나, 17.5%를 갖게 되는 노조에 비교해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정부로선 '실'보다 '득'이 더 많다. 공식적으로는 파산
이 기사는 05월28일(11: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모태펀드 의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금융회사와 민간으로부터 자금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정부·기금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까지 벤처캐피탈이 받은 유한책임투자자(LP)의 출자총액은 2056억원(100%)이다. 정부자금과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 등 기금비중은 55.4%(1139억원), 정부자금의 일부인 모태펀드에서 투자한 자금만835억원(출자총액의 40.6%)에 달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금융기관은 310억원(출자총액의 15%)을 출자했다. 이렇듯 정부 자금의존도가 높아지자 벤처캐피탈이 자생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쉬운 길만 택하고 어려운 길은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금 유치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창업투자
지금은 잊혀진 이론이지만 한때 '사회투자론'과 '동반성장론'이 풍미했던 적이 있다. 복지 예산을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기자는게 요지다. 성장과 분배라는 양날개의 균형을 잡아야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양극화 해소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시한 미래국가 비전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선 성장, 후 분배'라는 기존 도식을 폐기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제적인 지출, 즉 투자를 통해 부자와 빈자가 균형 있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통치권자의 의중은 예산 편성에 반영돼 재임 5년 동안에 복지 지출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전체 노인의 70%가 지급받는 기초노령연금과 치매노인 수발을 공공영역이 맡자는 취지의 노인장기요양보험도 탄생했다. 정권 교체와 함께 사회투자나 동반성장이란 용어는 이제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어도 복지 예산은 줄지 않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투자나 동
"공항 검역에서 문제없이 통과했고 증상이 나타난 후 찾아간 병원에서도 감기로 진단했습니다." 27일 현재 총 20명의 신종인플루엔자 감염환자를 배출한(?) 청담어학원의 항변이다. 초기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보건당국이 "해당 어학원이 독감 증상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빠르게 대처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며 책임을 떠넘기자 직접 실명까지 공개하며 입장을 밝힌 것이다. 책임유무를 떠나 이번 논란으로 보건당국의 공항 검역체계가 뚫렸고, 일선 의료기관에서 일반독감과 신종플루를 구별해내기 힘들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입국 당시 증상이 없어 공항검역대를 통과한 사람들에게서 뒤늦게 발견됐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일반인에게 전파시켰을 가능성과 이들을 걸러낼 대책도 없음이 드러난 것이다. 대유행을 우려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실제로 어학원 외국인 강사 일행 19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미국인(여.23세)은 물론 26일 밤 새로 추가된 한국인(여성.22세)도 입국한 지 6일이나 지난 뒤 자진 신고로 밝
이 기사는 05월26일(08:4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 시장이 어렵다. 펀드 조성을 위한 자금 마련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범한 1차 신성장동력 펀드는 조합 결성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1차 펀드가 난항을 겪자 2차 신성장동력 펀드 운용사엔 8개 컨소시엄만 지원했다. 든든한 대주주가 없는 벤처캐피탈의 경우 자체 펀드 조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반면 9개 운용사를 뽑는 국민연금 벤처투자 운용사 선정엔 33개 벤처캐피탈이 몰렸다. 곧 마감을 앞둔 2차 모태펀드 사업도 숨 막히는 경쟁률이 예상된다. 모태펀드와 국민연금은 자금 출자비율이 높아 펀드 결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것이 배경이다. 펀드 조성이 쉬운 곳에 벤처캐피탈이 몰린다. 이 와중에 3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사라질 상황에 처했다. KT,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이 지난 2002년 조성한 KIF조합 얘기다. 산업은행, 농
부모님 유산을 덜 받았다며 아버지와 의절했던 둘째 삼촌이 회한의 눈물을 머금은 채 영정 앞에 고개를 떨어뜨린다. 오빠들 대학 보내느라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막내 고모도 평소 품었던 독기를 거두고 연신 콧물을 훔쳐내기 바쁘다. 어느 날 아버지 손을 잡고 나타났던 배다른 동생 순이는 가출한 지 1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의 장례식은 비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용서와 화해의 장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 사연 없는 집안 없다. 일상은 비루하기 짝이 없지만 장례식 공간만큼은 그 비루함을 덮고도 남을 무언가가 있다.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 임권택 감독의 '축제'는 이런 한국의 장례 정서를 잘 보여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썼다. 용서와 화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쓰기 어려운 말이다. 분노와 원망이 가득했을 법한 유서에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가 담기니 국민들의 슬픔은 배가됐다. 덕수궁 앞 임시 분향소에 수 킬로미터 조문행렬이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도
북한이 핵 실험에 이어 연이틀째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허무한 죽음으로 텅비어버린 국민들의 마음속에 우리의 현실을 알린 경종의 소리이다. 25일 핵폭음과 함께 증시도 세계도 흔들렸다. 1차 핵실험보다 핵무기 위력이 40배나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북한의 핵 리스크는 이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닌 아시아, 그리고 세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다뤄지고 있다. 사실상의 핵보유국인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정치적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전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를 급히 열어 추가 제재 조치를 담은 결의안 작성에 들어가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반응이 발 빠르다. 그만큼 글로벌 경기침체로 민감한 이 시기에 북핵이 미칠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증시는 26일 북핵의 여진으로 아시아 증시와 동반 하락했다. 아직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휴전선을 두른 휴전국가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때문이다. 그러나 외인들의 반응을 보면, 북한이
지난 21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대회의실. 서울시 산하기관 직원과 초청된 시민 등 200여명이 '25회 창의경영 발표회'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이날 행사는 시 산하 기관이 우수 창의 사례 5건을 발표하는 자리다. 시민 대표단의 즉석 평가를 거쳐 최고 점수자에게 상이 수여된다. '시 산하기관 창의발표회'와 △'시 직원 창의발표회' △'시민 창의발표회(천만상상 오아시스)' 등 3개의 발표회는 오세훈 시장의 창의시정 정수를 보여준다. 발표회는 일종의 '자랑의 장'이기도 하다. 자기 자랑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데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한다는 게 오 시장 지론이다. 오 시장은 "직원 창의를 붇돋우는데 긴장과 인센티브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아이디어를 자랑할 수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나와 시민은 앉아서 박수를 쳐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동기 부여에 힘입어 창의 제안은 14만건 넘게 쏟아졌고 이 중 1925건이 채택됐다. 시장의 바람대로 발표회는 축제와 같다. 발표자는 창의사
"상당히 놀라웠던 것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기 국정 상황을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나도 어지간히 국정 상황 파악에 대해서는 구석구석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생각해도 저 정도이면 아주 기억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 같은데 아주 소상한, 국정 구석구석에 대해서 소상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 이런 것의 의사표현이 아주 분명했습니다. 그것이 아주 인상적이고, 과연 진짜 권력자답다 이런 생각이 좀 들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초 평양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돌아온 뒤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김 위원장에 대한 인상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진짜 권력자답다"고 평했던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사흘째 되는 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두 번의 '핵폭탄'을 안긴 셈이 됐다.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강행한 게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지난 2006년 1
20일 중동지역의 거점국가로 꼽히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 요르단의 와이맥스사업자 쿨라콤요르단은 이날 와이브로 장비를 활용한 고정형 와이맥스 상용서비스 개통식을 열었다. 인구 580만명에 인터넷 이용자가 86만명에 불과한 요르단이지만 이날 개통식은 화려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바셈 로산 요르단 정통부 장관, 최신원 SKC 회장, 하짐 알라에딘 쿨라콤요르단 사장 등 한국·요르단 양국 정보기술(IT)분야의 정부 및 업계 고위관계자들이 이 행사장에 총출동할 정도였다. 행사장에선 현지사업자인 쿨라콤요르단뿐 아니라 국내업체인 SK텔레콤과 SK텔레시스도 당당한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쿨라콤요르단에 와이브로 컨설팅을, SK텔레시스는 와이브로 장비를 공급함으로써 와이맥스 상용화를 이뤄낸 실질적인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로산 정통부 장관은 한국의 와이브로와 요르단의 와이맥스를 연결해 진행된 양국간 영상전화 시연을 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IT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2002년 10월쯤으로 기억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당 행사를 치르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 당시 고인은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였지만 입지는 초라했다.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한창 뜨고 있던 정몽준 의원에 밀려 당내 입지도 추락할대로 추락했다. 그래서인지 대선 후보가 방문했는데도 행사에 참여한 광주 지역 현역 의원은 거의 없었고 행사는 시들하게 막을 내렸다. 고인은 참석자들이 모두 떠난 텅 빈 단상 의자에 맥이 풀린 표정으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행사 취재 후 단상 앞을 지나던 기자를 불렀다. "혹시 담배 가지고 있나요" 담배 한 개비를 건네자 고인은 묵은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너무도 가라앉은 분위기 탓에 기자는 함께 담배를 피우며 "힘드시죠"라는 말 밖에 건넬 수 없었다. '저 사람도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 고인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할 때면 그 때 그 담배 한 개비가 절로 연상되곤 했다.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