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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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아 이리 와. 여기까지 오면 초코파이 줄게." 영화 '말아톤'에서 엄마와 초원이는 초코파이와 등산을 놓고 협상을 한다. 어떻게든 초원이를 운동시키려는 엄마는 초원이가 밥보다 좋아하는 초코파이를 꺼낸다. 발걸음을 한 발짝 뗄 때마다 초원이와 엄마는 각자 '원하는 것'을 얻는다. 협상은 밀고 당기기지만 그 전제는 신뢰다. 내 것을 내놓으면 상대도 내놓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보통 협상이 결렬되는 것도 서로 믿음이 없는 탓이다. 저잣거리의 흥정이나 대형 인수합병(M&A)과 같은 빅딜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없으면 동전 한 닢도 주고 받기 힘들다. 2008년 마지막날 국회가 최악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협상'은 지속하지만 그 전제가 돼야 할 믿음이 없기에 그렇다. 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만나 2-3시간씩 얘기를 한다. 물밑으로도 많은 얘기가 오간다. 그사이 수많은 거래 시나리오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서로를 향해 귀를 열지 않는다. '혹시 속고 있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학교와 연구현장에서 신규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겠습니다." 지난 2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보고 내용이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활성화'가 부처 공통과제인 만큼 교과부로서도 성의 표시는 필요했을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는 경제부처에서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주문까지 했으니 그 부담이야 오죽했으랴. 하지만 내용을 뜯어 보면 앞뒤가 안맞다. 이날 5만개 일자리 안에는 학교 청소용역 4300명도 포함됐다. 낙후교실 공사 인원 4000명도 '녹색학교 만들기'로 포장돼 녹색 일자리 8300개가 생긴다고 보고됐다. 이들은 학교 청소관리와 시설공사 인원으로 청년실업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교육행정 인턴, 유치원 보조인력, 산업체 인턴 등 나머지 일자리들도 대부분 기관 잡무를 처리하는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다. 영어회화 전문강사(5000명)가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로 분류되지만 이들도 비정규직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교과
"10년 동안 돈 한 푼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에서 집 사는 게 쉽지 않을 거예요" 최근 강남의 한 중개업소에서 만난 직장인 김정우(가명, 31세)씨의 말이다. 국민은행연구소가 지난 23일 "연소득을 전혀 쓰지 않고 10년 이상 모아야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살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자 그는 이같이 푸념했다. 김 씨는 현재 결혼을 앞두고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그는 연일 쏟아지는 집값 하락 소식에 집을 사려고 알아봤지만, 집값이 여전히 비싸 '내 집 마련의 꿈'을 당분간 미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거래에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 김 씨처럼 아직도 집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주식과 펀드 등 다른 자산에 돈이 묶인 사람들이 많아 부동산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아파트 계약자들은 분양가를 낮춰달라고 건설사에 요구하고 있는가 하면 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대가로 분양가를 인하해달라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
'멀쩡한 TV를 버릴 뻔했네' 2012년 12월 31일자로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면서 TV가 나오지 않자 화를 내던 중년 남자가 딸의 도움으로 안테나와 수신기를 달고 디지털 방송을 본다는 내용의 공익광고다. 최근 지상파 방송에서 디지털 방송 전환과 관련한 이 광고를 종종 접하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아날로그 TV로도 수신기를 달면 디지털 TV를 볼 수 있다는 유용한 정보를 주는 광고다. 그러나 고품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디지털 전환의 취지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광고에 등장하는 수신기는 디지털 방송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주는 장치. 디지털 전환으로 가능해지는 새로운 양방향 서비스나 고품질 방송 등의 효용성은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반쪽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캠페인은 아날로그 종료 시점이 가까워지고 저소득층 등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계층들을 위해 진행해도 충분하다. 전환 초기 이런 광고가 나온 것은 정부의
"적대적 인수를 빙자한 신종작전" "로펌을 앞세운 위풍당당한 머니게임" 최근 휴람알앤씨 사태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의 싸늘한 관전평이다. 지난 10월말 220원이었던 휴람알앤씨 주식은 40일만에 9배 넘는 1995원까지 치솟았다. 느닷없이 등장한 한 개미투자자의 적대적 인수합병(M&A)선언 때문. 이후 경영진과 이 개미는 화해했고, 주가는 다시 보름도 안 돼 580원으로 내려앉았다. 표면적으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상증자 기간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이 개운치만은 않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회사로선 '회사를 먹겠다'며 덤빈 개미, 정만현씨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유상증자만 했다하면 '불발'되던 시점에 회사 측은 70.41%의 우수한 청약률로 191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개미는 누굴까'. 시장에서는 의혹 투성이다. 이례적인 '공개 기업사냥'과 '극적 화해', 주가의 급등과 급락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이 개미는 철저히 자신을 숨겼다. 그리고 상황의 모든 대
이 기사는 12월18일(09:4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창투업계가 영상투자조합을 운용하는 일부 창투사들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것이란소문 탓에 뒤숭숭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감사 대상 업체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이들 중에는 실제로 감사에 대비해 서류준비를 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창투업계에서는 '감사설'을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창투업계 '감사설'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가 발단이 됐다. 당시 국감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 정책자금 출자를 받은 영상투자조합의 조합원들이 조합자금을 '나눠먹기'식으로 조합원 본인 또는 관련기업에 투자하는 위법행위와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정부자금을 '눈 먼 돈' 취급해,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의 '5%이상 지분소유 조합원에 대한 투자금지' 규정을 어기며 함부로 운용했다는 주장이다. 문제업체로 거론된 창투사는 "5%이상 지분소유 조합원에 대한
'보험판 하이마트'로 불리는 보험판매플라자 도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곳에서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지만 정작 보험업계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2 방카쉬랑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초 보험판매전문회사제도 도입이 포함된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회 심의만 남겨놓았다. 개정안을 보면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생명·손해보험사 상품을 동시에 판매할 수 있다. 또 일정 자격요건을 갖추면 펀드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형 판매전문회사가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당국은 특히 보험판매전문회사가 보험사에 사업비 인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료가 저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업계는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이 제도가 도입되면 방카쉬랑스를 판매하는 은행처럼 중간 유통채널의 배만 채워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간 유통
캐나다의 인구 10만명 소도시 워털루. 이곳에 자리한 리서치인모션(RIM)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다. 스마트폰 '블랙베리' 하나로 전 세계를 휘어잡았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월가는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빠져든 '블랙베리 중독증'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새해에는 국내시장에도 진출, 어떤 신드롬을 일으킬지 모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4월 블랙베리의 브랜드 가치가 1년새 390% 증가했다며 '최고 진보상'을 수여했다. 블랙베리를 만든 RIM은 캐나다의 자존심이 됐다. RIM 같은 효자 기업 덕분에 캐나다는 비교적 경기침체의 영향을 덜 받았다. 환율 변화로 캐나다 달러를 든 캐나다인들이 침체에 빠진 미국 주택시장의 '구원자'로 등장했다는 미 현지 언론들의 보도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가운데 캐나다 정부가 이웃 미국 자동차 업계에 33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물론 미국과는 북미
정부가 '어지럽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정책 몰이를 하고 있다.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를 계기로 경제위기와 관련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연말에 하던 경제운용방향 발표와 연초로 예정된 부처 업무보고도 앞당겼다. 물량 공세에 '속도전'까지 더해 따라가는 것만도 숨이 벅차다. 관가엔 인적쇄신을 위한 인사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을 앞장서 실현할 진용을 꾸리겠다는 의도다. 덕분에 '정부가 너무 미지근하다'는 비판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억지로 꿰맞춘 흔적이 역력하다. 국가의 1년 살림을 설계하는 경제운용방향을 보자. 발표 전날까지 경제지표 전망 수치를 확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하루밤 사이에 실무진의 2% 초반 경제성장률 전망은 3%로 올라갔고 4만명 수준으로 본다던 일자리 전망은 10만명으로 늘었다. '경제지표 전망을 뻥튀기 장사하듯 한다'는 지적에 "전망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의지가 담긴 목표치"라고 강변하지만 궁
사람과 비 영장류 동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약자가 강자에게 먹히는 '약육강식'은 보편적인 자연법칙이다. 인간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과 정글 속의 생존 방식은 '공존의 형태'에서 그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관가에 인사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고 끝을 예견하기 어려운 불황은 산업계 전반에 감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모두를 위해서'라며 구조조정이나 감원을 말하면 반대 논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함께 살아남기 위해 함께 했던 일부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또 그것이 공존을 위한 생존법이라고 하면 감내해야 할 고통일 수 있다. 불황은 전문직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먹고사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을 것 같던 의사, 변호사들도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볼멘소리를 낸다. 많은 변호사들이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고 하고 아예 사무실을 접고 월급변호사를 하겠다며 로펌으로, 기업체로 방향을 트는 변호사들도 증가하
16일 7개 포털업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포털 자율규제협의회 출범과 관련해서다. 포털업체들은 이를 통해 인터넷 악성댓글·저작권 침해 등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거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그 자리에 없었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 "구글은 포털이 아니라 검색엔진이기 때문에 포털 자율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시판이나 뉴스 댓글 서비스 등 포털 업체들에서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동종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검색서비스 외에도 메일·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구글은 사실상 포털이라는 것이다. 물론 포털업체를 규정한 법은 따로 없다. 설령, 법적인 규정이 있다고 해도 포털사업자인지 아닌지의 여부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구글이 포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사업자로서 책임을 소홀히 하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구글은 현지법인
"사업장은 사업장대로 모두 내다 팔고, 사람까지 다 내쫓으면 건설사에 과연 미래가 있나요?" 최근 강력한 구조조정에 돌입한 건설업계를 두고 한 전문가가 내뱉은 말이다. IMF 외환위기 때와 최근의 상황이 너무나도 유사하다는 데 우려를 표한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건설업체들은 사업권 매각과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군살을 뺐다. 군살빼기도 잠깐, 2000년대 초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쏟아지면서 주택사업은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살을 너무 뺀 때문인지 건설사에는 사업장도 없고 사람도 없었다. 결국 건설사들은 시행사가 확보한 땅에 시공사로 참여하는 '시행사도급사업'을 확대했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 임직원도 대거 채용했다. 분양시장이 살아나면서 시행사도급사업은 대박이 됐다. 돈을 번 시행사들은 주택전문업체로 변신했고, 대형건설사들도 주택사업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사업이 잘 되다보니 일부는 대출을 받아 자체사업용 땅을 확보했다. 땅 확보를 위한 경쟁이 차열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