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들이 발로 뛰는 취재 현장의 뒷얘기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물의 앞면 보다는 뒷면이 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기에 기자수첩을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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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11월28일(08: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가는 요즘 벤처캐피탈 업계는 혹독한 추위와 싸우는 '한겨울'을 겪고 있다. 코스닥 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가면서 투자금 회수(Exit)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금 마련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금 회수 곤란 → 펀딩 실패 → 투자위축 → 펀딩 실패'의 악순환이 시작된 셈이다. 한 창투사 대표는 "이맘때면 내년도 투자계획과 회수계획을 짜느라 분주해야 하는데, 사업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자금조달 애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올 3분기 들어 더욱 어려워졌다. 상반기까지 지난해보다 20% 줄었던 투자조합 납입금액은 3분기 들어서는 31%나 줄었다. 벤처투자조합 투자금의 60%를 책임지던 정부·기관·연금(공제회 포함)이
"금융위원회는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설치를 검토한 바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지난 달 30일 금융위가 내놓은 보도해명자료다. 하지만 하루 뒤인 1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간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설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 명의로 내놓은 보도해명자료를 기관장이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원인은 위원장의 의중을 직원들이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성급하게 보도해명을 했거나 기업구조조정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다. 바꿔 말하면 위·아래의 생각이 달랐거나 어느 한 쪽이 성급했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19일 금융위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에 5조원 이상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은은 최대 5조원까지 금융회사의 채안펀드 출자금액의 50%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달 26일 정부가 은행에
"저소득층 외로워마세요." '빚'에 관한 취재로 만난 한 재무설계 컨설턴트는 뜬금없는 말을 던졌다. 요즘 상담차 저소득층을 만날 때면 "조금만 기다리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고 했다.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요즘처럼 세상이 흉흉한 때에 자본주의 사회의 고질병으로 치부되던 양극화가 해소된다니. 까닭을 들어보니 더 황당했다. 아니 매우 무시무시한 얘기였다. 다름 아닌 고소득층ㆍ중산층의 몰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향평준화'가 시작됐다는 역설이다. 본래 불황이면 양극화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는 게 정설. 그런데 이번 경기 침체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이번 경기침체에서는 고소득층 역시 무풍지대에 있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고소득층은 펀드ㆍ부동산 등에 물려 있어 더 이상의 여력이 없고, 중산층은 주택값은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높아지니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며 "이번 위기는 전 계층을 관통하고 있다"고 했다. 흔히 빚 하면 저소득층을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은퇴 20년여만에 현역에 복귀했다. 1987년 경기 침체의 책임을 지고 거의 강판당한 그가 오바마 차기정부의 모든 경제회생 프로그램을 조율할 경제회복위원회(ERAB) 위원장으로 명예롭게 금의환향한 것이다. ERAB 의장은 오바마 차기 정부 경제 핵심 포스트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금융위기 해결은 재무장관에 내정된 티모시 가이스너 현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경기부양은 대통령 직속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에 정해진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경제 개혁정책은 ERAB의 볼커 위원장이 각기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80세 경제 원로인 볼커 위원장은 또 서머스와 함께 오바마 경제팀의 젊은 피들을 이끄는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경제팀에는 오스탄 굴스비 교수(39), 피터 오스잭(39, 백악관 예산처장 지명), 제이슨 퍼먼(38, 수석경제보좌관 유력) 등 30대 혁신적인 신예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볼커 위원장의
국세청이 26일 10억원 이상 고액체납자 800명의 신규 명단을 공개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기존의 10억원 이상 고액체납자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2004년부터 고액체납자 명단을 공개한 이래 기존 체납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4년 내내 부동의 고액체납자 `빅3'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정태수 전 회장의 아들인 정보근 전 한보그룹 사장이었다. 올해는 이들을 포함해 기존의 고액체납자들이 공개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1년간 세금을 조금이라도 냈는지 상황을 알 수 없게 됐다. 더군다나 지난해 11월 명단 공개 이후 국세청은 고액체납자 '빅3'의 체납채권을 확보했다. 수십억원의 채권을 확보했으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국세청은 기존 체납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업무상 취득한 자료는 누설해선 안된다'는 국세기본법의 '비밀유지' 조항을 내세우
"경기위축보다 정보기술(IT)산업 자체가 철저히 소외되는 분위기가 더 두렵습니다. 마치 시계가 거꾸로 거슬러 산업화 시대로 회귀한 것같네요." 얼마 전 기자가 만난 한 IT벤처 최고경영자(CEO)의 하소연이다. 현 정부가 IT를 홀대하는 바람에 산업 자체가 자칫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같은 위기의식은 업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실 IT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성장을 견인한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IT를 바라보는 현 정부의 시각차 탓에 관련 IT산업의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슬림화'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가장 먼저 칼을 들이댄 곳이 바로 IT다. 올들어 공공기관들의 정보화사업 예산이 일괄적으로 10%가량 삭감된데 이어 내년 전체 공공정보화 예산도 7.1%나 축소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정부가 새로운 재정지출 확대방안을 내놨지만 유독 IT 예산은 큰 변동이 없다. 건설을 비롯한 다른 산업분야에 비
해저 2700미터. 빛이 도달하지 않는 깊이다. 평균 수온은 0~2℃. 생물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 쉴 새 없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해저 분화구가 있다. 뿜어져 나오는 물의 온도는 최고 400℃. 고온의 물과 함께 독성물질이 뿜어져 나온다. 한줄기 빛 없이 독성물질에 의존해 사는 이 곳 생물의 눈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 그러나 이곳엔 비슷한 수심의 다른 곳보다 최소 1만5000배 많은 생물이 산다. 지구가 자신의 상처를 통해 뿜어내는 온기 덕이다. 수많은 바다 속 생명이 분화구의 온기에 기대 오롯이 바다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바다 위 대한민국에는 수십만 명의 시각장애인이 산다. 세상이 스스로 출혈하며 안마사라는 직업을 포기해 온 덕에 이들은 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삶에 감사하며 하루를 난다. 사람들은 단지 눈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이들을 냉대하며 독기를 뿜었지만 한편에선 따스함을 전해 왔다.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의
"전력투구해 인·허가까지 거의 마쳤는데 대출 중단으로 사업이 물거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멀쩡한 시행사마저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시행사인 I건설은 경기 안성 건지지구에서 추진해 왔던 14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다시피한 상태다. 이 상황에서도 매달 2억원에 달하는 이자만 쌓이고 있다. 이 회사 이 모 대표는 "아파트사업 인·허가를 받아오면 운용자금을 대출해주겠다"는 저축은행의 말만 믿고 관련 인·허가 절차와 토지 매입을 진행했다. 수년의 노력 끝에 최근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녹지를 공동주택용지로 변경해도 좋다"는 수락을 얻어냈다. 그는 이어 기존 거래은행에서 대출한도까지 자금을 빌리고 사채시장에서 일부 융통, 해당 사업부지의 80%를 매입했다. 순조롭던 사업은 저축은행이 발을 빼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브리지론 대출을 약속한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PF사업장 실태조사와 구조조
"경기 불황요? 우리는 거의 체감을 못하겠어요. 다들 불황이라고 하는데 매출은 계속 늘어요. " 최근 불황에도 매출과 이익이 늘고 있는 내수 업종 관계자들의 말이다. 모두들 어렵다고 하니 대놓고 좋아하지는 못하지만 실적 개선이 좋지 않을 리는 없다.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힘들다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 한파에 최근 갑작스런 추위까지 겹치면서 올 겨울 체감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낮다. 언론에서도 도산, 감원, 감봉, 증시폭락 등 우울한 소식 투성이다. 그러나 '패자'의 하소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황에도 웃고 있는 기업은 많다. 샘표식품의 '샘표간장S501' 매출은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40% 급증했다. 10월에만 전년대비 182% 늘어난 20억원어치나 팔렸다. 경기가 나빠져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직접 해먹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간장 매출이 급증한 것. 올 초 살인적인 유가 상승에 원가 부담 상승으로 기업들의 한숨이 깊어졌지만 원양어업을 하
지난 주말 만난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윤모씨는 최근 주식시장에 뛰어든 동기중의 하나로 장기투자를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POSCO 등에 2000만원을 투자한 윤씨는 적어도 3년 이상은 묵혀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생 처음 주식투자를 하게됐다는 박모씨도 우량주 위주로 몇종목을 사들였다. 그는 '묵혀야 장맛'이라는 마음으로 최소 몇년간 매수한 주식을 잊고 지낼 생각이라고 했다. 위기감이 여전히 감돌고 있는 증시에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려들고 있다. 지난 10월초 코스피시장에서 43.0%였던 개인투자자 매매비중은 이달 19일 58.9%로 껑충뛰었다. 뛰어든 동기는 각양각색이었다. 물타기 차원에서 주식쌀때 사려고 하는 사람, 펀드 손실을 참지 못하고 내가 해보겠다며 직접 뛰어든 투자자, 바닥이니까 사서 간직해보겠다는 사람 등 여러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적어도 새롭게 주식을 한다는 사람들을 접촉해보면 확실히 장기투자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음을 느낀다. 시황기자로서 대견하게 생각되는 부
지난 17일 오전 저축은행중앙회가 '이례적인' e메일을 발송했다. 제목이 '저축은행 구조조정 보도 자제 요청'이었다. "언론에서 저축은행들의 여건이 안좋다고 지나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저축은행은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기사가 이렇게 나가면 고객들이 불안해 하고, 자칫 업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문제의 자료는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는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연관이 없다"며 "과도한 추측성 보도나 미확인 사실에 대한 보도는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로 마무리됐다. 보도자료에는 5개 언론사 실명과 기사제목까지 명기돼 중앙회가 회원 저축은행들로부터 얼마나 시달렸는지 짐작하게 했다. 금융시장 상황이 워낙 어렵다보니 저축은행처럼 '통사정'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은행권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이 사실과 다르게 기사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들이 원하는 건 '피그말리온(Pyg
'불침항모' 일본의 경제가 또 침몰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일본 경제는 공식적으로 '침체'에 접어들었다. 7년만에 첫 '침체'를 맞은 일본 정부는 내년까지 경제가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년 몇센터미터씩 가라앉는 열도처럼 일본 경제도 '버블 붕괴' 때처럼 장기침체로 접어들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의 소비 침체와 더불어 엔고 현상까지 겹치면서 토요타, 소니 등 일본의 대표 수출기업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침체가 '남의 일' 일까. 일본 경제, 사회의 단면들은 우리와 너무 닮은 꼴이다. 그러니 강건너 불 구경할 처지만은 아닌 것 같다. 일본의 경제 위기 주원인은 역시 부동산가격 하락이다. 91년말 버블 붕괴로 충분한 조정을 거쳤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저금리시대가 재현되자 부동산으로 다시 몰렸다. 지난해 초 금리를 인상했을만큼 6년간의 장기호황을 누린 일본도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금융위기가 동시에 닥치